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본질 외면…일부 청년에게만 세금 몰아줘
서울시가 7월부터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 90억 원이 투입되며 지급 된 수당의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내역을 확인하지도 않는 방식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용돈 몰아주기나 청년 로또로 불리는 이유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은 3가지 쟁점을 안고 있다. 정책의 실효성 문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 대한 책임성의 문제,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청년이여는미래, 청년이만드는세상은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청년수당 정책의 3가지 쟁점을 각계의 전문가 및 이해당사자인 청년들과 함께 짚어보았다.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청년수당,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에 패널로 나선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는 “저성장의 일반화와 청년 실업의 만연 가운데 논의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행하는 청년수당”이라며 “청년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형 사업이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는 상당수의 생활보호대상자와 노약자들이 존재하는데 가장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시기의 청년들에게 세금을 몰아주는 것이 공정한 것인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경훈 대표는 “지역 간 역차별은 물론이거니와 청년수당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며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갈만한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데에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백 대표는 “박원순 시장의 청년수당이 또 다른 무상복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고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백경훈 대표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청년일자리 정책과 청년수당 정책의 미스매치

2016년 2월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며칠 전 발표한 3월 실업률 또한 동월 대비 역대 최고라고 한다. 마른 수건에 물 짜내듯 온 나라가 청년일자리 만들자 나서고 있지만, 2016년 4월 현재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헬조선, 흙수저, N포세대라는 표현이 과하다 싶기도 하지만 청년들의 자립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정책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정책 이름으로만 발표문을 빽빽이 채울 수 있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그 양만큼이나 질적으로 얼마나 실효성이 있나 하는 것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저성장이 일반화 되었다. 일자리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줄어드는데 비슷한 대학 졸업장을 가진 청년들은 해마다 몇 십 만 명씩 사회로 나오고 있다.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이 무엇일까. 쉽게 이야기해서 갈만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려스러운 것은 최근 이어진 청년정책들이 ‘일자리 창출’보다는 ‘안전망 마련’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청년 안전망도 일자리 창출이 있을 때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청년들에 대한 관심과 이를 정책화 하는 것은 참 고마워할 일이지만, 이러한 관심이 눈 먼 정책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자리 정책은 수없이 많지만,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은 보이지 않는다.

이 논의의 핵심에 있는 것이 바로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청년수당’이다. 서울시가 7월부터 미취업 청년 3,000명에게 1인당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강행하기로 했다. 한 해 90억 원, 부대비용까지 5년간 500억 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다. 청년들에게 관심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든 지원해주려고 하는 노력 자체는 참 고마운 일이다. 박원순 시장처럼 청년들에게 관심 갖는 정치인도 드물기는 하다. 하지만 그 내용과 진행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그 진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1. 청년수당이 차라리 청년빈곤층을 위한 정책이라면

청년수당의 대상은 본래 ‘중위소득 60% 이하’에 해당하는 청년들에게만 지원 자격을 부여(2015년 발표)하려 했으나, 최근 발표에서는 일단 제한을 두지 않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가구 소득, 부양가족 수, 미취업 기간 등 경제·사회적 조건으로 1차 정량 평가’, ‘2차 정성 평가에선 사회활동참여의지와 진로계획 구체성 등을 검토해 선발’ 하는 방식이다.

현재 논의되는 ‘청년수당’ 자체를 생각하지 않고, 취업기회 마련과 생계가 어려운 청년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부조형 사업이라면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청년수당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신청 자체에 제한이 없으며 ‘공공·사회 활동 계획서를 받아 심사를 통과’하면 지급하는 방식이다. 저소득층 청년들을 위한 정책으로 시작했다지만, 갈수록 과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결국은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청년들은 기획안을 써야 하고 심사를 받아야만 한다. 저소득층 청년을 위한 다는 정책이 왜 이리 벽이 높고 요란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 박원순 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청년수당을 강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왜 선거를 앞두고 법정공방 중이고 사회적 논의도 덜 된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 했을까./자료사진=연합뉴스


불특정다수가 낸 세금을 무상으로 특정인에게 지급하는 것이 공정한 정책인지 모르겠다. 심사를 통해 뽑힌 3,000명의 청년들이 받을 한 달 50만원이라는 돈은 그들보다 어렵게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낸 세금일 수 있다. 이러한 불공정함은 우리사회의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청년(만 19~29세)이 아닌 사람들에게 또한 역차별이 아닐까.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상당수의 생활보호대상자와 노약자들이 존재한다. 가장 왕성한 생산력을 가진 시기의 청년들에게 세금을 몰아주는 것이 공정한 것인가.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박원순 시장은 총선을 앞두고 청년수당을 강행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왜 선거를 앞두고 법정공방 중이고 사회적 논의도 덜 된 정책을 무리하게 강행한다 했을까. 저소득층 3,000명에게 지급한다는 이 정책을 이리도 요란하게 지급해야만 했나. 박원순 시장 책상에 쌓인 서류더미 만큼이나, 또 하나의 뽐내기 행정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이다.

2. 청년수당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너무나 명백하다

청년수당은 지역 간 역차별의 요소도 가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는 이미 레드오션이다. 안타깝게도 기성세대 중심으로 짜여진 일자리 시장 안에서 정규직에 좋은 일자리는 이미 아버지와 삼촌 세대의 자리이다. 더구나 정년연장까지 등에 업어 청년들의 취업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얼마 안 되는 갈만한 일자리는 전국의 수많은 청년들에게 ‘워너비’ 일 수 밖에 없다. 지방에 있는 청년들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 속에서 서울에 있는 청년들에게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또 다른 차별과 갈등의 씨앗을 뿌리는 일 일 것이다.   

누차 강조하지만 청년실업의 근본 원인은 ‘갈만한 일자리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일자리는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주는데 비슷한 대학 졸업장을 가진 청년들은 해마다 몇 십 만 명씩 사회에 나온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진행하는 청년정책은 일자리 만들기에 방향을 두어야 한다. 노동시장 활력을 기반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책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함께 추진해 나가려는 의지 자체는 환영한다. 하지만 최근 ‘청년정책’이라 이름 붙여진 정책들이 ‘일자리 창출’없이 ‘청년안전망’에만 포커스를 두고 있고, 여기에 대표적인 정책이 청년수당 이라는 것이다. 

결국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 정부·지자체의 역할은 기업과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는 제도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만드는 일자리 수에도 한계가 있다. 공공일자리는 결국 우리 가족들이 어렵게 낸 세금으로 이루어진다. 단기간의 눈에 보이는 효과만 바라고 무얼 더 줄까를 경쟁하지 말고, 기업과 근로자들이 넘쳐나는 다른 나라 도시들과 경쟁했으면 한다. 청년들에게 필요한건 오늘의 용돈보다 내일의 일자리 이다. 요란해도 좋으니 생색내기 말고.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노력이든 논쟁이든 많이 좀 했으면 한다. ‘일자리 만들기’ 없이 수당을 주겠다는 이야기만 하니 포퓰리즘이라는 지적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서울시의 청년수당은 프랑스의 알로카시옹(18~26세 현급수당 지급)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25%를 넘으며 IS보다 청년실업이 더 무섭다는 프랑스에게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현금복지’를 지양하고 ‘일하는 복지’로 돌아선 북유럽의 상황만 봐도 우리가 무엇을 벤치마킹해야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 박원순 시장에게, 그리고 20대 국회를 이끌어갈 분들에게 바란다. 단기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내는 정책도 좋지만, 미래를 끌어갈 청년들에게 빚과 부담이 되지 않는 중장기적인 플랜과 실행을 간절히 바래본다./자료사진=연합뉴스


3. 청년수당, 또 다른 무상복지의 서막 

전국별로 고용센터가 존재한다. 서울 고용센터에만 가도 청년들은 자신의 현 상황을 진단받고, 일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 니트족을 위한 정책은 이런 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만 강화해도 청년수당보다 몇 배의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생각한다. 청년수당은 안 그래도 긴 취업 소요시간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일자리는 늘지 않고 취업 소요시간만 늘리는 정책은 청년들의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청년들의 취업 소요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에서의 정책 수립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청년 당사자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와 잠재성장률 하락을 대비해야만 하는 모두의 당면한 과제이기도 하다. 급하지만 긴 호흡으로 내다봐야 한다. 단기간에 효과를 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5~10년 정도는 내다보고 대안을 수립해야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걱정되는 것은 청년수당이 또 다른 무상복지의 서막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야당에서 앞 다투어 내놓은 이번 총선 ‘청년수당’ 정책만 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서울시 일부 정책이다 할 수도 있겠지만 한 번 시작되면 멈출 수 없고, 누구나 그 혜택을 누리고 싶어 할 것이다. 장년수당, 백세수당, 엄마수당, 아빠수당이 나오지 말란 법이 어디 있을까.  

박원순 시장에게, 그리고 20대 국회를 이끌어갈 분들에게 바란다. 역대 최악의 실업률 속에서도 두 발 굳건히 딛고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들이 있다. 단기적이고 눈에 보이는 효과를 내는 정책도 좋지만, 미래를 끌어갈 청년들에게 빚과 부담이 되지 않는 중장기적인 플랜과 실행을 간절히 바래본다. /백경훈 청년이여는미래 대표
[백경훈]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