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에서 광우병 파동에 관한 상세한 진행과정과 피해규모, 주도세력의 실체, 책임소재, 해결방안을 알아보았다. 본 토론시간에서는 광우병 파동의 발생원인의 이념적 분석과 현대 정치체제를 구성하는 가치들에 대한 인식을 재정립하고 이에 따른 대응전략의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세상엔 절대적 가치(궁극적 가치)와 비절대적 가치가 있다. 절대적 가치는 자명성과 무한성을 가지는 가치 즉, 그 자체로 자명하고 무한히 추구되어야 할 가치를 뜻한다. “자명하다”는 스스로 설명이 된다는 뜻이며 더 이상 “왜? “라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 단계를 뜻한다. 이 두가지를 충족하는 가치는 정의, 행복, 진리일 것이다. 이 중 행복은 특별히 집단의 목표가 되면 ‘공리’로 확장되는데, 그 순간 공리의 결함이 드러나며 유한성이 발생한다. 행복은 인간의 감정이 기준이기에 완전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정의, 진리의 보완이 필요하다.

위 3가지 궁극적가치를 제외한 나머지 비절대적 가치들은 자명성이 결여된 절대적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가치와 무한성이 결여되어 균형점까지만 추구되어야 할 유한가치, 그리고 절대적 가치에 반하는 반(反)가치로 나뉠 것이다. 

수단 가치에는 국가, 민주와 같이 크고 거시적인 가치부터 노동개혁, 교육개혁 등의 중간 규모의 가치, 쓰레기 줍기, 거짓말 안하기 같은 미시적이고 작은 가치가 있을 것이다. 유한가치에는 민주, 질서, 자유, 등 일정 한계점을 지나면 가치의 순기능을 잃고 부작용이 나타나며 반가치로 전락하는 가치를 뜻한다. 물론 유한가치는 보완전제가 따라붙으면 절대적 가치가 될 수 있다. - 예) 자유가 전제로 깔린 질서, 책임이 따르는 자유 등- 그리고 반가치에는 불의, 불행, 거짓 등이 있으며 절대적 가치는 선, 반가치는 악에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상태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문명이 발생하고 나름의 국가, 정치체제가 발생하였으나 전근대 문명이 고안한 정치체제는 공공선을 효과적으로 실현할 역량이 미흡하여 기득권 일부를 위해 권력을 사용되는 등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계몽주의시대가 도래하여 개인의 가치, 근대적 법치, 자유, 평등, 인권, 등 온갖 위대한 가치들의 발견들이 연달아 이루어졌다. 

그리고 시민혁명으로 이를 실현하여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민주적 절차로 의사결정하며 공공선을 위해 법치를 통하여 부작용을 통제하는 공화주의가 결합된 자유,민주,공화의 3요소를 갖춘 근대적 국가를 탄생시켰다. 그래서 이런 근대국가의 정신을 계승, 보완한 현대의 대한민국도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한 ‘민주공화국’이다.

이 세가지 가치는 도구적 가치이기에 한없이 추구되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민주가 균형점을 지나치면 다수의 횡포가 발생하고, 자유가 균형점을 지나치면 방종이 되고, 공화주의가 균형점을 지나치면 억압이 된다. 그래서 솥의 발 세개가 서로를 지탱하며 솥을 떠받치듯 하나의 가치는 나머지 두 가치의 보완을 받고 균형을 잡고 순환하며 궁극적 가치라는 솥을 떠받쳐야 한다.

한편, 전근대 문명에서 악은 폭력, 고문, 학살 등 노골적인 형태를 그대로 드러냈으나, 근대적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권력이 시민들에게로 이동하게 되면서 악은 선을 가장하는 방식으로 영향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체득했으며 현대문명의 생산력과 조직역량을 악용하여 과거보다 양적으로 훨씬 확대된 힘을 투사할 수 있게 되었고 홀로코스트 등의 사례를 볼 때 악이 세력을 얻는 과정에서 감춘 모습을 종국에 드러내도 시민들 스스로가 이미 악에 동조되어 선악을 구분하는 판단력이 마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자명성이 결여된 도구적가치를 자명한 절대적가치로, 무한성이 결여된 유한가치를 한 없이 추구해야 절대적가치로 오인하는 데서 발생하는 혼란 또한 고의적 악 못지 않은 파괴적 결과를 야기한다.

정의는 늘 승리하고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 하지만 비극은 발빠른 악이 창궐하여 세상을 한차례 휩쓸고 지나가고 스스로 자멸하면 악의 주체, 동조자, 피해자, 선한 자가 모두 상처를 입은 후 선은 늘 뒤늦게 폐허를 재건해야 한다는 것이다.

광우병사태는 불의, 거짓, 전체주의, 방종이라는 반(反)가치가 주도하고 -전체주의와 방종은 반의어에 가깝지만, 역설적으로 무질서가 극에달하면 곧 선동가가 나타나고 선동주체의 의지에 따르는 전체주의의 광기가 발현된다. - , 민족주의라는 수단가치와 민주주의라는 유한가치를 절대적가치로 오인하여 발생한 것이다. 민주과잉 측면에서 이런 삐뚤어진 민주과잉 현상을 두고 '천민민주주의’라는 지적까지 나오게 되었다. 

천민이라는 경멸적 표현은 비이성적 대중 또는 군중(mob)을 의미하고, 천민민주주의에 가장 가까운 정치용어는 군중에 의한 지배일 터이다. 즉 비이성적 대중의 뜻이 매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라는 의미다. 이런 절제 없는 정치상황은 사람들이 민주주의가 언제나 옳고, 도덕적일 거라고 무의식적으로 믿는 데서 나온다. 반면에 자유라는 말은 기본적인 권리가 아니며, 무도덕적이라고 여긴다. 그렇기에 자유민주주의라는 조합용어를 어색하게 생각하고, 민주를 더욱 중히 여기는 경향도 드물지 않다.1)

한편, 민족주의는 배타적,폐쇄적 민족주의와 개방적,건설적 민족주의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폐쇄적 민족주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구호로 대표되는, 한민족을 절대적 가치로 상정하고 편협한 자존심을 내세우며 맹목적, 광신적으로 자기민족의 우월성만을 강조하는 것이고, 건설적 민족주의는 우남이나 박정희 대통령이 보여준, 민족의 주체성을 중시하면서 자부심을 갖되, 동시에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겸손한 자세로 배우며 인류가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함께 실현해가려는 자세일 것이다. 

주제에 벗어나 조금 첨언하자면, 우리는 궁극적으로 인종도, 민족조차 나누지 않고 모두가 하나되어, 국경도, 군대도, 전쟁도 없는 이상적인 사해동포주의를 꿈꾸되, 고려인과 같은 특수한 예를 제외하면 지리적, 언어적으로 현실적인 민족구분이 존재한다는 팩트를 인정하고 건설적 민족주의를 시작으로 점차 민족에서 국가로, 국가에서 인류보편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현실에 맞춰 조율하며 나아가야 할 것이다. 광우병은 전자의 폐쇄적 민족주의에서 시작된 반미감정을 자극하고 나아가 북한이 미국을 바라보는 관점을 그대로 투영하여 선동한 결과이다. 또한 자유무역과 세계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막연한 두려움, 편협한 경제관이 작용하여 촉발된 사건이다.

자유주의자들은 광우병 사태를 두고 과잉민주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패러다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보편적이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니나, 개선할 측면이 있다. 

현대정치담론에서 자유,민주,공화의 의미는 유한성이 보완 된 개념으로 인식되는 것이 보편적이다. 즉, 자유의 의미는 무조건적인 자유가 아니라 방종으로 번지지 않도록 법의 테두리 안에서 책임을 수반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자유이며, 민주주의도 직역은 ‘백성이 주인이 된다’라는 의미이지만 근대적 민주주의의 정의는 국민이 권력을 가지고 그 권력을 스스로 행사하며, 자유권, 평등권, 다수결의 원칙, 법치주의를 그 기본원리로 한다는 보완성이 이미 내포되어 있다. 공화주의 또한 법치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 민주의 가치가 보완한다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다. 

즉, 강조점이 다르고 작용분야가 자유주의는 개인의 권리 수호, 민주주의는 의사결정방식, 공화주의는 국가형태에 비교적 중점을 두고 있을 뿐이지 밑바탕에 계몽주의에서 발견한 인류보편의 가치를 포함하여 보완성이 내포되어 있다고 인식될 수 있다. 종교에 비유하자면 성부, 성자, 성령이 작용방식과 역할이 다르지만 결국 삼위일체로 기본개념은 하나인 것과도 일맥상통 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국내 현실에 대입하면 세 가지 가치 사이에 큰 차이가 발견되는데 현대 한국사회에서 자유는 보완되지 않은 부정적 부분이 부각되어 인식되는 경우가 많고, 민주는 누가 굳이 말 안해도 대부분이 보완된 개념으로 받아들이며 아예 이를 넘어서 절대적 가치로 인식한다.

그러므로 아무리 과잉민주주의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해도 어쨌든 큰 틀에서 저들을 저들이 원하는대로 ‘민주’라는 이름을 붙여주는 꼴이고, ‘민주’라는 가치는 지난 수십년간 모든 것에 우선하는 절대적인 위상을 확보하였기에 앞서 서술한대로 보완성이 내포된 가치로 인식하는 비율이 대다수이기에 결국 저들을 돕는 꼴이 되는 것이다. 

고상한 자유의 영역을 민주가 과잉되어 침범했다는 패러다임보다, 자유, 민주, 공화 세 가지 질서가 균형잡힌 상태를 ‘전체주의, 방종, 무질서가 파괴했다는 관점이 좀 더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는 우리 것, 민주는 저들의 것, 이런 구도는 부적절하며 전략적으로도 손해이다. 

본인은 자유, 민주, 공화 세 가지 가치가 고르게 추구되어야 하는데 우리사회가 자유의 가치를 비교적 소홀히 하고 있기에 자유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더 실현되어야 균형점에 도달한다고 생각하기에 자유의 중요성을 부각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다른 가치를 저들에게 넘겨줄 생각이 없다. 광우병 시위대는 주동자든, 동조자든 간에 처음부터 반가치만 따랐을 뿐, 민주적 가치를 따르다가 그것이 과잉되었다는 수식어도 저들에겐 사치이다. /김동근 대한민국청년대학생연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