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쌀 소비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 밥을 먹지 않는 탓이다. 쌀이 남아돌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쌀값은 좀처럼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970년대는 국민 한 명당 연간 136.4kg의 쌀을 소비했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62.9kg, 1일 소비량은 172.4g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더라도 쌀소비는 40년새 54% 감소했다.

12일 충남농협에 따르면 식당에서 파는 공기밥 한 공기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쌀은 100g 정도. 하루 쌀 소비량이 172g이라는 말은 하루에 공기밥 2개를 채 안 먹는 셈이다.

쌀 20kg을 4만원이면 살 수 있으니 밥 한 공기(쌀 100g)를 만드는데 쌀값은 200원이면 충분하다.

누구나 쉽게 뽑아먹을 수 있는 자판기 커피값 400원보다도 싼 가격이다. 단순 산술적으로 지난해 국민 1명당 쌀을 소비하는데 하루에 345원을 지출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같은 쌀값과 커피값 비교에 대해 일부에서는 밥을 만드는 원재료인 쌀 가격과 가공식품인 자판기 커피값과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없진 않다.

이에 대해 충남농협 측은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쌀값이 어느 정도 떨어졌는지 쉽게 알리려고 비교를 한 것일 뿐"이라며 "쌀과 커피를 두고 둘 중 어떤 게 더 싸고 비싼지 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주식인 쌀값이 어느 정도 바닥이고 사람들이 얼마나 적게 먹는지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쌀을 먹지 않다보니 국내 양곡창고에는 쌀이 남아돈다.

지난해 국내 쌀 재고량은 135만t.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권장 재고량인 72만t의 두 배에 육박한다.

재고쌀을 보관하는 데는 돈도 적지 않게 든다. 10만t을 관리하는 데 연간 316억원이 드는 것으로 정부는 추정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쌀 재고량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쌀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조건으로 일정한 양을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국내 쌀 의무수입량은 1995년 5만1천t에서 2014년 40만9천t으로 급증했다.

쌀 소비량은 줄어들고 의무수입량은 증가하면서 재고쌀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재고쌀을 해외원조, 대북지원, 가공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했으나 쌀 소비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식량 주권 차원에서 쌀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쌀 소비를 늘리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번 쓰고 버리는 꽃대신 쌀을 기부한다든지, 쌀 가공식품을 개발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등 여러 방안이 현장에서 논의되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시작된 중국 쌀 시장 개방은 국내 쌀 소비촉진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충남 농협에 따르면 서천군은 지난 2월 국내 처음으로 중국 쌀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달 말까지 서천 서래야쌀 41t을 수출하는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계속해서 줄어드는 쌀 소비는 농촌 소득감소는 물론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정부차원의 쌀 소비촉진 운동이 필요하다"며 "우리 쌀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위해 지속적인 쌀 소비 캠페인을 벌이고, 중국 등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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