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첫 공식 입장표명…"2011년 이후 책임 판단은 곤란"
"사건 본질은 민간기업 부도덕 행위" 국가배상 재정·형평성 문제 제기
"역대 모든 정부 잘못 법적책임 지라는 건 야당의 궤변"
[미디어펜=한기호 기자]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태와 관련 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지금 섣불리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정치공세를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반박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브리핑을 통해 "(사건) 책임소재는 현재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고 20대 국회에서 청문회, 국정조사특위든 어떠한 형태로든 진상규명할 방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환노위 차원의 청문회는 의미가 없다고 본다"며 "국정조사특위를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진상조사 노력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보였다.

이날 권 의원은 2013년 야당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 구제를 위한 특별법 등을 발의했지만 여권의 반대로 정부여당이 피해자 구제에 소홀했다는 책임론이 불거지자 직접 공식 입장표명에 나섰다.

권 의원은 "팩트 몇 가지를 알려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1994년 주식회사 유공(SK케미칼 전신)에서 CMIT/MIT(가습기 살균제 제조에 사용된 위해성분·PHMG도 위해성분으로 분류)를 사용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를 개시했다. 이게 김영삼 정부 때"라고 밝혔다.

이어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옥시가 (항균용카페트첨가제 용도인)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제품으로 (용도를 변경해) 생산 판매했다. 2006년 원인미상의 호흡부전증 어린이 환자가 발생해 당시 조사했지만 원인 규명에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또 "2011년 역학조사를 통해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확인돼 제품 수거가 이뤄졌다. 이명박 정부 때"라며 "과거 10년간 누적된 문제해결을 위해 2013년 박근혜 정부에선 피해자 조사를 본격 시행했고 검찰 수사와 피해자 지원방안을 처음으로 마련해 시행했다"고 현 정부에서 처음 피해자 구제가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3차례에 걸쳐 피해 신청자 접수가 실시됐고 올해 4월부터 4차 접수가 진행 중인 점 ▲ 2014년 4월부터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장례비 지원 근거와 절차가 마련된 점 ▲최근 검찰수사를 통한 옥시레킷벤키저(옥시) 등 가해 기업의 사과로 이어진 점 등을 들었다.

   
▲ 권성동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새누리당 간사/사진=미디어펜


권 의원은 "제품 생산·판매단계에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현 정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사건의 본질은 민간기업 옥시가 영업이익을 위해 카페트첨가용화학물질을 가습기 살균제로 용도변경 없이 사용한 부도덕한 행위"라고 항변했다.

이어 "당시 우리나라 화학물질에 대한 측정판단 기준 제도 미비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피해 인과관계가 규명된 2011년 이후의 시각으로 (책임을) 판단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2011년 본격적인 역학 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 민간 연구진들도 (바이러스성) 감염병 외에 다른 환경성 요인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며 "원인이 밝혀진 이후 제도적 보완, 피해자 지원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2011년 12월 세정제 등 8개 품목의 유해성 평가를 하기로 결정했고, 2012년 11월 생활화학용품 관리를 산업부에서 하던 걸 환경부로 일원화했다"며 "2015년 1월 화학물질 등록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되면서 모든 화학물질 유출 관련 물질부터 제품에 이르기까지 관리를 환경부가 일원화해서 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유사한 살(殺)생물제 등 위해 우려제품 관리시스템을 종합점검하고 재발방지대책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권 의원은 옥시 사태의 첫번째 잘못은 규정 미비를 이유로 별도의 검사 없이 제품 용도변경을 한 '부도덕한' 옥시에 있고, 두번째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지 못한 국회와 정부에 정치적·도의적 공동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가습기 피해자 구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로는 국가 재정과 형평성 문제를 들었다. 해당 법안 등은 피해자에 대한 요양급여, 요양생활수당, 장의비, 특별유족조위금 등 구제급여를 정부가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는 "(국가에 의한) 선 손해배상, 후 구상권 청구라고 하는데, 피해자는 억울하지만 옥시라는 제조회사가 있으니 우리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해 받게 돼 있는 게 법제도"라며 특정 사건마다 특별법 등을 통해 국가가 피해 구제를 할 경우 국가 재정과 사안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옥시 사태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로 발생한 실손해 배상이 기본인 민법상 불법행위제도의 근간을 흔들게 된다"고 밝혔다. "가해자가 돈이 없으면 받아낼 방법이 없다"는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20대 국회에 가서 전면적으로 국가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것인지 공청회, 청문회를 열고 법학자들을 다 동원한 치열한 장단점 토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며 "사회적 타협이 없으면 도입하기 어려운 제도"라고 덧붙였다.

권 의원은 "지금 정부는 (가습기 피해) 역학관계조사를 (피해자) 대신 해 주고 있다"며 "이런 조력을 늘려야 피해자들이 실질적으로 도움받는다. 이 문제에 좀더 정부가 잘 하도록 우리가 독려하고 채근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야당에서 제기하는 건 다 정치적인 문제다. (가습기 살균제 관련) 법안 심사를 한두 번 했지만 야당도 당시 적극성이 없었다. 내가 법안심사소위원장이었지만 '이건 더 해야 한다'고 얘기가 없었다"며 "검찰 수사 통해 언론에 보도되니까 이제 와서 자기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진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라며 "정말 정치권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여야 공동책임을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윤성규 환경부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선 "그 또한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뒤 ▲화학물질등록및평가에관한법률 제정 ▲관련 예산 확보 ▲피해자 장례비·의료비 지급 등이 윤 장관의 성과라며 "이건 야당 의원들도 인정했다"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야당 의원들은 '법적 책임'을 인정하라고 화를 내는데, 그럴 수는 없다"면서 윤 장관의 책임은 정치적·도의적인 선에서 그쳐야 한다고 밝힌 뒤 "'어쨌든 현 정부 장관이니까 역대 모든 정부의 책임을 지고 인정하라'는데 인정할 수 없다. 그건 야당의 궤변"이라고 꼬집었다.

야권의 국정조사·청문회 수용 요구를 검찰수사 후로 미룬 데 대해선 "국정조사는 정치공방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 보다 야당이 여당과 정부를 흠집내려는 의도로 면책특권을 이용해 없는 사실도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생채기를 내고, 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를 방어하는데 급급하다"며 "(원인 규명을)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은 압수수색권, 계좌추적권, 구속권, 체포권, 강제수사권이 있고 모든 자료를 확보할 수 있지만 국회는 주는 자료만 받아볼 수 있다"며 "그래서 (검찰수사로) 원인이 밝혀진 후에 하는 것이 좀더 생산적이고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