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탈당 도미노 놓고 민주당과 安 신당 신경전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철새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대부분 안철수 신당으로 날아가고 있다. 호남 정치권에서는 이 현상을‘AI감염론’과 ‘AV현상론’으로 분석한다.

정치권 속어로‘AI'는 안철수 인플루엔자(Ahn Influenza), 'AV'는 안철수 바이러스(Ahn Virus)의 약자다. 출마자들이 선거를 목전에 두고 소속 정당을 갈아타는 현상을 민주당측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으로 'AI감염론'으로 보고 있고, 안철수 신당에서는 유권자들의 염원을 반영한 ’AV현상론‘으로 해석하고 있다.

◇정치철새 집단이동 본격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철새들의 이동은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최근‘3월 내 창당’이라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정치철새들의 이동이 구체화·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안철수 의원의 외곽 조직인‘내일’이 실행위원을 발표했다. 호남을 중심으로 68명의 명단을 발표하며 사실상 창당 신호탄을 올렸다. 제1차 실행위원 발표였다.

68명 중 전남과 광주 출신이 43명, 전북 출신이 25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민주당 당적을 보유했던 인물들이었다. 특히 정동영 민주당 고문의 최측근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됐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실행위원 명단을 보고‘민주당 주변인들'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이어 ‘내일’은 한 달여 만에 제2차 실행위원 468명을 발표했다. 이번에는 전국적인 명단을 발표했다. 이중 호남지역 배정 인원이 209명이어서 제1차 실행위원과 합쳐보면 사실상‘내일’의 실행위원 절반이 호남 출신이다. 제1차와 마찬가지로 제2차 호남지역 209명 실행위원도 대부분 민주당 출신으로 구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은 ‘내일’의 호남지역 실행위원 278명 중 거의 80%가 민주당을 한 번은 거쳐간 인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행보는 일찌감치 정치철새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1월 4일 윤여준 전 장관이 안철수 의원의 신당창당 작업에 가담했다. 윤 전 장관은 정치권의 대표적 철새로 통한다.전두환-노태우-김영삼 등 3대 대통령 재임 기간 실세로 꼽혔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쪽에 가담했다가 최근에는 안철수와 문재인 측을 오갔다.

정치철새 논란에도 불구하고 윤 전 장관이 주도하는 창당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호남에 다시 정치철새들이 집단으로 출현하고 있다.

지난 23일 전라북도 의회 브리핑 룸에서 전북지역 시군의회 현역의원 16명이 안철수 신당 참여를 선언했다. 대부분 민주당 소속인데, 이날 이들 중 5명이 민주당을 탈당했다.

같은 날 안철수 의원은 전남 목포를 방문해 창당 관련 행보에 나섰다. 안철수 신당 창당 준비 조직인 새정치추진위원회(새정추)는 이날 목포에서‘새로운 지방자치를 위한 국민과의 대화’라는 토론회를 통해 안철수 의원의 지방 분권 정책에 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도한 김효석 전 의원 역시 얼마 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

역시 같은 날 전주에서는 새정치 전주포럼이 발족됐다. 이 포럼 대표로 선출된 유창희 전 전라북도 의회 부의장 역시 민주당 소속이었고 지난해 9월 탈당했다. 이런 가운데 전북지역 시군에서는 안철수 신당 당원 모집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은 AI감염 비판, 안 신당은 AV현상 긍정 해석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당 탈당 도미노를 놓고 AI 감염론과 AV 현상론이 충돌하고 있다.

AI 감염론은 정치적 신념보다는 현실적 이득을 위해 민주당을 탈당, 안철수 신당에 가담하는 이탈자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표현이다. AV 현상론은 이들의 탈당을 안철수와 정치 철학을 공유하고 시대적 흐름에 참여하는 자연스런 현상으로 바라보는 긍정적 표현이다.

민주당 전북도당 고위 당직자는 지난 23일 민주당 소속 시군의원 16명의 탈당과 안철수 신당 합류 발표에 대해“대표적인 정치철새들의 이동”이라며 “지방선거를 악용하는 안철수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가창오리와 큰 기러기 등 철새들이 AI에 감염돼 전국에 비상이 걸린 것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정치권이 AI, 즉 안철수 인플루엔자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라고 규정했다.

반면 호남지역 새정추쪽 인사들은 정치인들의 안 신당 합류에 대해 민주당의 독선과 오만,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하는 병폐를 청산하는 안철수 긍정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새정추 활동을 통해 창당발기인 3,000명 정도를 모집했다는 한 관계자는“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호남에서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30~40%에 달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민주당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전북의 경우 민주당 지지도보다 10%포인트 앞서는 여론조사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AV현상은 정치인보다 일반인으로 더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호남 정치권의 민주당 집단 탈당 도미노와 안철수 신당 참여 현상을 '철새론 대 텃새론'의 싸움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는 상태다.

[미디어펜 = 강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