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반경 1m 내 좌석 앉고도 인사말에 그쳐
[미디어펜=한기호 기자]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18일 광주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장에서 약 한달만에 재회했지만 두 전현직 대표 사이엔 냉랭한 기류가 흘렀다.

이들과 껄끄러운 관계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도 한 자리에서 조우했다. 세 사람은 각자 마주칠 때마다 어색한 분위기를 드러냈다.

이날 기념식에서 세 사람의 자리는 불과 반경 1m 안에 마련됐다. 김 대표와 안 대표는 첫 줄에 나란히 앉았고, 문 전 대표는 안 대표의 바로 뒷 좌석에 착석했다.

먼저 마주친 것은 지난 대선 때부터 경쟁관계에 놓인 문 전 대표와 안 대표였다. 

문 전 대표는 오전 9시30분쯤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둘째 줄에 앉았고, 약 15분 후 등장한 안 대표는 첫 줄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 잠시 뒤를 돌아 보며 문 전 대표와 악수했다. 웃으며 짧게 인사말을 주고받은 두 사람 사이에선 이후 별다른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30일 열린 고(故)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추모행사 이후 5개월 만의 재회였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막 탈당한 안 대표에게 "신당 작업은 잘 돼가나"라고 물었고, 안 대표는 "시간이 촉박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있고 연말연시가 다 없을 것 같다"고 의례적인 대화를 나눴다.

이후 국민의당 창당과 20대 총선 등이 있었지만 문 전 대표와 안 대표간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전날 열린 5·18 전야제 거리행진에서도 두 사람은 거리를 두고 걸어가면서 서로 마주치지는 않았다.

한때 '전략적 동거' 관계로 인식됐던 김 대표와 문 전 대표는 같은 일정을 소화함에도 불구하고 접촉이 거의 없는 등 껄끄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세 사람 중 가장 늦게 행사장에 도착한 김 대표는 자신의 뒷줄에 앉은 문 전 대표와 짧게 인사를 나눴다. 기념식 종료 후 더민주 의원들이 함께 5·18 묘역을 참배할 때에도 양자는 서로 대화하거나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문 전 대표는 추미애 의원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김경수 당선자 등과 함께 민주묘지의 신묘역에서 구묘역으로 향했고, 김 대표는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참배를 진행했다. 이한열 열사 묘역 앞에서 김 대표 바로 뒤편에 문 전 대표가 참배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에서도 두 사람은 서로를 그냥 지나쳐 보냈다.

두 전현직 대표는 지난달 22일 서울 모처에서 가진 독대를 계기로 관계가 악화됐다. 당시 더민주는 김 대표의 당대표 '합의추대론'을 둘러싸고 친노계의 반발이 이는 등 내부 갈등을 빚고 있었다.

회동 후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나에게 경선에 나가라고 해서 나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답했다"고, 문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당 대표를 하실 생각을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하는 등 서로 엇갈린 진술을 내놨다. 이때 김 대표는 "앞으로 문 전 대표를 만날 때는 녹음기를 가져와야겠다"고 주변에 말하는 등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김 대표와 안 대표 사이에도 냉기류가 흘렀다. 총선 과정에서 두 사람은 야권 주도권을 두고 서로를 공격하며 대립양상을 보여왔다.

이들은 지난 1일 원불교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만나서도 어색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17일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날 행사장 맨 앞줄에 나란히 앉았지만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대화를 주고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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