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발판 삼은 소프트파워 공공외교 빛…기지개 켜는 '제 2중동 붐'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대장금 시청률 86%, 주몽 시청률 60%. 놀라운 기록은 중동의 심장인 이란을 강타한 한류 드라마의 위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236명이란 최대 규모의 경제사절단과 함께 이란의 수도 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했다. 1962년 수교 이래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방문이다.

박 대통령의 최대경제사절단은 제 2의 중동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히든카드는 '문화'다. 1500년전 신라 공주와 페르시아 왕자간의 애틋한 러브스토리인 이란의 '쿠쉬나메'도 문화교류의 오작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교류를 통해 정서적으로 끈끈한 끈을 연결한다는 '문화 실크로드' 복안이다. 이번 이란행에 52명의 문화사절단이 동행한 이유다.

첫 주자는 양국 협업 콘텐츠인 테헤란의 랜드마크인 밀라드타워에서 2일 열린 한국문화주간 '코리아 컬처 위크'다. 양국의 전통무예 시범과 '아리랑 연곡'이 협연되는 1000여 석의 콘서트홀은 지난주 홈페이지를 오픈하자마자 2500여명이 몰려 하루 만에 마감되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2~4일에는 김치 등 한식을 소개하며 시식하는 'K-컬처 전시'가 열린다. 한방·한복도 체험할 수 있다. 하이라이트는 한국 드라마 상영이다. 인기리 종영된 사극 '장영실' (KBS), '육룡이 나르샤' (SBS), 지난 주말 첫방송된 '옥중화'(MBC)가 2일 상영된다. 드라마 상영회 역시 3시간에 신청자가 몰려 마감됐다.

   
▲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오전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창출했다고 밝혔다. 이란을 국빈 방문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1일 오후테헤란 메흐라바드 공항에 도착, 화동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포옹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류라는 소프트파워를 경제적 시너지로 확장한다는 외교 전략이다. 이란 뿐 아니라 실제로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중동의 한류바람은 거세다. 문화로 이들의 마음을 열고 경제로 실질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소프트파워 공공외교가 속속 빛을 보고 있다. 

가시적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2일(현지시간) 박근혜 대통령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최대 52조원(456억 달러)규모의 인프라 건설 및 에너지 재건 사업을 수주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로하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창출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청와대는 인프라 및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양해각서와 가계약 체결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 달러(42조원)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최대 456억 달러까지 수주금액이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안종범 경제수석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제2 중동붐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교역 촉진으로 경제 제재 이전의 교역 수준을 회복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기업도 '중동의 심장' 이란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야심찬 도전행보를 펼친다. SK그룹은 최태원(56) 회장을 비롯해 문종훈(57) SK네트웍스 사장, 유정준(54) SK E&S 사장, 장동현(53) SK텔레콤 사장 등 그룹 경영진 6명이 총출동했다. '의리'로 맺어온 관계를 실질적인 효과로 이끌어 새로운 그룹의 동력으로 삼을 야심찬 미래전략을 세우고 있다. 

1984년 SK네트웍스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 지사를 냈다. 복잡미묘한 국제관계의 불확실성속에서도 단 한 번도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다. 현재도 테헤란 지사엔 현지인 1명을 포함해 5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지난해에는 자금난에 몰린 이란 거래처를 위해 한국의 전체 대이란 수출액(40억 달러) 중 13%인 5억3000만 달러의 결제 조건을 유리하게 바꿔주기도 했다.

SK네트웍스는 현지에서 차량 정비 등 자동차 관련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고, 석유·화학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현지 자원개발 사업과 원유 도입량을 늘려가기로 했다. SK텔레콤은 통신시장 진출을 기대하고 있다.

권오준(66) 포스코 회장도 통 큰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2월 이란 국영 철강사인 PKP와 현지에 포스코의 고유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이 적용된 연산 160만t 규모의 제철소 건립 관련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포스코대우도 최근 현대건설 등과 함께 테헤란에 1000병상급 병원을 짓기로 한 바 있다.

올 들어서 두 번째 이란 방문에 나선 구자열(63) LS그룹 회장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월 이란을 다녀온 그는 이란의 전력과 통신 인프라가 많이 낡고 부족한 상태여서 그만큼 기회가 많을 것이란 생각에서 "앞으로 이란에 올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말해왔다. 최근에는 인근 두바이에 위치한 LS전선과 LS산전 현지 지사를 통해 초고압·통신케이블 관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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