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당 리더십 잘 발휘해달라"..."우린 같은 DJ 문하생"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20대 국회 원내 협상의 맞수로 만나 상견례를 했다.

두 사람은 박 원내대표의 더민주 탈당 전까지 유지했던 옛 동지 관계를 떠올리며 협력을 다짐하면서도, 우 원내대표는 향후 벌일 원구성 협상과 관련 캐스팅보트를 쥐게 된 국민의당에 협조를 당부하고 박 원내대표는 제1당의 양보를 거듭 요구하며 '은근한' 신경전을 벌였다.
 
이날 오전 회동 장소인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 먼저 도착한 우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더민주, 국민의당 출입기자 다 같이 와있는 건가요? 원래 우리는 하나인데"라고 했고, 이후 들어선 박 원내대표는 웃으면서 "제1당이 기다려야지"라고 인사했다.

우 원내대표가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꽃 피는 데 두 야당이 큰 역할을 했다는 얘기가 나올 수 있도록 많이 도와달라"고 손을 내밀자 박 원내대표는 "제1당에서 베풀어야지 작은 당한테 내놓으라고 하면 안 된다"고 응수했다.

그러자 우 원내대표는 "박지원 대표님은 제가 존경하고 모셨던 관계니까 신뢰 하에서 하나하나 풀어나가도록 하고 더민주에서도 성과를 내고 국민의당도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원내대표는 "같은 당에 있을 때 제가 '차기 지도자는 우상호'라고 몇번 이야기했다"면서 "굉장히 합리적이고 시원시원한 인격을 가진 분이니까 제1당 원내대표로서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리라 본다"며 "우리도 잘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우 대표가 상선약수(上善若水), 물 흘러가듯 잘 지도해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우 원내대표는 "박지원 선배님은 정치적 스승인 김대중 대통령의 같은 문하생이기 때문에 앞으로 김 대통령의 뜻과 정신을 지키는 데 있어서 누구보다 협조가 잘될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저희가 이번에 호남에서 심판을 세게 받아서 반성해야겠다"며 "호남에서 오만하지 않았느냐는 생각으로 겸손하게 호남 민심도 잘 받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다짐했다.

면담은 더민주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민의당 김관영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부분 없이 10분간 진행됐다.

박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와 함께 간담회실에서 나가면서도 "더민주도 좀 우리한테 내놔야 한다"고 재차 양보를 강조했고, 우 원내대표는 "양보할 것은 시원시원하게 하겠다. 걱정 마세요"라고 말했다.

이날 빨간색 넥타이를 맨 우 원내대표는 "광주유니버시아드 기념으로 (빨간 넥타이를) 우리 의원들에게 다 나눠줘서 국회에서 다 같이 착용한 적이 있다"며 "광주의 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양당 수석부대표는 국민의당을 상징하는 녹색 넥타이를 맸다.

우 원내대표는 앞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상견례에선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더민주를 상징하는 파란색이 교차하는 넥타이를 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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