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리츠, 주거비 부담 큰 임대조건 " 공급자논리로 고수익 게임화"
공공임대리츠, 전국 11곳 미달 잇따라
무주택 수요자 외면 갈수록 심각
[미디어펜=조항일 기자]민간 개발자본이 참여하는 공공임대리츠주택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서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임대조건이 LH의 공공임대보다 열악하고 인근 민간 아파트에 비해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공임대리츠사업이 민간자본의 배불리기 수단으로 전락, 주거약자의 안전판을 위한 임대리츠 시스템의 전면 쇄신이 긴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6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사강변과 시흥목감, 동탄2, 세종시 등 전국 11개 지구에서 공공임대리츠주택에 청약과 계약을 포기, LH가 미분양분 판촉에 나섰다.

 미달사태는 부적격자 발생분도 있으나 실수요자인 무주택 서민이 보기에 공공임대리츠주택이 '저렴하게 살면서 내집 마련하는 절호의 기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른다.

임대료와 월세 등 입주자 부담이 LH가 공급 중인 공공임대보다 크고 심지어 주변 민간 아파트 임대조건에 비해 비교 열위거나가 오히려 부담이 큰 단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 선보인 시흥목감 B3블록(678세대)의 전용면적 84㎡의 임대보증금은 7600만원에 월세가 68만원에 달한다. LH가 B5블록에서 공급한 공공임대주택보다 보증금이 2000만원 높고 월세는 9만원 비싸다.

시흥시 T 부동산중개사는 "목감 B3블록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분양가로 환산할 때 앞서 분양한 호반베르디움이나 한신휴플러스 등의 민영아파트를 살 수 있을 정도다"며"한푼이 아쉬운 무주택 서민에게 공공임대리츠주택은  '그림의 떡'일수밖에 없다"고 힐난했다.

   
▲ 동탄2 신도시 공공임대와 임대리츠의 임대조건 비교/미디어펜


동탄2신도시 A50블록 공공임대리츠주택은 직전 LH가 직접 공급한 A65블록에 비해 보증금이 1200만원 높다.

현재 미분양분 입주자를 모집중인 하남 미사강변 공공임대리츠주택(A29블록)은 전용 84㎡의 임대보증금이 1억원에 월세가 74만원에 달한다.단기 이상 급등한 민간 전월세에 못지 않다.

하남미사에 LH의 같은 주택형의 공공임대주택이 없으나 LH는 A17블록에 전용 46㎡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중이다. 이 공공임대의 임대보증금은 4260만원에 월세가 26만9000원이다. 2채 주거비용이 A29블록 임대리츠주택 84㎡보다 훨씬 경제적이다.

주거비 부담이 턱없이 높은 미사강변의 공공임대리츠주택은 무주택자의 외면으로 미달사태를 빚었다. 공공임대리츠 가운데 보기 드문 8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이 단지는 현재 미분양분에 대해 입주자를 추가 모집중이다.

동탄 2신도시 민간 임대리츠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동탄 부동산중개사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국의 공공임대리츠주택의 임대조건, 즉 주거비용 부담이 LH가 공급하는 임대주택보다 크게 높은 편이다"며 "동탄2신도시 공공임대리츠주택인 A50블록의 임차조건은 담보대출을 일으켜 동탄1 내 일부 아파트를 사는 조건보다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A50블록의 임대조건은 거주환경과 아파트품질이 좋은 동탄1신도시 민영아파트의 전세 조건과 엇비슷하다"며 "공공임대리츠의 단지계획과 평면설계가 LH 임대아파트과 별 차이가 없어 실수요층이 청약을 꺼렸다"고 귀띔했다.

   
▲ 시흥목감 공공임대리츠와 공공임대 임대조건./미디어펜


공공임대리츠주택의 임대조건이 주거약자인 무주택 서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공급 주체인 LH와 리츠참여 민간자본의 배불리기 식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공임대리츠의 수익률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나머지 실수요층인 주거 약자의 주거비 부담이 늘면서 결국 주거복지 논리가 아닌 자본논리로 공공임대리츠 주택시장이 변질됐다는 것이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공공임대리츠주택사업은 건설원가인 택지비와 건축비에 특혜수준의 파격적인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며"LH가 공공임대리츠의 땅값을 조성원가 85% 이하로 공급하는 데다 건축비도 최저가 낙찰제로 시공사를 선정, LH 자체의 임대주택 건설비보다 덜 드는 구조다"고 지적했다.

사실 공공임대리츠의 건설원가는 LH의 '짜기로 소문난' 아파트건설공사보다도 낮다. 미사강변의 A29블록 공공리츠 아파트건설공사는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했다.예정가격이 1803억원이었으나 1322억여원을 투찰한 효성이 도급사로 확정된 바 있다.예가대비 낙찰률은 73.4%.

미사강변 A29블록의 공공임대리츠 주간사는 LH의 최저가 낙찰제 덕분에 토목건축공사비를 481억원 절감할 수 있었다. 전기와 통신, 감리 등에서 절감한 원가를 합치면 550억원이 넘는다.

물론 택지는 조성원가의 85%인 저렴한 가격에 LH로부터 샀다.

LH관계자는 "설계가 300억원 이상 대부분의 공공임대리츠 아파트건설공사는 최저가 낙찰제로 시공사를 선정중이다"며"공공임대리츠 건설공사는 종합심사제를 적용하는 자체 아파트건설공사보다 낙찰률이 떨어져 낙폭에 상응하는 공사원가가 절감되는 셈이다"고 밝혔다.

LH에 따르면 공공임대리츠 아파트건설공사의 최저가 평균 낙찰률은 예가대비 74.1%로 종합심사제를 적용하는 공공아파트건설공사보다 3.4%포인트 낮았다.

한문도 소장은 "국토부가 지난 2014년 공공임대리츠주택의 활성화대책을 발표할 때 리츠임대의 조건이 LH와 차이가 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한 공언이 결국 거짓으로 드러났다"며"혈세로 조성한 택지를 임대리츠 주간사에 헐값에 공급하고 건축원가도 대폭 절감케 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시키는 공공임대리츠주택의 모순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공공임대리츠 전문 컨설턴트는 "공공임대리츠의 민간사업자 실질 수익률이 평균 10%대 후반으로 금융권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며"집없는 서민의 주거복지 안정판 확보를 위해 도입한 공공임대리츠가 주거 약자가 아닌 돈줄을 쥐고 있는 공급자의 자본논리대로 이미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 최근 입주자 모집에 나선 시흥목감 공공임대리츠 B3블록.수요자가 아닌 자본중심의 공급자논리로 변질되고 있다./LH


공공임대리츠사업은 리스크를 우려, 지난해 시행초기 금융권이 시장 진입을 망설였으나 이제는 고수익 투자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앞다퉈 참여 중이다. 저금리 시대에 리스크는 없으면서 고수익을 올리는 임대리츠만큼의 투자상품이 손에 꼽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공임대리츠 초기인 지난해 상반기 주간사 공모시에 일부 미달되거나 경쟁률이 2~3대 1의 경쟁률에 그쳤다"며"최근 LH의 한강 공공임대리츠 주간사 공모에서 8개사가 경쟁, 물밑 수주전이 치열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집단은 공공임대리츠가 도입 취지에 맞춰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안전판로 거듭나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다.

한문도 소장은 "공공임대리츠의 투입 원가와 임대조건을 공정하게 심사, 평가하는 객관적인 평가 장치 마련이 긴요하다"며 "감사원과 입법부가 공공입대리츠사업에 대한 행정과 국정 감사를 강화, 공공임대가 무주택 서민의 보금자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임대리츠 전문가는 "공공임대리츠 주간사가 고수익을 내는 지금의 원가와 임대 구조를 개선,입주자의 주거부담을 낮추도록 전환돼야 마땅하다"며 "공공임대주택사업이 근본 목적을 달성토록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사업비를 부채로 처리하지 않도록 LH의 회계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임대리츠는 오는 2017년까지 6만가구가 건립예정이다. LH는 추가 부채가 늘지 않으면서 미매각 용지를 팔 수 있는 "일석 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제대로 추진될 경우 부채가 5조원 가량 낮춰질 것으로 LH는 추정했다.

공공임대리츠는 LH와 국민주택기금, 민간자본이 참여 주체다. LH는 택지 할인공급 등으로 발생된 리츠의 임대수익을 일부 받는 대신 미분양분을 재매입하며, 출자자이자 공공임대 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 역할을 하게 된다.

리츠방식이 LH 직접 건설과 다른 점은 사업 재원조달 방법만 변화시켜 민간투자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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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공임대리츠는 기존 LH가 공급하던 10년임대주택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가 짓는 것이다. 그러나 도입초기 국토부가 강조한 민간 창의는 현재 '온데 간데' 없고 무주택자의 주거비용 부담이 늘 수밖에 없는 구조로 치닫는다.  민간자본의 참여가 '옥상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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