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드라마·K-POP을 즐겨 보는 북한 주민들에게 라디오 방송 및 위성방송 등을 통해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과 확산을 통해 의식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는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6 북한 정보 자유화를 위한 국제회의’에서 “CD·USB로 한국드라마·K-POP 즐겨 보는 2500만 북한 주민들이야 말로 북한 사회의 진짜 주인”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광백 상임대표는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의식을 바꾸고 그것을 북한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며 한국 민간대북방송에 AM라디오주파수 지원, 대북위성방송 송출, 북한 내 정보기기 확대 등을 정보제공 방안으로 언급했다. 이날 이 상임대표는 세션2 ‘해외사례를 통해 본 정보 유입과 인권 증진의 상관관계, 북한에의 적용’에서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과 확산 방안: 라디오 방송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으며, 행사는 통일아카데미와 국민통일방송, ICNK가 공동주최하고 한국언론진흥재단 및 대북방송협회가 후원했다. 아래 글은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북한으로의 정보 유입과 확산 방안
: 라디오 방송을 중심으로
1. 정보유입의 의미와 중요성
1) 중요한 북한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다. 1990년대 중후반 수백만 명의 북한주민이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15만에서 20만 명에 이르는 북한 주민이 정치범 수용소에 갇혀 고통 받고 있다. 2500만 전체 북한 주민이 감시와 억압 속에서 일체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통치자의 노예처럼 살고 있다. 북한인권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주민 이 자유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중대한 과제로 등장했다.
둘째, 북한 핵문제다. 북한 당국은 수십 년 전부터 국제사회의 반복되는 우려와 반대를 무시하고, 핵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2016년이 시작된 지난 1월에도 4차 핵 실험을 강행했다. 핵을 소형화하고 이를 실어 나르는 미사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북한 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 의 안정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동아시아 주변국과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북한정권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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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9일 7차 당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에 추대됐다. 또 김정은을 비롯해 김영남, 황병서, 박봉주, 최룡해 등 5명을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선출했다./사진=연합뉴스 |
2) 북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북한의 변화가 필요하다
두 가지 문제 모두 북한 체제와 정권의 속성에서 비롯된 문제다. 김정은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북한 주민의 권리를 억압하고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해 한국과 국제사회를 위협하고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고,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와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체제와 정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북한의 변화를 결정하는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장마당을 확대해야 한다. 장마당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사회주의 배급사회였던 북한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사회로 이행할 수 있다. 둘째, 북한으로 유입되는 정보량을 늘려야 한다. 외부 사회가 북한주민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늘리고, 더 많은 북한 주민이 외부 정보를 얻게 된 다면, 북한식 사회주의나 통치자에 대한 충성심을 내용으로 했던 가치관이 자유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같은 새로운 가치관으로 바뀔 수 있다. 북한 주민에게 의식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셋째,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국제역량을 모을 수 있는 외교 전략을 구사해 북한의 변화를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북한의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 중국을 설득하고 압박하여 중국이 한반도 미래를 설계할 제1파트너를 북한정권에서 한국정부로 교체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 변화는 이미 북한 내부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북한 주민은 이미 장마당 없이는 생존하기가 어려워졌다. 대부분의 국가소유 기업소도 장마당에서 원료와 자본을 얻고 있다. 세 번째 변화는 북한 내부의 변화 폭과 속도, 한국정부의 확고한 대북전략과 정치, 경제적 역량이 갖추어 져야 실행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현 단계에서 충분히 실행 가능하고, 비용대비 효과가 높은 방안은 두 번째다. 사회의 주인은 사람이다. 북한 주민에게 정보를 제공해 의식을 바꾸고 그것을 북한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2. 정보유입 및 확산 조건
1) 북한 당국의 처벌이 더욱 약화 돼야한다
북한 주민이 외부정보를 얻는 데 가장 중요한 조건은 북한 당국의 감시와 처벌 수준이다.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약화될수록 외부 정보를 보고 듣는 북한 주민의 수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2000년대 이후 북한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점차 약해지고 있다는 증언이 탈북민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북한 당국이 감시와 처벌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에게 배급을 줄 수 없게 되고, 감시자들이 주민들의 뇌물을 받아 생활하게 되면서, 외부 정보를 얻는 주민들이 처벌을 피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탈북민의 대다수가 ‘북한에서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본적이 있다’고 말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주민과 관료가 현재와 같은 시스템에 적응할수록 당국의 감시와 처벌이 꾸준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2) 외부정보를 원하는 북한 주민이 늘어야한다
외부에서 아무리 많은 정보를 제공해도 북한 주민이 듣거나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면, 외부 정보 확산은 어렵다. 2000년 들어 장마당이 확산되고, 극심한 식량난으로 굶어죽는 사람이 거의 사라졌다. 여전히 많은 주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지만, 일부에서는 장마당에서 돈을 번 중산층이나 부유층이 출현했다. 극단적인 굶 주림에서 먹어난 북한 주민은 재미있는 드라마나 영화, 정확하고 신속한 뉴스를 원 하는 등의 욕구를 갖게 됐다. 북한 주민의 정보와 문화에 대한 소비욕구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은 여전히 개인우상화나 체제선전을 위한 정보와 문화만을 제공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정보와 문화로 욕구를 채우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은 자신의 문화적 갈증을 채우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외부 문화와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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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노동당 7차대회가 4일째 이어지는 9일 ‘핵보유국’과 ‘김정은 최고수위’를 골자로 한 당 중앙위 사업총화에 대한 결정서가 채택됐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사진=연합뉴스 |
3. 정보유입과 확산 방안
1) 한국 민간대북방송에 AM라디오주파수를 지원한다
현재 한국에는 국민통일방송(자유조선방송, 열린북한방송), 북한개혁방송, 자유북한방송 등 3개의 민간대북방송사가 있다. 10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민간대북방송은 북한 당국의 우상화 선전기관인 조선중앙방송에 대응해 ‘북한주민을 위한, 북한 주민의 미디어’를 활동 목표로 내세우며 ‘북한 주민의 눈과 귀’가 되고 있다. 이들 방송은 북한 주민에게 북한 체제의 문제점을 알리고, 북한 주민이 살 길은 민주화와 개혁개방, 한반도 통일뿐이라는 점을 꾸준히 제시해왔다. 방송 시간은 1~5시간 정 도로 현재 미국 국무부나 민주주의기금(NED) 등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서 송출하고 있다. 북한 주민 가운데 약 3~5% 정도가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대북 방송에 출력 200~300KW 이상의 AM 주파수를 지원할 경우 북한 내 청취율을 10~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북한 성인 인구를 기준으로 100~200만 가량의 청취자를 확보하는 것에 해당한다. 최근 제정된 북한인권법의 시행령과 규약에 ‘북한주민의 알권리 및 정보 접근권’ 조항을 추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민 간대북방송의 방송 송출 주파수를 늘리고, 송신출력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단파 주파수 5~6개, 높은 출력을 갖춘 AM주파수1개 정도의 조건에서 방송을 송출한다면 북한 내 정보 유입량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현재 재외동포방송으로 송출되고 있는 KBS한민족방송을 KBS통일방송으로 전환하고 북한주민에 대한 프로그램의 비중을 크게 늘린다
현재 북한주민이 들을 수 있는 외부 방송 가운데 가장 높은 출력의 주파수를 갖춘 방송은 KBS한민족방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 때문에 청취율이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 막대한 재원과 인력을 갖춘 공영방송 KBS가 북한 주민에 대 한 정보 제공에 앞장서게 된다면, 북한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3) 대북위성방송 송출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북한 주민의 대다수가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K-POP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USB와 CD에 저장된 콘텐츠를 컴퓨터나 CD 플레이어를 이용해 시청하고 있다. 탈북인권단체들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노래를 북한 주민에게 제공하면서, 위성방송사업자와 협력해 북한 주민이 작은 위성안테나와 셋탑 박스를 보유하고 있으면, 한국의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4) 북한 내 정보기기를 확대해야 한다
최근 북한 내에 디지털 정보기기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북한 주민이 보유한 이동전화기는 300만대를 넘어섰다. 평양과 신의주, 또는 청진과 평양 사이의 정보 이동 속도를 높이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를 CD나 USB에 담아 볼 수 있는 CD플레이어 장치는 대부분의 가정에 보급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거나, 의식 혁명에 영향을 줄 콘텐츠를 USB나 CD에 담아 북한에 유입시킨다면, 디지털 정보의 특성을 고려할 때, 빠른 시간 내에 북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주민들이 보유한 라디오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라디오의 경우, 여전히 북한 당국의 통제가 비교적 강하다는 증언이 많다. CD플레이어나 이동전화기에 비해 보급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외부에서 북한 내부에 라디오를 대량으로 보급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광백 국민통일방송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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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의 평화를 실현하고, 북한 주민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의 체제와 김정은 정권을 바꾸어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북한 체제와 김정은 정권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실행하는 것이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대회에서 당 위원장에 취임한 김정은이 9일 대회 출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
[이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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