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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
서방세계에 대한 무차별적 테러와 잔인한 인명 살상을 자행하며 세계인의 공포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슬람 수니파원리주의자 무장단체 'IS'와 'ISIS'(또는 'ISIL')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슬람국가(IS)'는 이슬람 수니파원리주의자 전사(戰士)들이 세운 극단주의 무장단체로 2015년 11월 파리 테러와 지난 3월 브뤼셀 공항 테러 등과 같은 서방세계를 상대로 한 테러뿐만 아니라 민간인과 인질 학살, 유물파괴 등의 무차별적인 테러를 자행하며 전세계를 테러의 공포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우선, '이슬람국가(IS)'라는 용어는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이나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또는 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의 약칭처럼 쓰이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아주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명칭입니다. 'ISIL'의 레반트(Levant)란 역사적으로 근동의 팔레스타인과 시리아, 요르단, 레바논 등이 있는 지역(al-Sham 또는 Greater Syria)을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IS'라는 명칭의 의미와 이 단체의 탄생과정을 살펴보려면 1999년 요르단 출신의 극단주의자 Abu Musab al-Zarqawi가 세운 "The Organisation of Monotheism and Jihad (Jama'at al-Tawhid wal-Jihad)"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이 원리주의 무장단체는 2004년 al-Zarqawi가 Osama bin Laden의 수하로 들어가면서 단체 명칭을 "The Organisation of Jihad's Base in Mesopotamia"로 바꾸고 일명 “al-Qaeda in Iraq (AQI)"라고 불려졌습니다.
2006년 'AQI'는 다른 수니파 무장단체들과 통합하며 "Mujahideen Shura Council (MSG)"(이슬람 무장단체 최고회의)를 결성했으나, 2006년 6월 al-Zarqawi가 살해되면서 여러 무장단체들이 다시 연합하여 "Islamic State of Iraq (ISI)"를 결성했습니다. 'ISI'는 Abu Omar al-Bagdadi와 Abu Ayyub al-Masri가 이끌었었으나 이들이 2010년 미국 군사작전 당시 살해된 후 Abu Bakr al-Baghdadi가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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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파리 테러를 자축하는 새로운 동영상을 공개해 전세계를 분노에 떨게 했다./사진=인디펜던트 홈페이지 화면 캡처 |
'ISI'가 세력을 시리아 영토로 넓혀나가면서 이들은 2013년 4월 이라크와 레반트지역의 독립국을 선포하고 공식명칭을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로 정하고,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또는 Islamic State of Iraq and al-Sham)라고 칭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5월 미국 국무부는 이들을 공식적으로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로 칭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들은 다시 2014년 6월 29일 자신의 영역을 전세계로 확장한다고 선포하면서 공식명칭을 'Islamic State(IS)'(ad-Dawlah al-Islāmiyah)라고 정하고, 'al-Baghdadi'를 "Caliph Ibrahim"이라 칭했습니다.
칼리프(Caliph, 아랍어: خليفة, khalīfa)란 예언자 무함마드의 뒤를 이어 이슬람 교리의 순수성을 유지하며 이슬람 공동체를 통치하는 이슬람제국(帝國) 주권자의 칭호이므로 'IS'가 'al-Baghdadi'를 "Caliph Ibrahim"이라 칭한 것에 대해 무슬림 국가들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우선, 이들이 세운 'IS'는 남의 영토에 무단으로 설립한 나라이며, 'al-Baghdadi'가 스스로 자신을 이슬람 공동체의 종교적, 정치적 최고지도자인 "Caliph"라 칭하면서 자신의 통치 지역에 있는 모든 국가나 제후(諸侯), 기관 등의 존재는 무효화된다고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IS'가 그들의 목표대로 '이슬람 제국'을 세우려면 아프리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이슬람 국가들의 영토에까지 영향력을 넓혀가면서 곳곳에서 무력충돌이 불가피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을 비롯하여 이집트,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지에서 수십 개의 이슬람 무장단체들이 'IS'를 인정하고 나서면서 전세계의 극단주의자들이 이곳으로 몰려들고 있어, 이들이 나중에 본국으로 돌아가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괴물로 성장한 'IS'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전세계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그 해법이 마땅치 않은게 현실입니다.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는 시리아 독재정권의 축출과 수니파 무슬림의 포용을 'IS' 격퇴를 위한 선결과제로 보고 있는 반면에 러시아와 이란은 'IS'를 제압하기 위해서는 현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의 군사력을 강화하여 시리아 정부의 붕괴를 막아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국제사회의 딜레마입니다.
더구나, 서방세계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민간조직이 은밀히 'IS'와 'al-Baghdadi'의 재정을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9.11 테러범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연계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의회 조사보고서에 대한 '기밀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수니파의 종주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랜 갈등 관계에 있던 시아파 주축의 이란과의 핵문제가 타결되면서 서방의 경제제재가 해제되고 미국의 지원이 재개됨으로써 중동의 맹주의 지위에 위기감을 갖게 된 사우디아라비아가 금년 1월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하였습니다. 또한 위에서 보듯이 사우디아라비아와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간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중동지역에서의 미국의 입지가 약해지고 러시아와 중국의 입김이 강해질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복잡한 국제정세로 인하여 'IS' 격퇴 문제는 더욱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는 것이 현재의 국제정세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론보도에서 'IS'라는 명칭을 단순한 약칭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고 쓸 수도 있겠으나, 미국을 위시한 서방의 언론들이 'IS' 대신에 'ISIL' 또는 'ISIS'라는 명칭을 주로 사용하는 건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IS'라는 명칭이 이들의 영역을 이라크와 시리아를 넘어 전세계 이슬람국으로 확장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전 경희대 객원교수
(이 글은 굿소사이어티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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