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어느 당도 과반을 넘기지 못했고, 정당 득표도 60%를 넘긴 정당은 없었다.’
16년만에 여소야대를 구성한 20대 총선은 그야말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었다. “정치혁명”이라는 말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변이 속출했다.
오랜 병폐였던 지역주의 구도가 대구에서도 깨졌다. 이 지역에서만 더민주 1석, 무소속 3석이 나왔다. 영남 의석을 대거 내준 새누리당은 대신 호남지역에서 의석 하나를 더 추가해 2석을 만들었다. 수도권에서 더민주의 광풍이 일면서 서울 강남·송파에까지 파란 깃발이 꽂혔다.
국민의당은 광주 8석을 싹쓸이했다. 호남 전체를 봐도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더민주는 호남의 표심은 되살리지 못했지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122석 중 82석을 차지했다.
오랜 내홍에 분당 사태까지 겪었던 더불어민주당은 12년만에 제1당이 됐다. 막판에 공천 파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새누리당은 졸지에 집권당이면서도 제2당으로 전락했다.
이번 선거의 특징이라면 여야 할 것 없이 아성에서 회초리를 맞았다는 것이다. 또 철저하게 당의 공천 과정과 공약을 심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잘 드러났다.
후보로 나선 인물이 마음에 안 들어도 색깔만 보고 찍는 구태는 점차 사라져야 한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은 하고 있다. 정말 걸출하고 진실된 인물만 있다면 영남 유권자들도 호남 출신 정치인을 키우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정치인들은 여전히 지역주의라는 안전한 프레임에 안주하고 싶어하지만 이미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는 타파되어야 할 구습으로 생각하고 있다.
또 유권자들은 당과 후보가 내건 정책공약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로운지 셈법도 명쾌하다. 따라서 선거에 도전할 정치인들은 레토릭에 불과한 공약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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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6년만에 여소야대를 구성한 20대 총선은 그야말로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는 데 손색이 없었다. “정치혁명”이라는 말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이변이 속출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
하지만 이번에도 여야 할 것 없이 공천 과정은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았다. 공천은 말 그대로 정당의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국민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받쳐지는 ‘꽃’이다.
선거 때만이라도 정치권이 반드시 치러야 할 국민을 향한 서비스 정신이 실종된 것이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한마디로 부끄러운 줄 모르는 권력욕만 드러낸 집안싸움에 끝내 유권자들의 분노를 불렀다.
야당은 일찌감치 공천을 앞두고 계파 갈등으로 분당 사태까지 맞았다. 하지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표직 사퇴 등 일정 정도 수습 과정을 거쳤고, 이런 덕분에 선거 직전 호남을 방문해 읍소한 문 전 대표의 행보가 수도권의 호남 표심을 움직였다.
반면, 새누리당은 선거에 임박해 공천 갈등을 겪었는데도 제대로 수습할 틈도 없이 선거를 치렀다. 당초 새누리당 내 친박·비박 갈등은 오래 전부터 예견돼왔던 것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코미디 같은 당 대표의 옥새파동까지 겪은 뒤에도 봉합하는 노력은 없었다.
여야 각 당의 구태를 돌이켜보면, 더민주는 사실 후보 공천에서도 계파주의가 넘쳐났었다. 이번 선거에서 선전한 것이 이변인 까닭이다.
대구라는 적지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여온 홍의락 후보를 단칼에 낙천시켜버렸다. 영남은 더민주에게 있어서 국민이 아닌 셈이다. 호남지역도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문 전 대표를 봐주고 싶어도 찍을 후보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하니 당의 무성의함을 읽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선거 직전 행사한 공천 과정에서 막말 파문 등 입을 다물 수 없는 사태가 이어졌다. 사실 이 일로 인해 여당의 공천 계획이 상당히 흐트러졌다는 뒷말이 나와있는 데도 선거 전에 당 차원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참패를 겪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4일 중앙선대위 해단식을 하면서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믿었던 낙동강벨트에서도 5곳이나 야당에 내주고 혼자 살아남은 김 대표의 대권가도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의 또 다른 대권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낙선해 대권주자의 손실 또한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여야 가릴 것없이 당 지도부가 공천을 통해 정당을 지배하려는 정치적 행태가 반복되고 있는 폐단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잘 보여준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다보니 정작 정치인들은 무감각해진 모양이지만 이를 바라보던 유권자들은 분노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공천은 정당을 뛰어넘는 민주주의와 직결되는 헌법질서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이제 한국 정당도 정당공천시스템을 제도적 차원에서 고찰하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제도화라고 해서 기계적으로 하자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배경이 뒷받침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 당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 정체성을 분명히 재정립하고 여야가 정책 개발로 승부하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공천 과정에서도 ‘전략공천’이니 ‘사당화’니 하는 말들이 사라져야 ‘국회 선진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게 국민의 열망이다. 정치권이 변하지 않으면 다음 선거에서는 진짜 ‘정치혁명’이라는 뜨거운 역사가 씌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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