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미국 재무부가 한국을 환율정책 ‘관찰 대상국(monitoring list)’으로 분류했다. 환율 조작을 했다는 이유로 무역 제재를 가하는 ‘심층분석국’으론 지정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주요 교역 대상국의 환율정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미국을 상대로 200억달러 이상의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지 여부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의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해당국 통화가치의 상승을 막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개입을 하는지 등 3가지 기준을 새로 도입해 주요 교역대상국이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환율을 조작했는지를 판단했다.
이들 세 가지 기준 모두를 충족할 경우 환율조작국에 해당하는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지만, 이번 보고서에는 심층분석국으로 지목된 나라는 없었다.
미 재무부의 이번 환율보고서는 최근 개정된 미국의 '무역촉진진흥법'(BHC수정안)에 의해 작성됐고, 기존의 반기별 환율보고서를 대체하는 성격을 가진다.
개정된 이 법률에는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된 나라에 대해 미 정부가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고, 이런 요구가 이뤄진 지 1년 이후에도 '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해당 국가의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를 금지할 수 있다는 등의 제재 조항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관찰대상국'에 대한 규정은 개정 무역촉진진흥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
한국의 경우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준에 해당하지만 세 번째 기준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난 3월 사이에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응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한 간섭에 나섰다"며 이 사례가 "과거 몇 년간의 (원화 가치) 상승을 막기 위한 비대칭적인 개입에서 벗어난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미 재무부는 "한국이 무질서한 금융시장 환경에 처했을 때만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제한하고, 외환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제이컵 루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의 환율 정책에 관심을 두고 보고 있으며, 정책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미 재무부는 "한국 정부 당국이 내수 지지를 위한 추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 재무부는 "중기적인 원화가치 상승은 한국이 지금의 지나친 수출 의존에서 (경제 기조를) 선회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나라들 중 중국과 일본, 독일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무역·경상수지 불균형 요건이 적용됐고, 대만의 경우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요건과 무역수지 불균형 요건이 적용됐지만 경상수지 불균형 요건에 맞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감시 대상국의 경제 동향과 외환정책을 긴밀히 관찰하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 재무부는 이번에 심층분석국 요건에 해당하는 나라가 없었던 점이 "지난 약 1년간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신흥국에서의 자본유출 현상을 반영한다"며 "이는 앞으로 더 많은 나라들이 (심층분석국 지정) 요건에 맞아들어갈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이번에 심층분석국 지정은 피했지만 주요 감시대상으로 지목됨에 따라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국 외환당국은 환율 결정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론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환율 변동성이 커질 경우 달러 거래를 통한 쏠림현상 완화 조치를 해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은 물론 원화가치 상승을 압박해오면서 당국의 원·달러 환율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조차 제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자칫 환율조작국인 심층분석국으로 지정되면 미국 정부 조달 시장 참여가 제한되는 등 직접적인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이 작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최장기간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원화가 절상되면 국내 수출기업들이 가격 경쟁력마저 잃게 돼 추가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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