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신용등급 BBB+ 이하 비우량 회사채에 투자하는 공모 국내외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해외 채권에 투자하는 하이일드펀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진데다 원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양호한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국내 하이일드펀드(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공모주 시장의 침체로 부진한 수익률을 보였다.
2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해외(글로벌·아시아태평양·북미·유럽) 하이일드펀드 45개의 올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은 3.61%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하이일드펀드 16개의 평균 수익률인 0.6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내 하이일드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1.46%)는 물론, 국내 채권형펀드(0.93%)의 수익률도 밑돌았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인상에 신중한 입장을 나타내면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낮아졌고 유가가 반등세를 보이면서 원유·셰일가스 등 에너지 기업들의 부도율이 떨어진 것도 해외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 상승을 이끌었다.
이에 비해 국내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하이일드펀드는 펀드 자산의 일정 부분 이상을 신용등급 BBB+ 등급 이하 회사채에 투자하는 대신 기업공개(IPO) 공모주 물량 중 10% 가량을 우선 배정받는다.
1인당 3000만원 한도 안에서 배당·이자소득에 대해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별도로 15.4%의 세율로 분리과세를 받을 수 있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로도 불리며 한 때 고액자산가의 인기를 끌었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모주 시장이 침체되면서 국내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이 부진한 흐름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올해부터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 펀드가 담아야 하는 비우량 채권 비중이 30%에서 45%로 확대됐다. 이는 새로 출시되는 펀드에만 적용된다.
기존에 출시된 공모주 펀드는 30%만 담아도 여전히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세제혜택을 감안하면 더 유리하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 출시되는 국내 하이일드펀드에 비해 BBB+ 이하 회사채 투자비율이 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최근 저금리로 BBB+ 등급 이하 채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는데 비해 지난해 출시된 공모 하이일드펀드는 이 같은 고객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2일까지 BBB+급 이하 비우량 채권의 발행금액은 4850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A등급 이상 채권의 발행금액이 8조8280억원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미미한 금액이다.
이처럼 BBB+ 이하 채권의 공급이 딸리면서 운용사들은 공모형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출시를 꺼리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출시된 공모형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하나도 없다. 공모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규모가 커지면 편입해야 할 BBB+급 이하 채권을 구하기 쉽지 않아 운용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남달현 금융투자협회 채권부장은 “저금리 기조에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BBB+ 이하 채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난 12일 발행된 대한항공(BBB+) 회사채의 경우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이 70억원에 그치며 외면 받았지만 연 4.9%라는 높은 금리에 소매 판매에서 개인투자자에 완판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최근 공모주 시장이 살아나고 있고 롯데호텔, 두산 밥캣,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헬스케어 등 대형 IPO가 다수 예정돼 있어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올 한해 연말까지 상장될 기업의 시가총액이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하이일드펀드의 수익률이 향후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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