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의춘 미디어펜 발행인
이젠 넓은 아량과 포용으로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증오와 복수의 서슬퍼런 칼날보다는 관용과 너그러운 금도가 필요한 때이다.
진정으로 친정을 아끼고 사랑한다면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한다.
후배들의 등을 토닥이며 글로벌 금융회사로 만들어가라며 길을 비켜줘야 한다.

요즘 2010년 신한사태의 당사자였던 신상훈 전 지주사장의 행보를 보면 이같은 생각이 난다.
신전사장은 지난해말 고법에서 형량이 벌금형(2000만원)으로 감형되면서 잃었던 명예를 회복한 듯이 보인다. 신전사장은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고법 판결로 금융회사 취업에 필요한 제한이 풀렸으므로 복귀해서 직접 신한의 키를 잡아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자신은 피해자였기에 신한경영에 다시금 참여해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가해자인 나응찬전회장, 이백순 전 행장 등에 의한 자신의 축출음모(?)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보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신전사장의 말들엔 강한 복수의 칼날이 들어있다. 가해자들을 응징하겠다는 흉중이 드러나 있다.

심지어 신한사태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4대 금융지주사중에서 가장 좋은 경영실적을 내고 있는 한동우 회장체제에 대해서도 독설을 품었다. “신한금융은 죽은 조직이다, 지금같아선 신한의 미래는 없다”는 험한 발언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신전사장은 일본으로 날아가 재일교포 주주들을 설득했다. 본인의 권토중래를 위해 도와달라는 것이다.

신전사장의 행보를 보는 신한경영진이나 조직원들은 마음이 편치 않다.

지금 신한은 한동우 회장이 탕평책을 통해 조직의 상처를 수습하고, 저금리와 불황업종의 잇단 부도 및 워크아웃에 따른 부실채권 증가 등 비상한 금융환경 속에서 신수종사업 발굴과 수익극대화, 사업재편을 통한 비용절감 등에 전력투구중이다. 이런 위기 극복과 미래 경쟁력강화과정에서 신 전사장이 다시금 복수의 칼날을 갈며 경영진에 대해 독설을 쏟아내며 뒤흔드는 것에 대해 신한맨들은 어떻게 생각할가?

신전사장의 명예회복은 필요하다. 하지만 복수를 전제로 한 명예회복은 곤란하다. 또다른 당사자인 나응찬 전회장, 이백순 전 행장은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 신전사장만 명예가 중요한 게 아니다.
더욱이 신한사태 소송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신한소송은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검찰이 고법의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기 때문이다. 고법에서의 판결도 신전사장에게 완전한 면죄부를 준 것도 아니다.

고법에서 신전사장이 감형을 받은 것은 신한은행에서 신 전사장과의 합의하에 고소를 취하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또 신전사장이 이희건 전 명예회장의 자문료 2억61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법원에 2억원의 공탁금을 낸 것도 감안됐다.
여기에 신전사장이 신한재임 시절 받았던 각종 수상경력(금탑산업훈장 등)도 감형사유가 됐다.
하지만 고법은 신전사장의 이전 명예회장의 자문료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고소 과정과 의도가 석연치 않고, 기소내용 중 금강산랜드와 투모로우에 대한 부실대출 배임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고법 재판부는 횡령 혐의에 대해선 일벌백계가 마땅하지만, 위의 각종 사유를 참작해서 감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이 고법에서 횡령혐의에 대해 벌금형으로 감형이 된 후 경영복귀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신한맨들은 신 전사장이 복수의 칼날을 갈기보다는 조직을 동요시키는 신한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용서, 관용과 포용의 금도를 보여주길 바라고 있다.

신전사장의 복귀도 녹록지 않다. 신한사태 직후 열린 2010년 9월 중순 이사회에서 신 전사장은  12명의 이사진 중 자신을 제외한 10명의 찬성(1명 불참)으로 직무정지를 당했다. 그해 12월 6일에는 나 전회장에 대한 불기소,  신 전사장및 이 전행장의 구속 기소가 유력시되면서 신 전사장이 대표이사직에서 사퇴한 바 있다.

당시 검찰 수사과정에서 신전사장이 사퇴하면, 신한은행은 그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대신 신 전사장은 이 전행장의 리더십을 지원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신전사장은  이듬해인 2011년 3월 26일 이사직도 임기만료로 퇴임한 바 있다. 이를 감안하면 그는 현재 자연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자연인 신분으로 이사진에 복귀하는 것은 어렵다. 복귀는 이사회와 주총에서 결정해야 한다. 신한사태의 상채기가 아물어가고, 신한사태 당사자가 아닌 한회장체제로 조직이 안정돼 가는 상황에서 복수심에 불타는 신전사장이 이사회에 재진입하는 것은 신한조직을 크게 동요시킬 수 있다.

신전사장의 억울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신한맨들도 그가 억울하게 피해를 당했다는 데 동정을 하고 있다. 다들 그의 불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한동우회장도 신전사장의 신원방안이 무엇인지 고민중이다. 소송 당사자들인 신 전사장과 또다른 한편인 나전회장및 이전행장간의 화해묘책도 검토 중이다.

신한사태는 어찌보면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조직이나 인생에서 온갖 역경과 어려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공직에 있는 유능한 관료들이 모함과 음모의 덫에 걸리고, 검찰의 과잉수사의 희생양이 돼 구속되는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변양호 전재경부 금정국장, 김중회 전 금감원 부국장 등은 감사원의 무리한 정책감사와 검찰의 과잉수사의 희생양이 됐지만, 관계로 복귀하지 않았다. 복귀할 수도 없었다.

신전사장만 신한에 복귀하면 나전회장과 이전행장은 어떻게 되는가? 오히려 나전회장과 이전행장은 소송사태이후 은인자중하고 대외적인 발언을 아끼고 있다.
신전사장은 참기 힘든 수난이고 모욕이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평생 애정과 정력을 다바쳐 일했던 친정에서 축출하려고 할 때 도저히 견디기 힘든 고통을 감내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칼을 가는 심정으로 복귀의지를 불태우는 것에 대해 신한안팎에선 우려하고 있다. 그게 신한조직을 사랑하는 길이다. 후배들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관용이기도 하다.

한동우회장 체제가 안정되고, 신한이 새로운 도약을 위해 힘차게 뻗어가도록 뒤에서 응원하는 게 순리다. 장강의 도도한 물줄기를 역류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신전사장이 금도(襟度)의 모습을 보여주면 신한후배들도 아낌없이 박수를 칠 것이다. 고맙다고 할 것이다. 그래야 한동우회장도 신전사장에 대해 배려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 지금처럼 요란스럽게 신한조직을 불안하게 하면 후배들의 피로감이 누적될 뿐이다. 신한맨들의 동정심이 이젠 불만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커다란 업적을 남긴 대선배에 대한 존경심이 사라지면 무슨 낯으로 후배들을 볼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그가 복직의지를 불태울수록 지배구조가 불안해진다. 그럼 돈을 맡긴 고객들이 불안해한다. 감독당국에서도 예의주시할 것이다. 금융회사는 신용과 안정을 생명으로 한다는 것은 신전사장도 잘 아실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금융회사는 설자리가 없다.

신한사태가 재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신 전사장은 평생 땀과 열정을 바쳐온 신한의 조직안정이란 대의를 생각했으면 한다. 다시금 편가르기 등의 갈등이 재연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과욕은 화를 부를 수 있다. 신전사장은 화해와 용서의 꽃으로 신한후배들에게 다가가는 큰바위가 돼야 한다. 신한이 재도약하도록 징검다리가 돼야 한다. [미디어펜=이의춘 발행인jungleele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