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2015년 7월 14일 오후 2시 43분경 경북 상주시의 한 마을회관. 전날 마시고 남은 사이다를 할머니 7명 중 6명이 마신 뒤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용했던 시골마을이 발칵 뒤집혔다. 다음 날 오전, 그리고 같은 달 18일경 두명의 할머니가 사망했다. 국과수 감정에 따르면 사이다병에서 고독성 살충제인 메소밀 성분이 검출되었다 한다. 메소밀은 무색무취로 육안 또는 후각으로 전혀 감지가 불가능하다.

물적증거는 농약이 검출된 사이다병 뚜껑이 박카스병 뚜껑이었다는 것이고, 박할머니 집을 수색하던 중 박카스 병이 확인되었고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 정황증거로는 전날 점 10원짜리 화투놀이를 하면서 할머니들간 다소간의 말다툼이 있었다는 것. 그런데 정작 박카스병과 사이다병에서는 박할머니의 지문이나 유전자가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프로파일링에 따르면 80대 노년 여성의 범죄라 보기에는 너무도 죄질이 안좋은 집단적 살인범죄이기에 범죄적 동기를 찾아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행동의 대담함, 덫을 만드는 기술, 접근 방법 등에서 남성적 마초이즘이 느껴진다는 분석. 50-60대 남성이 지역사회 80대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농약살인을 벌여 공동체를 파괴하려 했다는 것이었다.

   
▲ 프로파일링도 비껴간 '농약사이다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농약 사이다' 살해사건의 피의자 박모(82) 할머니가 2015년 7월 20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제1호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뚜렷한 살인범죄 동기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 하지만 범죄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 박할머니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 및 행동·심리 분석 결과는 범행부인이 거짓이라고 나왔다.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소위 ‘농약 사이다’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박모(82)씨에게 항소심도 1심 법원에 이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17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박 할머니는 시종일관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가족들의 항의하다 법정 퇴장을 당했다.

항소심은 유죄 판단 근거는 '형사재판에서 간접증거를 근거로 유죄를 인정할 때 그 간접증거가 개별적으로는 범죄사실에 대한 완전한 증명력을 갖지 못하더라도 전체 증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증명력이 인정되면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는 대법원의 판례를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와 관련 "범행 결과 중대성, 피해자들과 유족들이 입은 고통, 공동체 붕괴, 피고인이 범행을 한사코 부인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점, 원심에서 배심원들의 일치된 의견을 받아들여 무기징역을 선고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으로 판단 된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시골마을을 풍비박산 낸 상주농약 사이다 사건은 1심과 2심이 모두 박 할머니에게 유죄를 인정했다.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박 할머니는 대법원의 판단을 바라볼지도 관심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시골의 인심도 ‘인심’을 잃는 것이나 아닐까?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