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들 "손학규 대통령" 연호…정계복귀설 부인 안해
[미디어펜=한기호 기자]2014년 정계 은퇴 선언 후 칩거 중이던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고문이 총선 이후 외부 활동이 잦아진 데 이어, 18일 그동안 주장해 온 정치권 '새판짜기'를 위해 나서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정계 복귀 여부 관련 질문에도 특별히 부인을 하지 않아,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일선 복귀 작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광주에서 열린 5·18 기념식에 참석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오찬 자리에서 "이번 총선의 결과를 깊이 새겨서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 나갈 뜻을 다짐하고자 한다"며 복귀를 염두에 둔 듯한 발언을 했다.

또한 "5·18은 항상 시작이다. 각성의 시작이고 분노와 심판의 시작이다. 또한 화해와 용서의 시작"이라며 거듭 '시작'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이날 오찬은 손 전 고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주최했으며 '친손학규계' 이찬열·이개호 의원, 김병욱·박찬대·고영진 당선자 등을 비롯해 지지자 약 300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지지자들은 "손학규 대통령", "손학규를 모시자!"를 연호하거나, 한 지지자는 "2017년도 손학규 대표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공언하기도 해 눈길을 끌었다.

손 전 고문은 이같은 움직임을 애써 부인하거나 만류하지 않았다. 회동이 끝난 뒤 '새판을 짜는데 앞장서겠다는 의미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손 전 고문의 '새판짜기론'은 지난 1월 제기된 바 있지만 구체적 움직임은 없었다. 당시 발언을 계기로 정계복귀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그는 총선이 끝날 때까지 전남 강진에 머물렀다. 지난달 19일 가까운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그는 "20대 국회에서 근본적인 제도 개선과 제도 혁명을 위한 새판짜기에 나설 수 있도록, 모두 마음을 단단히 해달라"고 독려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날 광주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새판 짜기에 앞장서겠다"는 말은 비슷했으나 발언 횟수나 강도에서 이전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과거와 달리 '임을위한행진곡' 문제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적극 피력하기 시작했다는 점과 정계 복귀 여부 질문에 적극 부인하지 않았다는 점도 그의 정계 복귀 임박설에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손 전 고문이 정계에 복귀, 단순히 더민주에 복당하거나 국민의당에 입당하더라도 당내 입지 확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민주는 진보 색채가 짙은 친노·친문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국민의당은 '안철수파'와 호남세력으로 양분돼 있다.

야권을 아우르는 통합의 중심에 서거나, 최근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여권 분파 세력을 끌어안은 제4의 정치세력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새누리당 주류와 멀어진 정의화 국회의장이 추진 중인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과의 연계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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