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적 통화정책…투명하게 드러난 시장성과·신상필벌 원칙에 따라야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한국적 양적완화 논쟁, 박정희에 답이 있다

기업 선정에 정치적 고려 있으면 안돼

거시적 통화정책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는 상대가격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물 부문에 자원배분의 왜곡 없이 전체 경제의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개별 산업이나 기업에 차별적 혜택이 가지 않도록 중립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개시장조작을 통한 금리정책이나 지불준비금정책 등이 가능한 한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각각 단기국채시장을 대상으로 혹은 전체 은행권을 대상으로 소위 ‘평등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전통적인 방식의 통화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소위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특정 분야의 채권을 매매함으로써 ‘특정분야에 차별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통화정책 방식이 등장하였다. 물론 이를 통해 전체 경제에 보다 효과적으로 많은 유동성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사실상은 특정 부문에 대해 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 때문에 결국은 특정 분야에 유리하게 상대가격에 영향을 미쳐 실물 부문의 자원배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경우 2008년 주택금융위기 이후 주택채권매입을 통해 주택산업을 회생시키고, AIG라는 보험회사에 대한 금융지원으로 보험산업을 살려낸 것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맞물려 특정 산업분야에 중앙은행이 관련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공급하자는 소위 한국형 양적완화 정책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책은 사실상 박정희 산업혁명시대에 이미 관행화되었던 정책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국은행이 수출금융을 바로 신용장을 기초로 해당 기업에 공급하고, 특정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데 참여하거나 특수은행에 출자하는 등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사실상 특정 목적이나 분야와 기업에 따른 차별적 공급으로 자원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이었던 것이다. 이를 성장통화 공급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교과서적인 중립적 통화정책에 대비하여 ‘차별적(신용공급형) 통화정책’이라 부를 수 있다.

   
▲ 통화정책이 기울어진 시장을 교정하는데 동참해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 한국의 차별적 통화정책의 성공 교훈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물론 당시는 이런 방식의 차별적 통화정책 때문에 중립적인 통화정책기능은 활성화될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당시는 물론 그 후 학계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은 세계 최고에, 인플레이션(소비자물가상승률)마저도 1966~1979년 평균 14.1%에 그쳐 당시 후진국 중 가장 모범적인 결과를 시현하였다.

그런데 세계는 이제 경제가 저성장`양극화에 직면하면서 소위 ‘이단적인’ 차별적 통화정책 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경제학계도 이제 ‘차별적 통화정책’ 개념을 새롭게 조명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경제발전이라는 창조과정은 항상 창조자보다 이들의 아이디어에 무임승차하는 복제자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경기장이기 때문에 창조자들은 쉽게 생기지 않고 경제발전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부의 정책이 경제발전을 일으키려면 반드시 ‘신상필벌의 원리에 따라 창조자들을 더 우대하는 경제적 차별화정책’을 통해 시장을 보다 평평하게 교정해야 한다.

통화정책 또한 이 기울어진 시장을 교정하는데 동참해야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과거 한국의 차별적 통화정책의 성공 교훈이다. 여기서 새삼 주의할 점은 차별적 통화정책이 성공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신상필벌의 원리에 따라 보다 창조적인 기업과 산업분야에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절대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다. 창조적인 기업에 대한 판별은 과거와 현재의 투명하게 드러난 시장성과가 기준이 되어야 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기업 선정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성공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박정희 산업혁명의 교훈이기도 하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중요한 것은 투명하게 드러난 시장성과-신상필벌 원리에 따라 보다 창조적인 기업과 산업분야에 유동성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자료사진=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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