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비박 거두 최경환-김무성 도마 올라…"삭발해라" vs "야반도주"
비박계 원내대표 추대론 완강히 반대, 내달3일 예정대로 경선
당선자 일동, 총선참패 반성 취지 '90도 인사' 이어 '결의문' 채택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차기 원내대표 선출방식 등을 결정하기 위해 26일 열린 새누리당 당선자 워크숍은 친박(親박근혜)계와 비(非)박계간 격론의 장이 됐다.

총선 참패 책임을 두고 양 계파간 거두를 겨눈 날선 공방이 벌어졌다. 원내대표 선출방식을 놓고는 친박계의 추대론과 비박계의 경선론이 맞선 끝에 추대는 불발, 내달 3일 당선자 총회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결론났다.

그나마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는 별다른 갈등 없이 차기 원내대표가 겸임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로 선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긴 3시간여 비공개 토론 후 당선자 일동은 국민에 대한 '사죄와 반성'을 담은 결의문을 채택했다.

   
▲ 새누리당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일동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워크숍 첫 일정으로 개회 및 국민의례를 마친 뒤 모든 당선자들이 총선 참패를 반성하며 국민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사죄 인사를 했다./사진=미디어펜


이날 워크숍 비공개 토론에선 총선 책임론을 두고 비박계 이종구 당선자가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3보1배를 하든 삭발을 하든 행동으로 사과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최 의원의 (경제부총리 시절) '초이노믹스'가 잘못돼 국민들이 투표로 우리를 심판하지 않았나. 또 '진박마케팅' 때문에 우리가 심판받았는데 이 모든 잘못의 중심에 최 의원이 있다"고 질타한 뒤 '친박 2선 후퇴'를 주장하기도 했다. '친박계가 박근혜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려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책임론도 제기했다.

반면 친박계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은 총선 패배의 첫 번째 책임이 있다며 상향식 공천을 밀어붙이고, 공천 갈등의 중심에 섰던 김무성 전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았다. 

비공개 토론 중 기자들과 만난 김 의원은 "당원들이 생각할 때 (총선 패배 책임은) 첫 번째가 김 전 대표, 두 번째가 이한구 전 공천관리위원장, 세 번째가 유승민 무소속 의원, 네 번째가 최경환 의원"이라며 "이들을 비롯해 수수방관한 우리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의 상향식 공천에 대해선 "정당은 선거를 통해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새로운 인재를 영입해 당이 어떻게 갈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 받는데 이런 것이 100% 없었다"며 "상향식 공천을 고수하고 당론으로 밀어붙였는데 (총선이) 끝나고 (사퇴한 것은) 당 대표로서 무책임한 행동이다. 야반도주 한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또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6개월 전 국회의원하고 원외위원장이 기득권을 내려놓기로 한 두가지 전제조건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상향식 공천을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매한가"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비박계 위주 쇄신파 모임 '새누리당혁신모임(새혁모)'을 향해서도 "상처난 당에 책임론 얘기하며 총질이나 하는 꼴이지 무슨 쇄신이냐"며 "김 전 대표 언저리에 있으면서 바로 잡기 위해 조언하지 않고 덩달아서 같이 부화뇌동한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 새누리당 20대 총선 국회의원 당선자 일동은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 워크숍 마지막 순서로 '반성 결의문'을 채택하고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정치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결의문은 지상욱 당선자(서울 중·성동을)와 송희경(비례대표 1번) 당선자가 대표 낭독했다. 당선자들은 오른손을 든 채 결의문 후렴부분을 함께 제창했다. /사진=미디어펜


비공개 토론에서 불발된 원내대표 추대론의 경우 비박계 이명수 의원이 최초 제기했다가 새혁모 간사 황영철 의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하면서 논쟁이 벌어졌다.

한 참석자는 "황 의원은 '(추대에) 반대다. 각자 당을 어떻게 끌고 갈지 혁신방안을 분명히 밝히고, 그것을 각자 선택하게 하는 투표가 좋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친박계 홍문종 의원은 "추대할 수 있으면 좋지만 잘 안 될 것 같아 걱정"이라며 "추대가 안돼도 당이 건강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어 추대만이 능사는 아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 합의추대에 대해 "의견을 모으자는 것"이라며 "당의 의견을 모을 때 누구는 된다 안된다 책임론을 전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표의 측근 김성태 의원은 "경선으로 가야 한다"며 "(합의추대를)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주장, 합의추대에 단호히 선을 그었다.

추대론이 물건너 가면서 자연히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선거관리위원회가 꾸려졌다. 원유철 원내대표 겸 대표권한대행은 비공개 토론 다음 순서로 4선의 신상진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고, 김기선 홍철호 윤영석 김순례 당선자를 선관위원으로 하는 선관위 구성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내달 3일 당선자 총회에서 실시될 경선을 통해 1년 임기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첫 원내지도부가 구성될 전망이다. 26일 현재 원내대표 후보로는 4선 이상의 김재경 김정훈 나경원 유기준 홍문종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새누리당 당선자 일동은 워크숍 초반 총선 참패를 반성하고 민심존중을 다짐하는 차원에서 '90도 인사'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며, 막바지에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민심은 갈등과 분열된 정치를 심판하고 더 큰 반성과 새로운 출발을 강력히 요구했다"며 "계파와 정파에 매몰된 작은 정치를 극복하고, 민심을 존중하는 '민심정치'를 펼쳐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