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가 시작이었을까? 이번주부터 본격적인 4분기 어닝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최근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주가는 결국 기업의 펀더멘탈을 반영하는 것인데 실적이 부진하다면 주가도 하향 조정될 수밖에 없어 투자자들의 근심이 높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작년부터 시작된 원화 강세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당분간은 주가 하락에 대비해 보수적인 대응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4분기 실적 추정치 계속 낮아져...삼성전자 어닝쇼크도 한몫
2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개 이상의 증권사에서 추정치를 제시한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160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 예상치는 총 19조1,8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주일 전 이들 증권사가 추정한 영업이익 예상치 19조8,572억원 보다 3.36% 감소한 것이다. 순이익 예상치도 14조5,466억원에서 13조8,955억원으로 4.48% 낮아졌다.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는 어닝시즌을 앞두고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22조7,585억원이던 영업이익 예상치는 1개월 전에는 20조7,286억원으로 2조원 가량 낮아졌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15.86%, 1개월 전과 비교하면 7.42% 줄어든 것이다.
이는 지난 7일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촉발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장주의 실적 부진이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개월 전과 현재 영업이익의 추정치를 비교하면 산업재(-13.57%), 통신서비스(-11.52%), 금융(-6.51%), 유틸리티(-5.92%), IT(-1.44%) 등 대부분이 실적 악화 추세를 나타냈다.
◇ 엔화약세가 결정타...전문가 "당분가 보수적 대응하라"
이처럼 실적 추정치가 낮아진 것은 최근 원화강세에 따른 실적 악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산업이 많은 일본 엔화의 약세로 인한 경쟁력 약화는 실적 악화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21일 발표한 '2013년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1,002.1원으로 지난 2012년 말 1,238.3원보다 236.2원 하락했다.
엔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23.6% 절상된 것이다. 이는 지난 1997년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최대의 절상 폭이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등 수출주가 국내기업 이익의 50% 이상을 차지하는데 최근의 원화강세로 기업들의 부담이 늘어나면서 이익이 크게 하향 조정됐다"고 설명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로 촉발된 기업 실적 악화가 당분간 주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투자자들도 눈높이를 낮추고 보수적인 대응을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유 종목의 실적 추정치가 점점 낮아지는 추세라면 실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라며 "투자자들은 투자 비중을 낮추는 등 보수적인 대응을 통해 후폭풍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