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용선료 인하 협상 실패 시 시나리오는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구조조정 중인 해운업계의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는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에 돌입했다. 만약 용선료 협상에서 원하는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현대상선과 채권단의 플랜B는 무엇일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현대상선은 18일 서울 모처에서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선주 5개사 관계자를 초청해 용선료 인하를 위한 최종 협상을 벌인다. /사진=현대상선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전날 서울 모처에서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선주 5개사 관계자를 초청해 용선료 인하를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했다. 현대상선이 지난 2월부터 선주사들과 협상에 나선지 3개월여 만이다.

이날 모인 글로벌 선주사들은 현대상선의 전체 용선료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 협상이 용선료 인하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협상 테이블에는 현대상선 최고재무책임자인 김충현 상무와 협상을 자문한 미국 법률사무소 밀스타인의 마크 워커 변호사가 참석했다. 채권단 대표로 정용석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 부행장이 참석했다.

선주 측에서는 그리스 선박운영사 다나오스와 나비오스, 캐피털십매니지먼트 등 컨테이너선 보유 선주사 3곳의 관련 업무 최고 책임자급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싱가포르 선박운영사 EPS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된 협상은 오후 6시를 넘겨 끝이났다. 협상을 마치고 나온 참석자들은 입을 모아 협상이 마무리된 상황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19일 벌크선 선주를 포함한 전체 선주들 대상으로 용선료 인하 세부 협상을 위한 콘퍼런스콜을 열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외환위기 당시 보유하던 선박을 매각하고 해외 선사들을 통해 배를 빌려 써 왔지만 해운업 호황기에 책정한 용선 계약에 발목이 잡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시세의 4~5배 수준의 용선료를 지급해오고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는 등 해운업계의 불황의 늪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용선료 협상이 실패한다면 금융당국의 플랜B는 법정관리다. 금융당국은 해운업계가 용선료 인하 협상에 실패할 경우 남은 것은 법정관리 수순이라고 밝혀왔다.

선주사들은 현대상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란 판단에 용선료 인하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 한자리에 모여 채권단의 입장에 관심을 갖는 것도 이러한 공감대가 어느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주사에 남은 계약 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다.

협상이 끝난 선주사들은 각자 본국으로 돌아가 현대상선과 채권단의 제안을 검토해 조만간 결론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플랜B는 없다. 무조건 용선료 인하에 최선을 다한다는 계획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은 오는 20일을 용선료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설정했다. 

용선료 협상이 현대상선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더라도 법정관리를 언급하긴 이르다. 선주사들 각각의 목표치를 모두 달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정한 성과가 있다면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대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플랜B를 논하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다. 부정적인 전망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선주들에게 채권단의 뜻을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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