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무산된 원유철 비대위와 똑같아…전국위 저항 부딪힐 것"
김영우 "당 혁신 부차적 과제로 여겨…혁신 비대위 꾸려야"
홍일표 "혁신 시늉내기에 그친다면 당 미래 없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이 정진석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외부인사 영입 혁신위를 함께 가동하는 '투트랙' 체제로 방향을 정한 지 하루만인 12일 당내 반발에 부딪쳤다.

원내대표가 비대위를 맡는 것에 대한 반발로 지금 새누리당이 비상 상황인데도 평온함을 추구하는 것은 국민의 심판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라는 비판이다.    

당내 의원 모임인 '새누리당혁신모임'(새혁모)과 초·재선 의원모임 '아침소리' 소속 하태경(부산 해운대갑·재선 당선) 의원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원내지도부-4선 이상 중진 연석회의에서 의결된 비대위-혁신위 병진 체제에 대해 "굉장히 절망감을 느꼈다"고 우려했다.

하 의원은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임에 대해 과거 '원유철 비대위'가 당내 반발로 무산된 사례를 들어 "(그때와) 지금 똑같다"고 지적했으며, 혁신위에 권한을 주지 않고 자문기구로 격하시켰다면서 "비대위원장 산하의 혁신위원장 영입도 어렵다. 실질적인 권한도 없는데 누가 하려고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현재 내정된 '정진석 비대위 체제'가 전국위원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전국위에서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내다봤다.

'관리형'으로 비대위 성격이 정해진 것에 대해서도 "전당대회를 관리하는 데 비상대책이 왜 필요하느냐"고 불만을 표하는 한편, "총선 참패의 책임이 있어 혁신형 비대위를 원하지 않는 분들의 의사가 반영되고 있다는 의심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사실상 당내 친박(親박근혜)계를 겨냥해 의구심을 내비쳤다.

   
▲ 새누리당이 정진석 원내대표가 위원장을 겸임하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외부인사 영입 혁신위를 함께 가동하는 '투트랙' 체제로 방향을 정한 지 하루만인 12일 당내 반발에 부딪쳤다. 사진은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신임 원내대표단이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같은 새혁모·아침소리 소속이자 20대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김영우(경기 포천)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따로 혁신위가 구성된다는 것은 당의 혁신을 최우선 과제가 아닌 부차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것에 다름없다. 지금은 말 그대로 새누리당의 비상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19대 국회 동안 총 707일간 당 수석대변인을 지낸 인사로, 정치 현안에 대해 사견을 드러낸 것은 오랜만이다.

그는 "'혁신 비대위'가 당의 체질과 운영체계를 바꾸지 않는 한 희망이 없다. 계파 이기주의와 공천추태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 가벼이 여겨져선 안될 것"이라며 "지금 이대로의 평온함과 안락함이 지속된다면 나중에 손도 못써보고 가라앉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19대 국회에서 구성된 개혁성향 의원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활발히 활동한 인사로 꼽히는 홍일표(인천 남구갑·3선) 의원도 투트랙 체제 비판에 가세하며 혁신형 비대위 구성을 촉구했다.

홍 의원은 이날 오전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서 "밖에선 국민들이 (당에) 총선참패의 충격을 느끼는 모습이 아니라 아직도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혁신형 비대위를 꾸려 두세 달이라도 고통이 따르는 변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빨리 얻어올 수 있는데 그런 것과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차선책으로 "혁신위가 전권을 갖고 실천할 수 있는 세부적 방안을 마련해 그것을 지도부가 계속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앞의 두 의원과 온도차를 보였다. 그러나 "시늉 내기에 그친다면 정말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고 혁신 실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공천파동을 점검하는 '공천과정백서'를 발간하는 것을 제안했고, 현행 집단지도체제나 조직 개편에 대해선 당 혁신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시급한 사항이 아니라고 봤다.

홍 의원은 전대 개최 시기에 대해선 "혁신형 비대위가 됐다면 혁신을 위한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테니 늦춰도 괜찮겠지만 임시지도체제라면 빨리 종료하는 게 좋다"며 "전대는 빨리 하는게 좋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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