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동력과 매수주체, 주도주, 방향성이 없는 4無(무)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우리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어떤 포지션을 취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갈리곤 하는데 이달 외국인은 월초에 사고 팔고를 판복하다 최근에는 매도에 나서고 있어 뚜렷한 방향성을 감지하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시장을 자세히 뜯어보면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는 주체가 있다. 바로 투신권이다. 수익률에 죽고사는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는 사실은 대체로 앞으로 시장이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사실이다.

◇1월 외국인·기관 '팔자'...투신권만 꾸준한 매수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5,339억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주로 매수 포지션이었으나 최근에는 매도 포지션으로 확실히 변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지수는 크게 오르지 못하고 있다.

같은 기간 기관도 8,063억원 순매도했다. 기관은 중순까지 꾸준히 1,000억원 이상씩 매도했으나 최근들어 소폭 매수로 전환했다.

개인은 1조1,795억원 순매수 했다. 매해 연초에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보였다는 이른바 '1월효과'에 편승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인은 특히 연초에 시장을 집중적으로 사들였으나 최근에는 매도로 돌아섰다. 지수가 박스권에 접어든 것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종합해 보면 뚜렷한 매수주체가 없어 보인다. 때문에 코스피 지수는 연초이후 1,940~1,970 사이 박스권에서 옴싹달싹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조용히 주식을 사모으는 주체가 있는데, 바로 투신권이다.

투신이란 쉽게 말해 자산운용사를 말하는 것으로 이들은 펀드 상품을 만들고 운영해 고객 자산을 불려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 돈을 대신 맡아 운영하는 사람들인 만큼 특히 수익률에 민감하다. 투신권이 주식을 사모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액티브펀드 주식편입 비중 늘려...지수 반등 전망?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투신권은 연초이후 전날까지 4,285억원을 순매수했다. 특히 최근 펀드매니저들은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의 주식 편입비중을 95%까지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액티브펀드의 주식 편입비중은 지난해 12월말 94.5%에서 지난 20일 현재 95.5%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18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보통 펀드매니저들은 주가가 지금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주식 편입비중을 줄이고, 반대로 오를 것 같으면 비중을 늘리는 방법으로 펀드 수익률을 관리한다.

최근 펀드매니저들이 주식 편입비중을 늘리는 것은 최근 주가 하락으로 우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투신권의 이런 행보가 현재 주가가 바닥이고 향후 지수는 상승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과 자신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신권이 사들인 종목을 보면 LG전자, LG디스플레이, 삼성전자 등 IT업종 대형주와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주, 신한지주 등이었다. 자동차, 정보기술(IT), 금융주 등 최근 주가가 부진했으나 안정적인 실적을 보장하는 대형주 위주로 저가매수 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다만 펀드매니저들이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까지 매수한 것만으로도 자금이 소진돼 추가 매수 여력은 더이상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식형 액티브펀드의 편입비는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이 때문에 향후 투신은 자금 순유입에 따른 매수 여력만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미디어펜=장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