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시위 현장에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정치적 구호를 내걸어 논란이 된 세월호 집회에 청소년들이 투입됐고 “나는 노동 계급이다. 사회 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프롤레타리아(노동계급의) 혁명”이라고 외치는 여고생까지 등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어린 여학생의 단호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다.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정치의 도구로 내모는 것은 바람직한 처사가 아니다. 어떤 세력이 학생들을 거리로 내몰아 선동하고 있는 지 알아보고 이에 대한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자유교육포럼과 자유경제원은 18일 ‘시위하는 학생들, 누가 왜’ 교육쟁점 제3차 토론회를 공동개최했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은 “현행 교육 과정은 ‘배울수록 비뚤어지는’ 환경”이라며 “일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무언가를 배워가면서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민족을 강조하며 세계화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조 연구원은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거리에 나가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며 “이는 그간 문제가 된 교과서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선생님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조 연구원은 “자유의 가치를 아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어야 한다”며 “이는 전교조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아래 글은 조우현 연구원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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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
학생들을 집회로 내모는 배후세력
교복 입은 학생들이 시위현장에 처음 등장한 건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였다. 당시 좌파 언론들은 청소년들이 ‘스스로’ 집회에 참석했다고 강조했다. 또 청소년이 있었기에 시작했고, 청소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아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배후세력이 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한사코 부인했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은 ‘학생들을 광우병 집회로 내모는 5개의 배후세력’이라는 기사를 통해 전교조, 정치세력, 언론,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배후세력이 아니며 진짜 배후는 미친 정부, 더 자세히는 미친 소와 미친 교육을 주도하는 정부라고 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좌파언론들의 주장은 동일하다. 매 현안마다 ‘미친’이란 수식어를 사용해 사회를 조롱하고, 시위를 조장한다. 그러다보니 청소년들이 집회에 등장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닌 게 되었다. 더욱 자극적인 문구를 들고 나올 뿐이다. ‘미친’이라는 수식어는 이럴 때 사용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자발적으로 나왔다는 학생들
시위에 나온 청소년들은 스스로 보호받을 대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 성장했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특정 진영의 논리를 가르쳐 시위 현장에 나왔다’고 하는 것을 싫어한다. 한 결 같이 자발적인 참여라고 주장한다.
“이날도 고등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용감하게 발언했다. 이들은 특히 배후세력 운운하는 보수신문들을 규탄하는 발언을 많이 했다. 강수빈(18·오륜동)양은 “좌파와 전교조가 우리를 내보냈다고 하는데 아니다. 우릴 이 자리에 내보낸 건 선진화된 민주의식이다”고 주장했다.” 1)
“이들의 논리는 언제나 '학생은 미성숙한 존재'라는 시기상조론과 '좌파 교육 어쩌고'하는 구시대적 색깔론이다. 과연 그들의 말대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미성숙한 존재라서, 판단력이 없기 때문에 인권조차도 제약받아야 하는 걸까.” 2)
‘중2가 무서워서 북한군도 못 쳐들어온다’는 말이 있다. 육체적인 변화와 정신적인 미성숙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어 감당 못할 시기가 바로 청소년인데, 이들이 무서워 무자비한 북한군도 못 쳐들어온다는 우스갯소리다. 시위에 나오는 학생들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좋게 말해 똑똑한, 나쁘게 말해 자아도취 된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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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교육 과정은 배울수록 비뚤어지는 환경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민족을 강조하며, 세계화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본다. 자유와 독립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거리에 나가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자료사진=미디어펜 |
“인권조례가 통과되면 학교가 정치의 장이 될 거라는 주장을 두고 청소년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 공현 씨는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조례가 통과되면 학생들이 가지는 불만이 대부분 사라지기 때문에 학교 내에서 집회를 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학생들이 가장 강한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두발과 복장 규제 등이다. 3)
청소년 인권단체 ‘아수나로’ 활동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키기 위한 아수나로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고, 현재 서울·경기·광주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시행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광주에서 아수나로의 집회시위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 의아한 것은 활동가들의 정체다. 청소년이 중심이 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아수나로에 청소년이 아닌 것 같은 활동가들이 눈에 띈다. 2007년 기사이긴 하지만, 아수나로 대표 정OO는 나이가 29세다. 또 2007년부터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 공O도 있다. 2007년 당시에는 청소년이었다고 해도, 어떻게 10년째 청소년일 수 있는지, 청소년이 아닌데 왜 청소년 중심을 표방하며 활동하고 있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하나 더, 아수나로의 미래를 논하는 글에서 ‘남한’에서 청소년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보통은 ‘대한민국’이라고 한다. 왜 남한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남한으로 지칭하는 세력은 종북세력 뿐이다. 생각보다 위험한 배후세력이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이 되는 대목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하며 고군분투하는 아수나로의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그들의 행동은 그간의 노력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다. 덧붙이자면 우리의 인권은 이미 남녀노소 불문하고 헌법에서 보장해주고 있다. 괜한 일에 힘 빼지 말고 본분에 충실 하는 것은 어떨까 조심스레 제안하고 싶다.
“청소년은 어른들이 보는 것처럼 선동당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다. 돈 때문에 집회에 나오는 존재도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고 말을 하는 존재다. 문제는 지금까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그런 생각을 표현할 기회가 너무 적었다.” 4)
유쾌한 정치 실험 공동체(?) ‘정치발전소’에서 청소년 정치 책 읽기 모임 ‘청사과’를 만들었다고 한다. 대학생이 청소년에게 박상훈 <정치의 발견>,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최장집 교수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를 읽힌다고 한다. 위의 인터뷰는 모임의 주축이 된 학생이 인터뷰 한 내용이다. 단체를 소개하며 청소년들의 정치 참여를 권장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정치참여권을 주면 그 다음은 무엇일까. 술·담배를 허용해 달라고 할 것이고, 그보다 더 한 것도 요구할 것이다. 벌써부터 가출할 권리, 수업을 듣지 않을 권리는 현재 요구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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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위에 나온 고등학생은 "좌파와 전교조가 우리를 내보냈다고 하는데 아니다. 우릴 이 자리에 내보낸 건 선진화된 민주의식"이라고 주장했다./자료사진=연합뉴스 |
어떻게 해야 할까
물론 이런 논란은 일부 학생들에 한한 것이다. 본분에 충실한 학생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에서 주최한 그간의 교육 토론회에서 밝혀졌듯, 현행 교육 과정은 ‘배울수록 비뚤어지는’ 환경이다.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민족을 강조하며, 세계화를 비뚤어진 시각으로 본다. ‘자유’와 ‘독립’을 가르치지 않는다.
이런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거리에 나가는 것은 놀라울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또 교과서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진리로 받아들이는 아이들에게, 선생님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졌다. 자유의 가치를 아는 교사들이 앞장서야 할 때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1) 한겨레. 3만 촛불 “정부가 못하면 우리 스스로 지켜야”. 2008-05-09.
2) 오마이뉴스. 어린 학생들 정치 도구로 이용말라더니. 2010-07-12.
3) 프레시안. 학생인권조례안이 학생을 '예비투사'로 만든다? 2010-07-09.
4) 오마이뉴스. 정치면은 빼고 신문 읽으라는 어른들에게. 정치발전소 청소년 정치 책 읽기 모임 시즌2 시작, 2015-10-14.
[조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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