침체일색 대한민국 미래…자유시장경제·작은정부 대처리즘 필요
자유경제원이 7일 마거릿 대처 전 영국총리 서거 3주기를 기념해 개최한 '대처의 위대한 유산, 지금 왜 필요한가'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공공개혁·노동개혁을 실현함에 있어서 영국의 마거릿 대처와 같은 강인한 '자유주의'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대처리즘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위기에 시사하는 바와 정책의 현실적용에 대한 논의와 제언이 오갔다.

패널로 나선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과연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넘어 ‘과연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 유권자들이 투표와 민주대의제 전반에 대해 큰 불신과 회의를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권 소장은 시대의 ‘정치가(Stateman)'로 대처를 꼽으면서 “대처리즘은 자유시장경제와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유, 자기책임, 작은 정부와 민간 주도, 법치주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자유주의 개혁은 험난한 여정이고, 이는 대처와 같은 리더십이 없이는 결코 하기 어려운 지난한 과업이며, 이는 스스로 각인시킨 자유주의 정신이 없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권혁철 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한국은 ‘정치꾼’이나 ‘정치인’이 아닌 ‘정치가’를 필요로 한다

현재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세미나 공지문에도 나와 있듯이, 현재 한국은 구조적인 저성장, 청년고용절벽, 생산성 저하 등 경제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공공부문은 점점 더 비대해지는 반면, 민간부문은 규제의 늪에 빠져 축소되고 있다. 강성노조로 대표되는 대기업 노조와 공공부문 근로자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열심이며, 그 어떤 변화도 거부하고 있다. 자율과 책임 등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실종과 타인-특히 국가와 사회-에 기대기 등이 만연하고 있으며, 도전과 모험을 과감하게 실행하는 기업가정신은 쇠퇴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 이권집단들의 자기 이권 챙기기는 만연하고 있다. 

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과연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넘어 ‘과연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를 고민하고 있다. 정책 공약들을 놓고 볼 때 ‘그 당이 그 당’이기 때문이다. ‘정당들 간의 입장이 너무 가까워져서 국민들이 선택 대안을 찾을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상황은 최악이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집권자나 집권당을 교체한다는 것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권혁철, <민주주의, 복지, 그리고 사회주의>, Ch. Watrin)

한국에서 정책공약 만들기는 식은 죽 먹기보다도 쉽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각 당들의 정책공약을 보면,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아이를 가진 가정에는 무상보육, 노인에게는 기초연금 지급 대상 확대와 연금 인상, 대학생들에게는 반값등록금 및 무상교육, 실업자에게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근로자에게는 정규직으로의 전환,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고용보호 강화, 몸이 아픈 환자들에게는 보험급여대상의 확대와 무상의료, 장애인과 (여성) 및 고졸자에게는 고용할당제, 농어민들에게는 보상금 지급과 금액 인상, 채무자들에게는 이자 및 원금 탕감, 전/월세를 사는 사람들에게는 전월세 동결 및 싼 공공임대주택 제공 등등이 그런 것들이다.” 정치꾼들은 ‘수고하고 잠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는 식의 예수의 흉내를 내면 된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한민국에 미래는 있는가? 바로 이런 관점과 이유에서 ‘대처의 위대한 유산, 지금 왜 필요한가’라는 토론회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당장의 20대 총선에서의 득표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생각하는 포퓰리스트 ‘정치꾼’이나 이도 저도 아닌 ‘정치인’이 아니라, 국가의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당장의 어려움도 기꺼이 감수하고 극복해 나가는 ‘정치가’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대처리즘을 탄생시킨 대처는 정치가였으며, 그것도 위대한 정치가였다. 어느 시대에나 기존의 낡은 것들을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고자 하는 개혁은 일시적인 고통과 이로 인한 여론의 악화와 반대파들의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 가가 ‘정치가’가 되느냐 아니면 ‘정치인’이나 혹은 ‘정치꾼’이 되느냐로 구분지어지고, 그에 따라 개혁의 성패도 갈라진다. 

예를 들어 대처 수상의 앞에 나타났던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정부도 자유시장을 표방하고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노동계의 저항에 직면하여 굴복하고 만다. 그러나 대처는 달랐다. 내각의 많은 각료들이 개혁을 포기하고 ‘온화한’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자 대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이나 돌아가시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개혁에는 시간과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라고 끝없이 설득했다. 그래서 대처는 위대한 ‘정치가’이다.

   
▲ 20대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과연 누구를 찍어야 하나' '과연 어느 당을 지지해야 하나'하는 고민을 넘어 '과연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일일까'를 고민하고 있다./자료사진=연합뉴스


대처리즘이란?

대처리즘이 무엇인가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지만, 대처리즘은 자유시장경제와 기업 및 기업가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자유, 자기책임, 작은 정부와 민간 주도, 법치주의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대처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고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으며, 자유시장경제만이 사회주의와 집산주의로 인해 침체에 빠진 영국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녀는 자신의 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했다. “성공의 비밀은 단 한 단어, ‘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법인세 등 조세를 대폭 삭감 내지 폐지하고, 규제를 완화 또는 폐지시켰으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노동조합의 특권을 폐지시켰다.

대처는 자신의 믿음의 뿌리에는 ‘자유가 도덕의 본질’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개인의 자유와 함께 개인의 자기 삶에 대한 책임 또한 강조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우유는 부모가 먹이는 것이다. 가족이 파탄 나서 우유를 못 먹이게 된 가족의 아이에 한해서만 국가가 먹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솔직히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있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고 하면서 개인의 책임을 강조했다.

대처는 “영국에서 우리는 오랜 경험을 통해 국가는 기업을 경영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다. 국가의 임무는 민간기업이 번성할 수 있도록 적합한 법적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 국가가 기업을 소유함으로써 국가권력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는 신념에 따라 작은 정부와 민간주도 경제로의 전환을 이끌어낸다.

여기서의 핵심 중의 핵심은 공기업의 민영화이다. 대처는 1979년 총선에서 “영국 경제의 두 가지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국유기업의 독점과 노동조합의 독점이다”고 외치며 당선되었고, 그 약속에 따라 민영화를 단행했다. 이 공기업(국영기업)의 민영화는 대처리즘을 집약적으로 나타내주는 말로서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되었다.

또한 대처는 1984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노조와 일전(一戰)을 치렀다. 채산성이 없는 탄광 20여 개를 폐쇄 및 통합하고 직원 2만여 명을 정리해고하는 내용이었다. 노조는 기다렸다는 듯이 불법 총파업에 돌입했고, 이 파업은 장장 363일 간이나 계속되었다. 여러 정치적 압력과 회유 및 협박에도 불구하고 대처는 단 할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았다. 결국 탄광노조가 항복하면서 다른 노조들 역시 강경한 태도를 버리게 되었다. 이를 통해 노조의 기득권을 타파하고 노동개혁을 단행하게 된다. 바로 법과 원칙의 승리였다.

   
▲ 363일 간 탄광노조의 불법 총파업에 물러서지 않은 대처의 강경한 조치에 결국 노조 항복하게 된다. 이를 통해 노조 기득권을 타파하고 노동개혁을 단행하게 된다. 법과 원칙의 승리였다. 한국의 경우는 다르게 전개됐다./자료사진=연합뉴스


대처의 위대한 유산, 지금 왜 필요한가?

대처의 위대한 유산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시장과 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혁파와 노동조합의 특권 폐지, 사라져간 사회자본인 자유와 자율, 그리고 책임의 강조와 부활, 공기업 민영화와 민간주도 경제로의 전환, 그리고 법과 원칙의 승리와 뛰어난 리더십이 그것이다. 이 정책들은 이른바 ‘영국병’을 치료하여, 영국을 다시 ‘세계 속의 영국’으로 전환시켰던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우리 한국에서의 문제점도 ‘영국병’과 다르지 않으며, 이런 연유로 우리는 이런 문제들을 ‘한국병’이라고도 부른다. 따라서 이 ‘한국병’을 치료하는 데 있어 영국에서의 경험, 대처리즘으로 불리는 개혁정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이 오늘의 토론회가 갖는 의미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발제자인 홍석민 교수님의 발제문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발제문에 따르면 ‘영국만이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대처 서거 시 극단적으로 상반된 반응들이 나왔다’는 표현이 있다. 이것은 사회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성향이 매우 끈질기게 유지되고 있다는 것과 더불어 자유주의 개혁의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본다. 

대한민국에서도 사회주의의 몰락과 북한의 현실을 생생히 목격하면서도 여전히 사회주의와 집단주의에 대한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자유주의 개혁은 험난한 여정이고, 이는 대처와 같은 리더십이 없이는 결코 하기 어려운 지난한 과업이 아닐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대처 수상 스스로 수차례 언급했듯이, 즉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고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했으며, 자유시장경제만이 사회주의와 집산주의로 인해 침체에 빠진 영국을 살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했듯이, 스스로 각인시킨 자유주의 정신이 없으면 결코 가능하지 않다는 점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상황논리’이다. 발제문에서 자본주의 1.0부터 자본주의 4.0까지를 언급하면서, 자본주의 2.0 시대에 드러난 문제들을 치유하고자 했던 것이 대처 수상의 ‘개혁정책’이었고, 이것이 자본주의 3.0시대라고 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논리에 따르더라도 [대처의 위대한 유산, 지금 왜 필요한가?]에 대한 답은 충분하다고 본다. 자본주의 2.0 시대에 드러난 문제점들과 현재 한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유사하다. 따라서 대처 수상이 했던 개혁정책이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훌륭한 해법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의문은, 이후 나타난 자본주의 4.0을 언급한 부분과 관련된 것인데, 그렇다면 대처의 자유주의 개혁정책이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부적절하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

   
▲ 낡은 것들을 허물고 새 질서를 세우려는 개혁은 일시적 고통과 이로 인한 여론의 악화와 반대파들의 저항에 직면하기 마련이다. 이에 어떻게 대응하는 가가 정치가가 되느냐 아니면 정치인이나 혹은 정치꾼이 되느냐로 구분지어지고, 그에 따라 개혁의 성패도 갈라진다. 2016년 대한민국에는 정치가가 필요하다./자료사진=청와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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