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구소 30주년 학술회의 “전술핵이든 핵무장이든 가능성 열어놓고 논의할 때”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핵 위협에 대비해 북한 핵 공격 시 자동적으로 평양에 미국의 핵폭탄이 투하되도록 하는 한미조약을 강화하는 방안이나 전술핵의 한시적 조건부 재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세종연구소가 20일 개최한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현실적 방안으로 미국 전술핵을 한시적 조건부로 재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지상 배치가 안되면 핵탄두미사일을 장착한 핵잠수함을 한반도에 상시 기항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술핵 재배치 과정에 대해 홍 실장은 “일단 기한을 정해서 북한과 핵개발 자제 및 북핵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래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하지 않으면 전술핵을 재배치한 뒤 남한의 전술핵 철수를 조건으로 다시 협상을 이어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연구실장은 한미조약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 공격 시 평양에 미국의 핵폭탄 자동 투하 △남한에 800㎞ 사거리 탄도미사일 배치 및 벙커버스터 등 강력한 공격무기를 확충 △김정은 일가에 대한 정밀타격 및 특공작전 준비를 주장했다. 홍 연구실장은 “남한이 이런 능력을 갖추고 북한 지도부에게 이를 인지시켜야 한다”고 했다.

   
▲ 세종연구소가 20일 개최한 세종연구소 개소 30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홍현익 안보전략연구실장은 한시적 조건부 전술핵 배치를,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했다./사진=미디어펜


반면, 정성장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핵 대응 방식에 대해 핵우산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홍 연구실장과 함께 제2회의인 ‘외교·안보·통일 현안 분석’ 발제를 맡은 정 연구실장은 토론에서 “북한에게 있어 핵개발의 최종 목표는 핵무기 배치이지 협상카드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 연구실장은 “앞으로 3~4년 후 북한은 수소폭탄은 물론 ICBM, SLBM 등의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할 우리가 안보전략이라면 핵무기 보유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는 대신 독자적 핵무장을 선택하면 지금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안보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 연구실장은 “북한이 그동안 핵 개발에 들인 비용보다 우리가 방어용으로 핵무기를 배치할 때 비용도 훨씬 저렴하다”며 “우리가 해외에서 사들이는 무기 구입비가 2014년 9조1299억원이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에는 1조원 정도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군사적인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관점에서도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중 어느 것이 국익에 더 부합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시점”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정 연구실장은 “이미 남한은 북한의 비대칭 전력인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출해온 비용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비용의 10배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남한의 핵개발이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과 관련해서는 “핵무장 방식을 미국과 공유하면 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정 연구실장은 “핵무기를 한국이 개발하고 미국과 공동 통제 아래에 두면 한미동맹이 깨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마침 한국과 일본을 향해 스스로 안보책임을 지라고 주장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당선되면 오히려 이런 협상이 가능할 것이다. 이제는 한국의 핵보유도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상정해 적극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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