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되지 않은 접속'…중국제 핸드폰까지 통제하는 북한의 정보 실태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통화를 감시하기 위해 중국제 핸드폰의 전파를 포착하는 장비를 운용 중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은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6 북한 정보 자유화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탈북민 인터뷰 대상자 개인으로부터 나온 증언들은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특별조직이 자국민 모바일 이동통신망에 대한 정교한 감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북한인권조사위의 조사결과를 확인해주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팡 조사관은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를 실시한 17명을 비롯해 다수 학자, 인권 전문가, NGO 활동가들의 증언을 인용하면서 “김정은 북한 정권이 국가 내부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려는 지속적, 조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해줬다”고 언급했다. 이날 팡 조사관은 세션2 ‘해외 사례를 통해 본 정보 유입과 인권 증진의 상관관계, 북한에의 적용’을 주제로 발표했으며, 행사는 통일아카데미와 국민통일방송, ICNK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및 대북방송협회가 후원했다. 아래 글은 아놀드 팡 조사관이 발표한 발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북한의 정보 통제 실태 ‘허락되지 않은 접속’
 : 미디어 기기사용 실태를 중심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하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로 남아있다. 국가 지도자인 김정은은 정부의 모든 부문을 지휘하고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가지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4년 2월, 유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조사위원회(이하 ‘북한인권조사위’) 는 인권의 전 영역에 걸친 침해행위가 기록된 37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반인도범죄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조사위 보고서는 여러 인권침해 중 특히 자의적 구금, 고문, 처형, 강제실종, 정치범수용소, 자국을 떠날 자유와 식량권 및 관련 생명권 침해에 관한 측면을 상세히 기 록했다. 이 보고서는 “사상∙양심∙종교의 자유 및 의사∙표현∙정보∙결사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정”되었다고 밝혔다.
 
2014년 12월 유엔 총회에서 찬사를 받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로 회부된 조사위 보고서는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 생활을 철저히 통제하고자 한다는 것”이라 지적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본 보고서 작성에 앞서 휴대폰 등 신기술 보급 확대로 인한 도전에 북한 정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 문서화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본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이용자들이 기술적 잠재력을 온전히 활용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주민에 대한 복합적인 통제, 억압, 위협을 강화해 통신과 정보의 출입에 대한 절대적인 독점을 유지하려고 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외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게 하고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이중적인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경과 관계없이 자유로이 정보를 추구하고 받고 전할 북한 주민들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권리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근본적인 요소다. 

   
▲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국가로 남아있다. 국가 지도자 김정은은 정부의 모든 부문을 지휘하고 일상생활의 모든 면에 대한 실질적 통제권을 가지는 절대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자료사진=영화 '태양 아래' 스틸컷


본 보고서에 기술된 인권침해는 유엔 조사위보고서 등에서 다뤄진 자의적 처형이나 대규모 정치범 수용소 수감과 같은 일부 인권침해에 비해볼 때 분명 덜 끔찍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통신 및 정보 교환에 대한 권리 제한은 사실상 북한 내 인권이 박탈된 일반적 상황에 근본적 원인이 된다.  

본 보고서를 위한 연구는 북한 관련 학계 및 법률 전문가, 대북 NGO 직원, 북한이 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직접 인터뷰를 통해 수행됐다. 또 본 연구에서는 북한 법률, 국내외 언론 보도, 유엔 보고서 및 학술 자료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가 이루어졌다. 

북한 정부는 모든 전기통신, 체신, 방송 서비스를 소유하며 북한 내 독립 매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 선전선동부는 모든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내용을 통제하고 있 다. 북한은 또 광범위한 기술적, 인적 감시를 통해 북한 내외부로의 통신을 전적으로 통제한다. 이 같은 통제는 최근 북한 내부의 변화와 새롭게 보급된 다양한 전기통신 기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990년대 끝무렵 극심한 식량난으로 인해 회색시장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북한으로 식량을 밀수하던 상인들은 의류, DVD, 외국 TV 드라마, 영화, 휴대폰, 심카 드 등도 반입했다. 이로써 중국 국경 인근에서 거주했거나 일했던 이들이 중국 이동 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휴대폰은 회색시장 거래를 촉진시켰을 뿐 아니라 북한 사람들이 우체국에서 감시되는 회선을 이용하지 않고도 외국에 있는 이들과 비밀리에 통신할 수 있게 했다. 현재까지도 북한 사람들은 이런 종류의 휴대폰을 제조국과 무관하게 “중국 손 전화”로 지칭하고 있다. 

북한 외부에 있는 이들과의 통화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하지만 타국 전기통신 기기의 사설 매매행위는 위법이며 “중국 손전화”로 통화를 하는 사람들은 형사범죄로 기소될 수 있다. 통화 내용에 따라 혐의에 중개, 불법거래 혐의가 포함될 수 있으며 한국이나 기타 적대국으로 분류된 국가에 있는 사람과 통화한 경우 반역죄와 같은 더 중한 혐의를 받을 수 있다. 

2008년 북한 정부는 북한 외부가 아닌 국내 통화만 허용되는 국내용 이동전화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서비스는 이집트 기업인 오라스콤과 합작투자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가입자가 3백만 명이 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북한 은 국내의 웹사이트와 이메일 접속만 허용되는 국내용 폐쇄형 인터넷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특정 콘텐츠를 검열하거나 정부가 선언한 비상사태 기간 중 인터넷 접속을 일시적으로 차단하는 타국 사례와는 달리, 북한은 자국민 대다수의 월드와이드웹 접속을 전면 차단한다. 북한에 방문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의 경우는 비용을 지불하고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와 월드와이드웹을 이용할 수 있다. 선불 심카드로 한시적 이동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문객들은 북한 내부 번호로는 전화할 수 없다. 

   
▲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통화를 감시하기 위해 중국제 핸드폰의 전파를 포착하는 장비를 운용 중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 당국이 북한 내외부로의 통신, 특히 “중국 손전화” 사용을 통제하는 방식을 기록하기 위해 국제앰네스티는 이런 종류의 휴대폰을 사용해 북한에서 외국에 있는 사람과 직접 통화를 했던 경험을 가진 사람, 또 북한 이탈 후 북한 내부로 전화를 한 경험이 있는 사람과 인터뷰를 실시했다. 북한을 이탈한 사람들이 안전한 곳에 도달하고 자신의 경험을 말하기에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 되기 때문에 확인가능하며 직접적인 최신의 직접 정보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인권조사위는 2014년 보고서에서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앰네스티는 최근 휴대폰 서비스 이용 경험이 있는 17명을 찾아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인터뷰 대상자 17명 중 대부분은 중국 이동통신망 접속이 가능한 접경지대 출신이었다. 이 중 9명은 그 같은 종류의 휴대폰을 소유했던 가구 출신이었다. 

김정은은 아마도 이 같은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2011년 집권 이후 국경지대 경비를 강화한 것으로 보이며 이 때문에 전년도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북한이탈주민 한국 입국자 수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인터뷰 대상자들도 월경행위 예방과 회색시장 거래 통제 강화를 위해 접경지대에서의 통신에 대한 유사한 통제 강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북한 전문가들과 인터뷰 대상자 중 일부는 북한이 감시를 강화했고, 종종 중국이 동통신망 신호를 차단했으며 최신 감시 장비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개개인으로부터 나온 증언들은 국가안전보위부 산하 특별조직이 “중국 손전화” 전파를 포착하기 위한 정교한 감시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한 북한인권조사위의 조사결과를 확인해주 었다. 감시 및 신호 교란을 직접 경험했다고 밝힌 인터뷰 대상자의 경우 이러한 조치들이 “중국 손전화”의 잠재적 사용자를 위협하려는 전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감시는 오락 매체 등 다른 형태의 정보 공유를 대상으로도 이루어진다. 국제앰네스티와 인터뷰를 실시한 17명을 비롯해 다수 학자, 인권 전문가, NGO 활동가 들은 북한 정부가 국가 내부에서 접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통제하려는 지속적, 조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확인해줬다. 

북한 당국이 국경을 넘어 정보를 받고 전할 자국민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 또 “중국 손전화” 사용자에 대한 감시, 위협, 억압을 강화하려는 것은 심각하고 지속적인 인권침해에 해당한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제한은 반드시 법으로 규정돼야 하며, 국가안보, 공공안전, 공중보건, 도덕, 타인의 권리와 평판의 보호 같은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하고 비례성을 갖춘 것이어야 한다. 국제전화 통화나 월드와이드웹 접속에 필요한 기술이 가용함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는 국제전화 통화, 외국 오락 매체, 인터넷 등 정보에 대한 완전한 독점을 유지하고 있다. 북한 당국은 모호하게 규정된 법률을 이용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이들을 자의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이러한 권리에 제한을 두고 있는데 이는 필요성, 비례성을 갖추지 못한 자의적인 제한으 로 국제법에 위배되는 것이다. 

사생활에 대한 권리의 간섭은 어떠한 간섭일지라도 법에 의한 경우에만 가능하며 그러한 법률 자체도 여타 인권 중에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본 보고서에 포함된 증언들은 국제법과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자의적 감시를 드러내주고 있다. 

   
▲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노력은 북한 주민들이 북한 외부의 상황을 알지 못하게 하고 북한 내부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가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이중적인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자료사진=연합뉴스


어떤 국가가 당국에 의해 적대국으로 여겨지는 경우라도 개인이 단순히 그 국가에 사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거나 그 나라에서 제작된 시청각 자료를 개인적으로 시청하는 것 자체가 국가안보가 위협되는 상황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뇌물 갈취를 목적으로 한 모든 체포는 자의적 구금의 일종이며 국제법 하에서 금지되어 있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구금을 면하기 위해 당국자에게 뇌물을 주는 일반적 관행이 있음을 언급했으 며 이는 북한 전문가들에 의해서도 확인됐다. 인터뷰 대상자 3명은 외국으로 전화를 하거나 외국 매체를 시청하다가 발각되었을 때 당국에 뇌물을 준 경험이 있다고 밝혔으며 이 중 2명은 뇌물을 준 이후 풀려났다. 

정보 접근권의 부재는 교육에 대한 권리, 문화생활에 참여하고 과학적 진보로 인한 혜택을 누릴 권리 등 광범위한 경제∙사회∙문화적 권리 향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북한이 당사국인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은 국가가 문화 생활에 참여할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종류의 국경이든 관계없이 개인의 고유문화 및 타문화 접근을 방해하거나 제한하는 장벽이나 장애물을 반드시 즉각적으로 제거해야 할 “핵심” 의무도 존재한다. 

국제앰네스티는 국제인권법에 부합되는 명확히 정당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모든 제한을 철회하고 국가 안팍의 개인 간의 방해받지 않는 정보 교류를 허용할 것을 북한 정부에 촉구한다. 북한 당국은 불필요하며, 불특정적이며 정당한 목적을 가지지 못한 자의적 통신 감시 및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자국 내 모든 사람이 문화생활에 참여하고 과학적 진보와 그 응용으로 인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국제앰네스티는 북한 정부가 자국 민에게 월드와이드웹과 기타 인터넷 데이터 및 서비스나 국제 이동전화 서비스 이용 등에 대한 완전하고 검열 없는 접속을 허용할 것을 촉구한다. 

북한 정부는 더 나아가 북한 내 모든 사람이 국제인권법에 부합되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는 북한 내 모든 사람이 외국에 있는 이들을 포함해 가족 구성원 과 간섭받지 않고 통신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아놀드 팡 국제앰네스티 동아시아 조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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