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주 기자] 호텔롯데가 다음달 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명품 브랜드에 대한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지난 1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직후 "이번 공모자금을 국내외 면세점 확장 등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1위 면세사업자, 글로벌 입지를 갖춘 아시아 3위 호텔, 글로벌 5위권 테마파크 등을 목표로 도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2014년 기준(무디리포트 집계) 듀프리(스위스·48억5000만 유로)·DFS그룹(미국·37억5000만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면세점(33억4600만 유로)인데, 만약 공모자금으로 대형 M&A를 1~2건 성사시킬 경우 1~2년 사이 2위 DFS를 제치고 1위 듀프리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롯데의 설명이다.
현재 호텔 부문의 경우 아시아만 따져도 수십위권에 불과하고, 테마파크는 세계 14위(2014년) 수준이지만 이 두 부문 역시 상장으로 도약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롯데는 기대하고 있다.
공모 흥행에 예상대로 성공할 경우, M&A 등 공격적 투자를 위한 '실탄'은 넉넉할 전망이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롯데는 전체 주식의 35%를 일반 공모한다. 25%는 신주를 발행하고, 10%는 기존 대주주 보유 지분을 매각(구주매출)하는 방식으로 공모가 이뤄진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9만7000~12만원인데, 이를 신주 발행 후 전체 주식 수로 곱하면 공모자금 규모는 적게는 4조6419억원, 많게는 5조742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 등을 거쳐 실제 공모가가 예정 가격의 중간 수준으로만 결정돼도 지난 2010년 삼성생명 상장 당시 공모액(4조8881억원)을 뛰어넘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된다.
호텔롯데는 증권신고서에서 최소 공모자금(4조6419억원)을 기준으로 2000억원만 차입금 상환에 사용하고, 나머지 대부분은 시설자금, 곧 투자 재원으로 사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면세점이 호텔롯데의 매출과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만큼 면세점의 M&A와 해외진출에 2조원 정도가 우선 배정될 것"이라며 "이미 호주 면세점 업체 등과 M&A 관련 접촉도 실제로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호텔롯데가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아예 브랜드 가치가 높은 해외 명품업체를 직접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면세점 성패의 핵심이 주요 명품 브랜드 입점에 좌우되는만큼 명품을 직접 계열사로 거느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명품 브랜드 인수·합병(M&A)의 필요성을 느끼고 실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조만간 검토 대상 업체 리스트를 작성하는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면세점이나 호텔이나 해외 진출을 계속 추진해야 하고 상품 아웃소싱(조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해외 업체들과 접촉해야 하는데 명품 브랜드를 직접 소유하고 있느냐 여부에 따라 협상력 등에 큰 차이가 생긴다"고 강조했다.
실례로 세계 2위 DFS 면세점이 도약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도 모기업 프랑스 명품브랜드 그룹 '루이뷔통 모엣 헤너시(LVMH)'의 세계 유통업계 내 영향력과 상품 소싱 능력 덕이라는 게 롯데의 분석이다.
반대로 최근 개장하거나 개장을 앞둔 국내 신규 서울시내 면세점들의 경우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이끄는 용산 신라아이파크 면세점을 빼고는 여의도 63빌딩 한화 갤러리아 면세점, 동대문 두산 면세점 등 모두 명품 브랜드 유치에 크게 고전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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