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
"민간단체가 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나온 것만으로 봤을 때 관련 법, 세법 등에서 하자 없이 투명하게 원칙에 따라 지원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발한 것이다."
이 말은 어버이연합과 전국경제인연합회를 고발한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고계현 사무총장이 언론에다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불법 없는 투명한 지원을 강조한 경실련이 불법에 의한 불투명한 자금 의혹을 받아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정의로운시민행동이란 단체가 일주일 전 서울중앙지검에 경실련과 경실련 통일협회,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등의 단체와 사무총장 등 10여명을 기부금품법, 사기죄, 배임죄, 조세범 처벌법 위반 혐의가 있으니 수사해달라고 고발한 것이다. 포털을 검색하면 이 사건을 보도한 언론은 데일리안 등 고작 5개 매체 외엔 발견할 수 없다. 어버이연합 자금 의혹을 맹렬히 비판하고 의혹에 의혹을 더해 가지치기하던 언론들이 경실련의 불법 의혹엔 침묵하고 있는 것이다.
경실련을 고발한 단체의 주장은 이렇다. 우리 법은 일정한 금액의 자산 총액과 수입이 있는 공익법인일 경우 기준에 맞게 결산서류를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니 수상한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경실련과 별개의 사단법인인 경실련 관련 3개 단체가 각각 수억대의 기부금, 도합 24억6000여만 원의 기부금을 모집해 사용한 것으로 돼 있고 회원수입은 없다고 공시했다는 것이다.
기부금품법에 의하면 이런 단체들이 1천만원 이상의 금액을 모으려면 '모집 및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관계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데 이 단체들은 이걸 하지 않고 기부금을 모았다는 것이다. 회원 수입이 0원이라고 공개해놓고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부금을 모았다면 분명한 위법이다. 또 모은 자금이 경실련 관련 조직에 지급된 정황도 있다는데 사실이라면 기부금품법에는 목적 이외에 사용할 수 없게 돼 있으니 이것 역시 불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
|
|
▲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기부금품법(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 형법 제347조 사기죄, 형법 제355조 2항 배임죄, 조세범 처벌법제3조 조세포탈 등의 위반혐의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했다. 사진은 경실련에 의해 고발당한 어버이연합. /사진=연합뉴스 |
우파단체 의혹에 거품 물던 좌파 경실련 의혹엔 왜 침묵하나
고발을 당한 경실련이 기부금품법 위반 등 불법 주장이 허위라고 반박했다는 언론 보도는 아직까지 듣거나 기사로 접하지 못했다. 불법 혐의를 인정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언급할 가치가 없다는 것인지 그 사정은 알 수 없지만 고발을 당한 이상 진위는 분명히 밝혀질 것이다. 어찌됐든 이렇게 하여 좌우의 유명 시민단체들이 검찰 고발을 당했다.
경실련이 고발한 어버이연합 자금 의혹이나 다른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한 경실련의 불법 의혹이나 수사가 진행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자금을 어떻게 모았는지 또 어떻게 쓰였는지 드러날 것이다. 좌파세력들은 지금까지 어버이연합을 큰 줄기로 해서 몇 되지도 않은 영세보수단체들까지 들먹이면서 보수를 싸잡아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고 가려 했다. 좌파언론은 때를 만난 듯 집단적으로 공격했고 보수와 우파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웠다. 좌이건 우이건 불법이 개입됐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어버이연합 자금 의혹에 차명계좌 운운하고 배임, 금융실명제 위반이라며 거품을 물던 좌파들은 왜 경실련 불법 의혹 사건엔 잠잠한가. 그래서 궁금한 것이다. 그들이 정말 어버이연합과 전경련의 차명계좌 사용이나 금융실명제 위반과 같은 불법 의혹에 분노한 것이었나. 그랬다면 경실련 기부금 의혹 고발 사건에도 분노했어야 정상이다.
우리 편은 무슨 짓을 해도 눈감고 너희 편은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어 단죄하겠다는 고약한 위선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그런데 아무 관심들이 없다. 단지 전경련의 어버이연합 지원이란 팩트 하나 가지고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고 권력 기관들을 등장시켜 의혹을 제기하고 보수우파세력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린다. 어버이연합을 고발한 경실련의 의도와 목적 뿐 아니라 그렇게 어버이연합을 비판하던 좌파언론과 야당이 경실련 불법 의혹 사건에는 침묵하고 있으니 의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철저한 수사와 처벌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고발당하고도 가타부타 말이 없는 경실련은 최근에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옥시 불매운동에 뛰어들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가습기 살균제에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있다는 보고가 나온 건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1998년 이미 외국에서 유해물질 보고서가 나왔는데도 한 해 전 환경부 심사를 통과한 후로 2000년 10월 살균제 시제품이 출시돼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인 2011년 판매가 중지되기까지 별 어려움 없이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를 잘 팔아왔다.
우리 사회 경제정의를 위해 활동한다는 이 단체가 그 오랜 기간 동안 이번 사태에서 확인되는 기업의 문제 경제윤리의 문제에는 과연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더욱이 가습기 살균제 판매 허가를 내준 김대중 정권과 2006년 원인불명 폐질환으로 많은 아기들이 죽어가고 희생자가 나왔을 때 노무현 정권은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경실련이 어버이연합을 고발한 정도의 문제의식과 적극적인 실천력을 보여줬다면 어땠을까. 지금의 사태는 조금이라도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칠까. 필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어버이연합이든 경실련이든 검찰이 철저하게 수사하고 불법이 드러나면 처벌하라는 얘기다. 허술하게 불법을 저질렀던 세련되게 불법을 저질렀던 시민단체가 불법으로 운영된다면 그 자체가 모순이다.
특히 우리편 불법은 착한 불법이고 너희편 불법은 있을 수 없는 범죄라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 어버이연합 전체를 마치 범죄 집단이나 사회악처럼 몰아가는 소위 진보좌파 세력의 같잖은 위선도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준법은 좌우를 가리지 않는다. 똑같은 잣대로 고발당한 경실련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이번 기회에 좌우 시민단체 모두 거듭나야 한다. 시민사회가 돈과 권력 맹목에 빠져 타락한다면 그 사회는 볼 장 다 본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박한명]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