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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주필 |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하 '임 행진곡')을 제창(齊唱)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면 논란이 일단 종결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랬더니 만 하루 만에 일이 더 커지고 꼬이는 느낌이다. 16일 보훈처는‘임 행진곡’ 제창 불가, 합창만 허용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렇다면 광주5.18을 이틀 앞두고 예년처럼 기념식이 진행될 것으로 가늠했는데, 지금 상황은 그게 아니다. 야당이 길길이 뛰고 있는데다 집권여당까지 나서서 "그렇게는 안 된다"를 함께 외치고 있다. 국회는 당장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안 제출을 벼르고 있고, 야당은 "이러면 협치(協治)고 뭐고 없다"며 청와대를 압박 중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까지 야당과 한 목소리?
희한한 건 여당의 태도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정진석은 제창 불가를 결정한 보훈처에 유감의 뜻을 표명과 함께 재고(再考)를 요청했다. 광주 쪽도 난리라서 시민단체들이 5·18묘지 앞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거의 모든 국내언론도 그쪽 편이다. '임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지정하고, 모두가 일어서서 주먹 쥐고 노래하는 게 5.18정신에 맞다고 온통 난리다.
이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 이슈일까? 이 땅 선동언론의 주장대로 20대 국회의 첫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할만큼 중차대한 사안일까? 노래 한 곡이 뭐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라면 적당히 절충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든다.
애국가도 법적 지위가 없다고 하니 '임 행진곡'을 기념곡으로 격상시킬 순 없겠고, 올해부터 제창 즉 함께 부르기를 허용하는 건 어떨까? 그런 게 소통이고, 화합이라고 온 세상이 속삭이는데, 과연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것일까? 기회에 미디어펜 주필로서 내 입장을 밝히려 한다.
'임 행진곡' 제창은 불가하며, 합창만 허용한다는 16일 보훈처 결정이 백 번 천 번 맞다. 판단의 잣대는 단 하나다. 그 노래를 기념곡으로 격상시킨 뒤 주먹 흔들며 부르는 게 대한민국에 해로운가, 아닌가를 놓고 따지자면 결론은 그렇게 나올 수밖에 없다.
지난 주말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가 쓴 3회에 걸쳐 쓴 시리즈 칼럼 내용도 내 판단을 뒷받침한다. 첫째 '임 행진곡'은 반체제 혁명가요일뿐이며, 둘째 반(反)대한민국 인사들이 만든 노래이며, 셋째 결정적으로 우리의 통념과 달리 광주정신을 정면에서 왜곡하고 있다는 게 그 분의 명쾌한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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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훈처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불가, 합창만 허용 방침을 재확인하자 야당은 "이러면 협치(協治)고 뭐고 없다"며 청와대를 압박 중이다. 혹시 광주5.18를 하루 이틀 앞두고 보훈처가 종래의 결정을 번복할까봐 그게 걱정인데, 그 경우 세상이 더 시끄러울 것이 뻔하다. /사진=연합뉴스 |
"세상을 뒤엎자는 반역정신"의 노래
그런 불량스러운 노래에 국가기념곡이란 옷을 입혀준다고? 그리고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소리 높여 함께 부르자고? 그건 망발이다. 시민단체인 '광주5.18진상규명국민모임'이 15일 발표한 '임을위한행진곡 5.18기념곡 지정을 결사 반대한다'도 그걸 지적하고 있다. 나 역시 백번 공감한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의 반미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의 주제곡이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소설가 황석영이다. 황석영은 다섯 차례 북한을 출입했고, 일곱 차례 김일성을 만났고, 북한으로부터 25만 달러를 받았던 반체제작가였다. 북조선의 적화선동 영화 주제가를 대한민국 행사에서 부르겠다니, 대한민국은 이미 북조선의 정신적 식민지가 되었단 말인가.
'임을 위한 행진곡'이 무슨 노래던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민중의례에서 애국가 대신 부르는 민중가요였다. 그래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는 국가수호 정신은 간데 없고 세상을 뒤엎자는 반역정신과 좌익정신이 넘쳐난다. 이런 노래를 정부 공식행사의 기념곡으로 지정하려는 대한민국은 자살하는 나라인가?”
때문에 이 노래를 제창할 수 없다고 결정한 박승춘 보훈처장은 실로 대단한 애국심과 결기를 보여준 것이지만, 동시에 매우 상식적인 판단을 재확인한 것이다. 상식이 사라지고, 진정한 애국심이 증발한 시대라서 그의 결단이 돋보이는 것뿐이다.
아니다. 그가 실로 돋보이는 건 19대 국회와 전혀 변함없는 20대 여의도 국회 전체의 '배신의 정치' 풍토 때문이다. 헌법가치를 외면하는 저들의 집단적 무지함은 이미 도를 넘었다. 여야가 똘똘 뭉치고 언론이 가세해 '임 행진곡'을 밀어주고, 청와대-보훈처가 외롭게 반대하는 모양새부터 정상이 아니다.
20대 국회도 '배신의 정치'하나?
그런 게 바로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에 아랑곳하지 않는 '배신의 정치'인데, 3년 전부터 그랬다. 당시 국회는 '임을 위한 행진곡' 5.18 기념곡 지정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석의원 200명 중 찬성이 158명이었고, 그 중에는 상당수의 당시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해 대통령-여야대표 3자 회동에서 이 사안이 다시 불거졌는데 당시에도 여야가 모두 공식기념곡 지정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날 회담에 참석했던 당시 새누리 대표 김무성은 야당 대표 문재인의 발언 끝에 "제가 5.18 행사에 참석해 크게 부르겠다"고 말을 받았으니 세상에 이런 망발이 없었다.
중간결론이다. '임 행진곡'은 이미 노래 한 곡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생각하느냐, 망가뜨리려 하느냐를 가르는 시금석이다. 혹시 광주5.18를 하루 이틀 앞두고 보훈처가 종래의 결정을 번복할까봐 그게 걱정인데, 그 경우 세상이 더 시끄러울 것이 뻔하다.
결정적으로 광주5.18이 제주4.3처럼 또 한 번 변질될 것이 우려된다. 2년 전부터 정부는 제주4.3을 국가추념일로 만들었지만, 그건 애시당초 대통령의 잘못된 대선 공약에서 출발했다. 그게 문제였다. 사회통합과 원칙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다가 빚어진 국가정체성의 대혼선이자 대참사였다.
제주4·3은 역사적인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저지하려 했던 폭동이었는데, 그걸 국가가 앞장 서 기념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양보해도 그건 큰 실수였다. 광주 5.18이 또 하나의 제주4.3으로 변질되는 건 실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 다음 회에 이 문제에 대한 나의 소견을 더 밝히려 한다. 관심 바란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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