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공공의 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더민주의 친패권주의와 부패척결을 요구하는 혁신안이 먹혀들지 않자 보따리를 쌌다. 양당구조의 파괴를 외치며 국민의당을 창당한 안철수 대표는 총선에서 광주를 비롯한 호남을 접수했다.
더민주는 여당의 자중지란으로 총선에서 기대치를 훨씬 넘기는 의석수를 얻자승리에 도취했다. 자신들의 살점들이 베어나간 아픔을 깨닫기보다는 샴페인의 달콤함에 먼저 취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축배를 들었던 샴페인은 그야말로 고삼차보다 쓴 맛이었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의 불안한 동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빼앗긴 광주를 놓고 정치적 운명을 건 '빛고을 결투'에 돌입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대권고지로 가는데 광주티켓은 필수코스다. 김종인 대표 역시 광주를 등지고서는 더민주에서 제자리 찾기는 물론 홀로서기조차 불가하다.
두 사람의 관계는 주말회동 이후 서로 엇갈린 말들이 나오면서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차기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 연기론을 놓고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의 신경전이 당내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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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간의 불안한 동거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빼앗긴 광주를 놓고 정치적 운명을 건 '빛고을 결투'에 돌입했다. /사진=연합뉴스 |
김종인 '저격수'로 나선 친노계 정청래 의원은 25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총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비례대표 공천장사를 했다고 한 것은 인신공격"이라며 "이 발언으로 호남 사람들을 화나게 했고, 역풍이 많이 불었다"며 '합의추대 불가론'을 재천명했다.
정 의원은 "비례공천 파동은 선거 막판에 결정적인 치명타를 날린 것"이라고 "정무적 판단이라는 것은 승리를 위해 하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잘못된 정무적 판단이었다"라며 김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손혜원 홍보위원장도 26일 "김 대표가 문 전 대표에 대해 '말을 바꾼다' '헛소리를 한다' 등의 말을 언론을 향해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정제되지 않은 언어가 언론에 오르내리면 결국 우리만 손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반면 김종인 측 비대위원인 이개호 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광주 발언과 관련 "본인이 한 말이 있으니 자기 말에 매듭짓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혹은 2보 전진을 위해 한 발짝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올해 말까지 전당대회 연기 주장에 대해서도 "의미가 있다. (김종인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우리당이 선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위원은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전 대표를 만나면 녹음기가 필요하다"며 문재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겨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김종인 대표의 불신과 불쾌감은 25일 광주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호남의 지지 없는 제1당은 많이 아프다"며 "계파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고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친문 세력을 겨냥했다.
고용사장 김종인 대표와 대주주격인 문재인 전 대표의 갈등은 예고된 사태다. 김 대표의 안보관과 경제정책은 친노계와는 간극이 크다. 총선이란 우산속에서 목소리를 낮췄던 친노계가 우산이 접히자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화약고에 불을 당긴 것은 호남을 접수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잃어버린 광주를 얻기 위한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주도권 싸움이 당내 계파 싸움으로 옮겨 붙었다.
호남참패의 책임론을 놓고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에 비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안전 운항을 하고 있다. 전당대회를 연말까지 미룬 국민의당은 26일 경기도 양평에서 국회의원 당선인 워크숍을 가지며 전의를 다졌다. 김종인 대표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 안철수 대표에게는 쉬운 일이 되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이날 워크숍에서 "국민이 국민의당에 부족하지만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잘해서가 아니다. 이제는 우리가 보답하고 약속을 지킬 때"라며 "진짜 국민편, 진짜 국민을 위한 정치로 보답해야겠다. 그것이 정책정당, 수권대안정당으로 가는 길"이라며 더민주를 위협했다.
호남민심을 잡기 위한 김종인·문재인의 구애작전이 거칠어질수록 안철수 대표로서는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많다. 책임공방으로 치달으며 험한 말들이 나올수록 광주의 민심은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안철수 대표가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에게 '공공의 적'인 이유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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