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기간산업 조선·해운업 불황에 분양시장 '타격'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주택거래량이 줄면서 전국적으로 분양시장 한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아랑곳 하지 않고 수많은 투자자들과 수요자들이 부산과 대구에 몰리고 있다. 

이들 지역은 지난해 공급 과잉과 분양가 거품 논란에도 불구하고 수백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던 가운데 올해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8일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지난달 27일 1순위 청약이 진행된 '부산 마린시티자이'는 단 180가구 공급에 8만1076명의 청약자가 몰리며 무려 450.4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역대 부산 분양시장 최고 경쟁률이다.

또 최근 부산 연산동에 분양한 '연산 더샵' 역시 평균 238대 1의 경쟁률로 1순위 마감됐다. 이밖에 'e편한세상 부산항', '부산 해운대 비스타 동원'은 모두 86.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올해 청약한 단지 가운데 두 곳에서 청약경쟁률이 100대 1을 넘어섰다. 수성구 '범어동 효성 해링턴플레이스'(149.4대 1)와 중구 '대구 대신 e편한세상'(129.4대 1) 등이 100대 1을 넘었다. 

이 밖에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71.8대 1)와 중구 ‘남산역 화성 파크드림’(56.1대 1)도 모두 평균 50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이는 등 부산 못지 않은 청약열기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부산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53.7대 1로 1년 전 같은 기간(42.8대1)보다 높게 나타났다. 대구도 올해 평균 청약경쟁률(42.9대 1)이 지난해 같은 기간(37.7대 1)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이 기간 전국 평균 청약경쟁률은 9.3대 1, 서울은 13.7대 1로 부산과 대구와 비교하면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처럼 두 지역에서 청약열기가 지속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웃돈(프리미엄)을 노린 가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지방은 전매제한이 없어서 당첨될 경우 조금이라도 프리미엄이 붙으면 계약 직후 차익을 얻을 수 있어 청약수요가 몰린다”고 설명했다. 

   
▲ 부산·대구 등 청약시장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조선·해운업계 불황으로 영남권 분양시장 인기가 지속될지 미지수다. 사진은 울산에 위치한 현대중공업/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최근 수출 부진으로 인해 전자·철강 등 대구·경북 주력산업이 흔들리면서 지역경제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철강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포항의 270여개 업체 가운데 2014년 2월 10개 회사만 휴·폐업했으나, 지난해와 올해 같은 기간에는 각각 16개, 19개로 급증했다. 철강업체 5곳은 법원에 경매 매물로 나왔다. 

공단 내 업체의 전체 고용인원도 줄었다. 지난해 2월 1만5120명이었던 인원은 올해 같은기간 1만4240명으로 880여명이나 감소했다. 

또한 경북의 철강과 금속제품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2.5%(지난 3월 기준)나 감소했다. 감소세는 18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수도권·동남권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산업단지인 경북 구미공단도 불황으로 휘청거리고 있다.

구미는 디지털과 정보기술(IT), 전기·전자, 섬유화학 등 주력업종의 부진으로 수출과 고용이 감소하고 전체 인구까지 줄어드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구미시와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구미국가산단에 입주한 2100여개 업체의 전체 생산액은 올 1월 기준 3조7353억 원으로 전년동월(3조7705억 원)에 비해 0.9%p 감소했다. 

고용율도 9만9300여명으로 지난해 1월 이후 처음 1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해 수출액은 255억5800만 달러로 10여 년 만에 최저치로 곤두박질했다. 

수출이 감소하자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구미시 전체 인구도 줄어들었다. 오는 2020년까지 인구 50만 명을 목표로 했던 구미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수출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줄곧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13년 367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 325억 달러, 지난해 273억 달러로 뚝 떨어졌다. 특히 올 1월 수출액은 17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면서 일대 주택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 지난달 분양한 영남권 단지 가운데 ▲울산역 KTX 양우내안애 ▲포항 신문덕 코아루 ▲포항 동부이끌림 등 조선·해운업 산업단지를 배후로 하는 지역은 모두 청약 미달사태를 빚었다. 

더욱이 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가 시행되면서 영남권 '청약광풍'이 서서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힘을 받고 있다.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영남권의 경우, 최근 조선·해운업계 불황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도 분양시장의 악재의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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