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단비 기자] 보험사들의 자살보험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엔 소멸시효를 들먹이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이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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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사들이 소멸시효 등을 들먹이며 자살보험금 지급을 피하기 위한 버티기가 계속되고 있다./미디어펜 |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2일 자살한 A 씨의 부모가 B 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을 무효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법원이 소비자의 손을 들어준 것.
앞서 자살보험금이 논란이 된 것은 약관의 명시된 내용 때문이었다. 약관에는 특약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 가입자가 자살할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되어있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는 표기 실수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라며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 또한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지급을 버텨왔다.
하지만 이번에 대법원에서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약관은 책임 개시일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유사한 건에 대한 지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에서도 이같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대법원 판결권과 관련된 계약에 대해서는 지급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한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 대법원 판결권과 유사한 건들에 대해 지급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보험금을 지급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판결 등 법적인 판단이 나오기 전까지는 지급하기 어렵다는 것.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과 유사한 건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만큼 당연히 지급해야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으며 내부적으로 검토, 향후 법적인 판단이 나오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 2년이 지나기 전 청구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끝나 보험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에 보험사에서는 소멸시효가 지난 것에 대해서는 지급 사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보험사들의 태도는 비난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약관에 잘못 명시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해지자 약관에 따르지 않고 지급을 하지 않을뿐더러 이번엔 소멸시효를 걸고 넘어지고 있기 때문.
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소멸시효가 지나기 전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청구, 재해사망보험금은 청구하지 않은 경우는 지급할 수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금 청구는 보험금 청구 양식에 따라 사고일자, 내용 등을 작성하면 보험사에서 약관에 따라 해당되는 보험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돼 보험금을 따로 청구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도 보험사들의 태도에 압박에 나섰다. 지난 17일 생보사 관계자들을 모아 이달말까지 미지급 자살보험금 지급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라고 한 것.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말히기 힘들지만 소멸시효 관련건이 금액이 더 크다. 결국 속내는 돈을 주기 싫다는 것"이라며 "과거 잘못을 시인하고 바로잡아야함에도 불구하고 소멸시효를 운운하며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에 실망감을 감추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보험사들의 태도는 보험사를 믿었던 소비자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으로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당국에서도 주어진 범위내에서 조치를 취하는 등 피해구제를 위해 어떠한 노력이라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소비자들이 청구를 할려고 해도 보험사에서 자살은 재해가 안된다며 거절하는 등을 해놓고 이제와서 소멸시효를 운운하는 것은 안 맞는다"며 "법리적인 판단을 받는 것도 시간을 끌어 소비자들이 지쳐떨어지는 등 최대한 지급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 사무처장은 "100% 보험사 과실에 의해 비롯된 일임에도 본인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지금와서는 소멸시효 때문에 못준다고 큰소리치고 있다"며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서도 보험금 지급을 할 것을 촉구함에도 이조차 무시하는 행태는 도덕성 없고, 반 사회적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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