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없이 독단 상정해 처리"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의 '입'을 맡고 있는 원내대변인들이 23일 '상시청문회법' 논란이 일고 있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입을 모아 표명했다.

상임위원회 차원 청문회가 정치적 의도에 기반해 남발될 경우 상임위 자체 파행은 물론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등을 대상으로 '무차별적'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경위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는 한편, 당에서 20대 국회 개원 후 재개정을 시도할 방침과 함께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금기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에 출연해 "각종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상임위 청문회 개최를 남발하거나 또다른 정치적 의도를 깔고 있을 때 부작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민 원내대변인은 "청문회 대상이나 증인, 결과 보고서 채택에서 여야간 정쟁으로 상임위가 파행되면 법안 심사 등 다른 일은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 상임위 뿐만 아니고 본회의 파행이 반복돼 국민들의 지탄을 받을 수도 있다"며 "또 청문회가 남발되면  세종시 공무원들이 하루종일 국회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정부가 일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청문회를 남발하지 않겠다'라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선 "다짐을 해도 얼마든지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바뀔 수 있다"고 일축했다.

'미국도 상임위 청문회가 활성화됐지만 행정부 마비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주장엔 "(미국은) 청문회의 목적과 범위를 명문화해 정쟁으로 악용되는 일을 막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그런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며 "미국엔 우리에게 있는 국정감사는 또 없다. 국감이 있는 마당에 중복된 기능을 할 수 있는 상시청문회법은 재고해 봐야 한다"고 받아쳤다.

국회법의 본회의 통과 경위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에 출연, 여야가 과거 운영위·법제사법위에서 국회법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야권의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며 "운영위와 법사위 회의록을 검토해보니, 통과될 당시 수시 청문회 도입과 관련된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반박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2014년 11월 정의화 국회의장이 최초 제안한 이래 새누리당이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법안 처리에 합의, 2015년 7월8일 유 원내대표 사퇴 직후 조해진 당시 원내수석부대표가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맡아 7월9일 운영위, 15일 법사위를 통과시켰다.

같은날 현재 친박계로 분류되는 원유철 원내대표 체제가 출범한 뒤 7월24일 본회의를 앞두고 새누리당은 개정안에 잦은 청문회로 국회·정부 마비가 우려된다며 반대로 돌아섰다. 이후 약 10개월간 본회의 상정이 보류,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면서 19대 국회 내 사실상 폐기 수순을 밟고 있었다.

그러나 이달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정 의장이 단독 결정으로 법안을 상정했고, 새누리당 비박계와 '탈당파' 무소속 의원들의 찬성·기권표를 던져 개정안이 가결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안 내용을 모르고 찬성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에 김 원내대변인은 "법안 내용을 몰랐다기보단,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이 상정돼 이런 결과가 초래됐다"며 "새누리당은 반대의사를 밝혔었고 더불어민주당도 표결에 부치지 말자는 뜻을 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상정해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 내 재개정 의지도 피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대해선 "거부권 행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자 의회에 대한 견제 수단"이라며 "야권이 거부권 행사 시 협치는 끝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이건 삼권분립의 정신을 해치는 말이다. 국회에선 재의 요구권이 있으면 표결로 답하면 될 문제"라고 밝혔다.

민 대변인도 "(거부권) 앞에 있는 '거부'라는 다소 부정적 의미로 들릴 수 있는 단어 때문에 그런데, 뒤에 붙은 권리의 '권'자를 생각하면 떳떳한 권리고 당연하다는 생각"이라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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