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체결 이전에 주식을 팔았다는 의혹과 관련, 금융위원회가 강제조사권을 발동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이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필요하면 압수수색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공적 기관인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달리 압수수색권을 쥐고 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주가조작 사범 엄단을 주문한 데 따라 2013년 설립됐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금감원이 확보한 불공정 거래 관련 정보를 통합 관리하면서 사회적 이목을 끄는 중대 사건이나 신속한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가 필요한 사건을 직접 맡는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주식 거래 사건 조사의 사령탑 격인 자본시장조사단이 지금껏 압수수색권을 행사한 것은 단 한 차례 있었다.
작년 6월 대형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들이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공유해 주식투자를 했다는 첩보에 따라 첫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확보한 혐의자들의 휴대전화 통화내용을 분석해 자기 회계법인이 감사하는 기업의 미공개 실적 자료 등을 공유한 사실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한진해운의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을 목전에 두고 보유 주식 전량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것이 미공개 정보 이용에 따른 것인지 확인하려면 강제조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과 두 딸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지난 6일부터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 전량을 매각한 사실이 드러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최 회장은 37만569주, 두 딸은 29만8679주를 정규장 거래를 통해 팔았다. 이는 한진해운 전체 주식의 0.39%에 해당하는 규모다.
최 회장 일가가 주식을 처분한 지 이틀 만인 22일 장 마감 후에 한진해운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 소식이 공개되기 전인 지난 20일 이미 10.49%(355원) 급락한 것을 시작으로 21일 7.26%(220원), 22일 7.30%(205원) 떨어지는 등 급전직하 추세를 보였다.
이어 자율협약 신청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첫 거래일인 25일에는 곧바로 하한가로 추락해 1천825원에 장을 마감했다.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주식 사전 처분을 통해 회피한 손실액은 25일 종가 기준으로 따지면 10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자본시장조사단이 최 회장 측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확인하려면 주식 처분에 나서기 전에 관련 정보를 알 수 있는 인물과 접촉한 경위 등을 따져야 하기 때문에 강제조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전일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아니라 우리 (금융위원회의) 자본시장조사단이 직접 나섰다"며 "대주주 등이 법규를 위반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있으면 철저히 추적해서 상응한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최 회장 측은 애초 내부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지자 한진그룹과의 계열분리를 신청하면서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에 한진해운 지분을 일정 시점까지 전량 처분하겠다고 보고했고, 그것에 맞춰 주식을 꾸준히 매각해 왔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친족 분리에 따른 최 회장 측의 한진해운 지분 정리(3% 이하)는 작년 상반기에 모두 완료됐다"며 "최근까지 보유하던 지분은 의무 처분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계열분리 문제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만일 금융당국 조사를 통해 최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최 회장은 검찰 조사를 거쳐 법정에 서게 된다.
자본시장법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다가 적발되면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의 1∼3배 벌금형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익 또는 회피 손실액이 5억원 이상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가중처벌 조항을 두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