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민관 연구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2%대 중반으로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경제가 장기 저성장에 돌입했고 이는 경제체력의 근본적 약화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경제전문가 61명을 대상으로 ‘우리경제 현주소 평가 및 대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이미 장기 저성장에 돌입했다고 답했다. ‘조만간 빠져들 가능성’까지 포함하면 장기 저성장을 전망하는 전문가가 96.7%에 달한다.
2011년부터 지속돼온 2~3%성장의 원인으로 10명 중 8명이 ‘경제체력의 근본적 약화’을 지목했으며 ‘세계경기 부진에 따른 일시적 현상(4.9%)’ 또는 ‘경제성숙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16.4%)’이란 의견은 일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로 44.3%가 ‘경제시스템 개혁 지연’을 꼽았다. 규제철폐, 노동개혁 등이 미뤄짐에 따라 경제 전반적으로 효율성이 낮아지고 경제활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음으로 ‘한중기업 경쟁력 격차 축소’가 23.0%로 나왔고, ‘소득불균형’(9.8%), ‘민간소비 부진’(9.8%), ‘금융시장 불확실성’(2.4%)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기업의 위기요인으로 ‘신산업 개발 부진’(40.2%), ‘핵심기술 역량 미비’(38.5%)를 지목했다. 중국기업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신산업, 핵심역량 개발을 통해 독자적인 경쟁력 개발 및 차별화가 시급하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세계경기가 회복되면 우리경제가 예년의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복귀가 어렵다는 평가가 90.2%로 지배적이었다. 복귀 가능하다는 의견은 9.8%에 그쳤다.
2013년부터 매년 이어진 정부의 추경 또는 내수활성화 정책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대해 경제전문가의 10명 중 9명은 ‘임시방편적’ 또는 ‘단편적’이라고 답했다. ‘시의적절’ 또는 ‘혁신적’이라는 응답은 각각 4.9%, 1.7%에 그쳤고 ‘체계적’이라고 답한 이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우리경제가 경제체력을 제고하고 저성장을 극복하려면 정부는 ‘신산업·신직업 창출 및 구조개혁’(86.9%), 기업은 ‘핵심역량 개발 및 사업재편’(98.4%)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답했다.
전경련 송원근 경제본부장은 “경제체질 개선의 골든타임이 사실상 8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 금리인하·확대재정 등 단기적인 대책만으로는 역부족”이라며 “근본적으로 신산업·신시장을 창출하고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을 차질 없이 완수해야한다”고 했다. [미디어펜=김세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