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가게' 들어선 종로4가 지하상가 곳곳엔 '공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정부가 빈 점포가 늘어난 전통시장에 청년 상인들이 기반을 잡을 수 있도록 총 250억원을 들여 ‘청년몰’ 육성에 나서면서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청년창업자들의 이야기부터 그들을 바라보는 일반 상인들  시선을 따라가보기로 했다.

   
▲ (왼쪽)19일 찾은 '종로4가 지하상가'의 한산한 모습.(오른쪽) 상가에는 현재 운영되지 않은 공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미디어펜 = 백지현 기자

한 때 ‘청년가게’로 언론에 이름을 오르내렸던 ‘서울 종로4가 지하상가’를 지난 19일 기자가 찾아가보니, 주변에 자리한 광장시장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무척’이나 뜸했다.

이를 지켜본 결과 간간히 행인들이 상가로 내려왔지만, 쇼핑을 주목적으로 상점을 둘러보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상가가 지하철로 연결되는 줄 알고 내려왔지만, 아닌 것을 확인하고 곧장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금은방, 양복점 등 혼수용품 전문상가로 한 때 유명세를 떨쳤던 서울 종로4가 지하상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다. 특히 2000년대 서울시가 지상의 보행로를 확대하기 위해 지상에 횡단보도를 설치한 뒤로 지하상가의 유동인구는 눈에 띄게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상에 귀금속 상가까지 생기면서 상가상권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상권을 내주면서 아예 장사를 접은 상인들도 속출했다. 2013년 기준 102개 점포 중 20여 곳이 공실이었다. 서울시는 돌파구로 ‘청년일자리허브’ 프로젝트를 추진, ‘종로4가 청년가게’를 탄생시켰다.

이는 상가의 빈 점포를 장사하려는 청년들에게 내주고, 상가의 상권을 살려보겠다는 취지였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청년몰 취지와 거의 흡사하다.

프로젝트를 통해 이후 가죽공방, 교구제작, 공예, 뜨개질 등 저마다 특색 있는 10여개의 청년가게가 문을 열었다. 청년몰이 형성되면서 이 곳에 호기심을 갖는 시민들이 하나둘 씩 생겨났고 간혹 이 상가를 찾는 사람도 생기나기 시작했다. 관심일 뿐 그렇다고 상권 회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없었다.

구원투수격인 청년창업을 바라보는 상인들은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프로젝트가 종료된(2015년) 이후에도 ‘청년가게’를 바라보는 기존 상인과 시니어 상인과의 간극은 줄어들지 않았다.

지하상가에서 수십 년 째 금은방을 운영해왔던 김모씨(68·여)은 “서울시가 지하상가를 살리겠다고 나섰을 때 이곳에서 자리 잡고 상점을 운영해온 상인들은 기존 혼수전문점들이 들어서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혼수전문점들이 밀집됨으로써 내는 시너지 효과를 원했다. 그런데 시가 이와 무관한 청년들에게 가게를 내준다고 발표하면서 기존 상인들은 한때 반대했다. 임대료 문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청년창업자를 키운다는 이유로 청년들에게는 상점 임대료 등과 관련해 많은 혜택을 지원했지만 상인들은 달랐다”며 “이들로 임대료까지 오르게 되면 안 그래도 장사가 어려운 마당에 오른 임대료까지 걱정할 판이다. 시가 발표한 대로 청년가게를 열어 상권이 살아났느냐”고 반문했다.

청년가게로 시작해 자리를 잡은 시니어 상인들도 한편으로는 ‘청년가게’에 대한 부담도 크게 작용했다고 말한다.

청년가게로 시작해 지금은 일반가게로 전환해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시니어 운영자는 “우리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상권은 이미 밀려나 있었다”며 “오히려 청년가게가 들어서면서 상가가 활기를 띄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가게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다 보니 오히려 청년가게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지금은 모두가 일반상점으로 전환돼 기존 상인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초창기 청년가게에 대해 부정인 시각으로 바라봤던 기존 상인들도 이제는 시니어 상인들에게 마음을 열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바람대로 청년몰을 잘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상인과 청년창업간의 융화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해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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