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책 혼선은 당의 잘못…대선 중 정당역할 부재"
새누리 유승민 사퇴·반기문 대망-개헌론·읍소전략에 쓴소리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9일 "여당과 야당 공히 이익추구, 권력정치에 함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초청돼 '제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진행한 특강에서 이같이 말한 뒤 "정치가 권력을 잡는 것만 생각하지 권력을 잡고 무얼 할 지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권력을 잡고 국가를 어떻게 끌고나갈 지,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지 얘기해야 하는데 여야 공히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고 지고, 다음 대통령을 내고 못내고 얘기로만 흘러간다"며 "그 사이 민생도, 우리 미래도 그만큼 뒤로 가버린다"고 거듭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발생하는 정책·인사 혼선과 관련 "'대통령이 잘 못한다'고 하는데 대통령 잘못 문제가 아니다. 당이 만든 대통령"이라며 "당이 준비가 안 돼 있으니 (대통령) 후보조차 준비가 안 돼있다. 대선에서 어느 정당이고 당이 적극적 역할을 못한다. 모든 공약이 (정당이 아닌) 대선후보 사설 캠프에서 나온다"며 여야 정당의 아젠다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당의) 의제가 불분명한데 대통령이 되고 만다. 할 일이 분명하지 않은데 그 일을 맡을 사람이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모른다"며 "경제민주화를 한다더니 온데간데 없고, 창조경제를 한다는데 그걸 하려면 지금과 같은 전당포식 금융이 아니라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이 있는 곳으로 돈이 가는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금융계획에 신경쓰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다 있다. 이런 문제가 대두되니 인사 혼란도 생긴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슈가 된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관해서도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심장에 매스를 댈 수 있는 사람이 경제수장이 돼야 한다"며 "그런데 그런 개념이 없으니 온건한 관리 위주 리더십이 들어가 구조조정 이슈를 꺼내지도 못한 바람에 지금 와서 문제가 터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도 나중에 정책 흐름을 제대로 잡지 못하니 힘과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 사람 중심의 지배를 하려고 한다. 여야 공히 그 과정에서 계파문제인 소위 친박, 친노라는게 나오고, 실질적 정책토론은 뒤로 가버리는 현상들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20대 총선을 예로 들어 "보통 선거 때는 (정당들이) 안하던 예쁜 짓도 하는데 지난 선거는 안 그랬다"며 "한쪽은 친박, 한쪽은 친문 운운하고 서로 갈 데까지 갔다. 이기기 위한 선거를 치른 게 아닌 당내세력 재편을 위한 선거"라면서 "1, 2당에 대한 불안이 3당이란 창구를 통해 표출됐다. 어느 당도 이긴 게 아닌 대한민국 정치 전체가 패배하고 실패했단 얘기"라고 정치권을 비판했다.

   
▲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교수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20대 총선 당선자 총회에 참석해 '제20대 국회, 새누리에 바란다'라는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이밖에 김 교수는 새누리당을 향해 총선 참패 원인과 당내 상황, 권력구조, 국회 시스템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쓴 소리를 날렸다.

탈당 후 무소속 당선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증세없는 복지는 허구' 발언으로 당론 위배 인사가 된 것에 대해 "승자독식의 사회가 눈앞에 닥친 현실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재정을 확보해 어디다 쓸 것이냐는 중요한 주제를, 적어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는 공당이라면 그부분에 대해 심각한 논의를 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치열한 논박이 있었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말한) '진실한 사람' 논쟁으로 넘어갔다"면서 "국민으로선 대단히 실망스런 얘기"라고 비판했다.

또 당 일각에서 거론돼온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이원집정부제 개헌'과 관련 "국정운영체계에 대한 심각한 고민 없이 친박과 반기문이라는 특정인이 연합해서 정권을 잡는 재집권 시나리오의 하나로서 얘기를 꺼냈다"며 "그건 국민을 모독하는 말"이라고 성토했다. 

새누리당의 '읍소' 전략에 대해선 "저런 정치 할거면 하지말라고 하고 싶다"며 "사과와 용서를 저렇게 구할 게 아니라 정확히 어디가 잘못됐는지 진단하고 고칠 수 있는 대안을 내놓는 게 순서"라면서 "4년 뒤 저럴 것 같으면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각오로 20대 국회에 임하면 대한민국 정치가 나아질 것"이라고 당부했다. 

특강 후 당선자 총회는 비공개 자유토론으로 전환됐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무제한 토론"을 공언한 만큼 이날 의제인 비대위의 성격과 전당대회 개최 시기, 탈당-무소속 당선자 복당 문제 등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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