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뒷전, 분배 강조…정당들은 다수가 원하는 포퓰리즘 정책 내놓아
자유민주연구원은 20일 한국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20대 국회의원 당선자의 경제-안보-국가정체성 성향 분석’ 세미나를 개최했다. 패널로 나선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이번 20대 총선에서 각 당이 제시한 대부분의 정책은 중도좌파나 좌파에 해당한다”며 “경제 성장보다는 분배가 강조되어 침체된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 등 각 정당은 경제 발전을 위해 옳은 정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한다”며 “이것이 민주주의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갈등 관계지만, 민주주의의 다수 결정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며 “경제 성장이 경제와 관련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우리는 2017년 12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튼튼한 안보와 경제 성장이 대선 의제로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아래 글은 신중섭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20대 국회의 경제성향과 경제정책 영향”을 읽고 

오정근 교수는 “20대 국회의 경제성향과 경제정책 영향”에서 흥미로운 분석을 제시했다. 정당의 경제관련 정책을 우파, 중도우파, 중도, 중도좌파, 좌파로 구분하고, 그것을 계량화하여 수치로 표현했다. 곧 4.5이상〜5.0이하는 우파, 3.5이상〜4.5이하는 중도우파, 2.5이상〜3.5이하는 중도, 1.5이상〜2.5이하는 중도좌파, 1.0이상〜1.5이하는 좌파로 규정하였다.

20대 국회의 각 당의 경제성향은 새누리당이 2.9, 더불어 민주당이 1.9. 국민의당이 2.0, 정의당이 1.5이며, 평균은 2.3이다. 현재 상황에서 이들 정당이 제시한 정책이 얼마나 입법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우파 정당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마저도 중도파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도 다수의 중도좌파 정책과 특히 기업과 농업 부분에서는 좌파 정책을 포함하고 있다.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일관적으로 유지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분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19대 국회가 문을 연 2012년 7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당시 현직 의원 295명이 1458개 법안에 대해 표결한 결과를 일일이 분석하여 국회의원들의 이념을 분류했다. 각 의원의 표결 성향을 '가장 진보' -1에서 '가장 보수' +1 사이에 자리 잡도록 척도화하여, 진보와 보수를 절대적 개념이 아닌 상대적 개념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분석에서 모든 의원이 만장일치로 찬성 또는 반대한 법안은 이념 위치의 추정에서 제외되었다. 이와 달리 표결이 첨예하게 갈렸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법인세법 일부개정법률안' 등의 법안에 대해 동일한 방향으로 표결한 의원들은 비슷한 이념 위치를 가진 것으로 분류했다. 

조선일보의 분석 결과, 19대 국회는 18대 국회에 비해 양극화가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진보 성향을 보인 여당 의원보다 더 보수 성향인 야당 의원은 2명에 불과했다. 야당에서 가장 보수적인 의원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의 여당 의원은 19명에 지나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같은 방법으로 지난 18대 국회에서 처리한 2389개 법안의 표결을 분석한 결과에선 가장 진보적인 여당 의원보다 보수 성향인 야당 의원은 3명이었고, 가장 보수적인 야당 의원보다 진보 성향을 보인 여당 의원은 46명에 달했다. 조선일보는 여야 의원들의 표결 행태가 개인의 소신보다는 당론에 크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갈등 관계지만, 민주주의의 다수 결정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자료사진=미디어펜


그러나 조선일보의 분석과 달리 오정근 교수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정당이 제시한 경제관련 정책을 이념적으로 상대적 개념이 아닌 절대적 개념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차별화되며, 우리 경제의 미래와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각 정당의 공약에 나타난 경제 정책 각각을 5범주로 분류하였다.

각 당이 제시한 대부분의 정책은 중도좌파나 좌파에 해당한다. 우파 정책에 해당하는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정의당을 제외한 주요 3당이 우파 경제 정책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3당 모두 미래성장산업 발굴을 경제 성장과 일자리 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 점을 부각시켜 미래성장산업 발굴을 위해 방법과 정책을 개발하는데 학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원론적으로 보면 우파에서 좌파로, 5점에서 1점으로 갈수록 경제 성장은 둔화된다. 곧 ‘시장경제지수’가 낮아질수록 경제 성장은 낮아진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경제 성장보다는 분배가 강조되어 침체된 우리 경제가 활력을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선거에 참여하지 않을 수도 없다. 좀 더 자유로운 사회와 경제 성장을 원하는 유권자들조차도 주어진 정당 가운데 어느 한 정당에 속한 후보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시장경제지수’가 가장 높은 정당의 후보에 투표를 해도 중도 정당에 투표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은 민주주의의 숙명인지도 모른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각각의 정당은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책을 제시하여 표를 얻어야하기 때문에 포퓰리즘적 정책을 제시하기 마련이다. 각 정당은 경제 발전을 위해 옳은 정책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원하는 정책을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한계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포기하지 않은 한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우선 할 수 있는 것은 경제 성장과 ‘시장경제지수’의 관계를 널리 알려 유권자들이 올바른 경제 지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정당이나 국회의원의 이념 성향을 분석하여 상대적으로 시장경제지수가 높은 정당과 국회의원을 유권자들이 선호하고 지지하도록 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갈등 관계지만, 민주주의의 다수 결정이 시장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경제 성장이 경제와 관련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가장 믿을 만한 방법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믿도록 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2017년 12월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튼튼한 안보와 경제 성장이 대선 의제로 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 현재 상황에서 20대 국회를 구성할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이 제시한 정책이 얼마나 입법화될지 알 수 없지만 우파 정당으로 분류되는 새누리당 마저도 중도파로 분류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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