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고이란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조건부 자율협약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운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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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조건부 자율협약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국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운산업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한진해운 |
3일 업계에 따르면 해운업은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99%, 국가 전략물자 수입의 100%를 담당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해운업은 국내 항만산업의 고용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박들이 항만에 들어와 하역하고 수송하는 모든 것들이 곧 일자리다. 항만이 위치한 지역의 경제 활성화가 해운업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수의 해운선사가 무너지면 그렇지 않아도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는 해운업에는 카운터펀치가 되는 것은 물론 항만의 경우 일시적으로 물량이 대폭 빠져나가 관련 산업 붕괴는 물론 수만 개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정부는 해수부·금융위·산업은행 등 관계기관 공동 TF를 구성해 얼라이언스 재편논의 동향을 파악하고 지원방안을 강구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업체가 동맹을 맺고 한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이 동맹에서 빠지게 되면 영업력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얼라이언스에 가입하지 못하면 해외 해운사들도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오지 않게 된다”며 “해운 인프라와 영업적 기반이 함께 무너져 해운산업의 기반 자체가 붕괴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부산신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인 BNCT의 최고경영자인 존 엘리어트 사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저운임 시장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해운사에 지원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해운시장의 선복량 과잉으로 빚어진 저운임 상황에서 자금력이 튼튼한 선사가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이후 시장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어떤 형태로든 지원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엘리어트 사장은 “두 선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채무 때문에 단시간에 소멸되는 걸 지켜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며 “만일 파산한다면 이런 선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은 다시 만들 기회조차 없다. 한번 없어지면 영영 사라진다고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쟁쟁한 선사들이 많았지만 그대로 방치한 탓에 대부분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해외 주요 국가들은 해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운선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펼치고 있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이 5억2000만달러를, 정책금융기관이 62억달러를 대출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지난 2012년 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해주는 한편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회사 채무 18억달러에 대한 지급보증도 섰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쳤다. 중국의 경우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하고 추가로 중국초상은행이 대출 49억달러를 제공했다.
일본도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선사 재무구조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내 해운선사들은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해외 주요 선사들과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먼저 선박펀드에 대한 재검토가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해운업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게 되면 원가 등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선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의 선박펀드 참여 조건인 부채비율 400% 이하, 선사부담 10% 등의 조건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와 채권단의 다각적인 지원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정상화 지원을 강력하게 표명해야 해운동맹체에도 확신을 줄 수 있다. 대형 화주 등 거래 상대방들과의 계약해지 위험 요소도 사전에 제거해야한다”며 “채권단 등 금융권 또한 각종 채권 차환 지원과 선박금융에 대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통해 일시적인 해운업 유동성 위기 극복 지원에 힘을 보태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앞으로 해운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을 때까지 남은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며 “조속하고 필수적인 조치를 통해 한때 세계 해운산업을 호령했던 한국 해운산업의 위상이 재건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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