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거부권 행사·새누리 재개정 명분 실어줄 가능성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전 원내대표가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이 정부·여당에 불리한 법임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전 원내대표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국회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 "어제(19일)는 다행히 새누리당의 혼란과 분란 속에서 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한 새누리당도 동참하는 바람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현재 새누리당은 법 개정을,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를 검토 중인 가운데 이 전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이 여권의 반발명분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전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지난번 국회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을 봤다. (이번에도 개정 국회법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협치는 말뿐이었다는 것을 피할 수 없다"며 "대통령께서 임을 위한 행진곡에서 실망을 주신 게 다시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그는 "이 법은 원래 국회의장 산하 자문기구에서 추천된 법이었고 지난해 7월에 법제사법위까지 통과된 법인데 새누리가 약속을 안 지키고 무조건 막고 있었다"며 "새누리는 (법안 내용 중) 청문회 관련 내용을 빼는 수정안을 발의하기로 했었고 그래서 내가 그 수정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는 의지가 보이는 한 상정을 못한다 해서 6개월 정도 보류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날 본회의 직후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내의 반의회주의자들의 방해 전략을 물리치고 통과됐다는 점에서 의회주의의 승리라는 의미를 지닌다"고 의미를 부여한 바 있다.

이어 "더민주의 19대 국회 마지막 원내대표로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 수정안을 부결시키고 원안에 찬성표를 던지신 선배동료 의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 특히 소신 투표를 해주신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께는 더욱 감사를 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정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내 상임위는 법률안 이외의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한 경우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

이에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원유철 원내대표 체제 당시부터 개정안이 사실상 '상시 청문회'를 허용한 것이라고 지적, 정부 마비와 정쟁 확대 우려를 제기하며 반대해왔다.

그러나 전날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을 비롯, 비박계로 분류되는 당 소속·탈당 의원들이 개정안에 찬성·기권하는 '반란표'를 던져 가결됐다.

이에 따라 친박계를 중심으로 국회법 재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 본회의 후 취재진에 "3권 분립 원칙에 반하는 이러한 국회법 개정에 대해 용인할 수 없고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이 법률안에 대해 반드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정 보류 상태의 법안을 단독 결정으로 상정시킨 정 의장에 대한 비판과 사과 요구도 나왔다.

김 원내수석은 이어 "전날 여야 원내수석이 국회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오늘 아침에 의사일정에 포함된 것을 보고 놀랐다. 정 의장이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국회법을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여야 교섭단체 합의라는) 확고한 관례를 깨고 왜 법안을 상정했는지 의장이 입장을 표명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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