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시중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하자 이를 바라보는 저축은행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금리 대출은 저축은행들의 영역으로 손꼽히는 터라 은행들의 업권 확대에 대해 저축은행들을 거북한 표정이 역력하다. 더욱 정부와 금융당국의 중금리 상품 독려에 대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농협‧KEB하나 등 제1금융권 시중은행들은 올여름부터 중금리 신용대출상품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중금리 상품이란 신용등급(CB)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이 중간 단계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의미한다. 이들 중신용자들은 전체 대출자의 약 절반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8~9등급 저신용자들과 다를 바 없는 연 20% 수준의 고금리로 대출을 받아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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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구 SGI서울보증사장,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왼쪽부터)이 지난 3월 2일 '중금리 신용대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 및 MOU체결' 현장에서 양해각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디어펜 |
대출자들의 금리부담이 가계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은 정부와 금융당국이다. '중금리 대출시장 활성화'를 꾸준히 강조해 온 금융위원회는 결국 지난 3월 서울보증보험, 은행연합회, 저축은행중앙회, 농협 등 6개 시중은행과 신한저축 등 5개 저축은행이 향후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도록 유도하는 작업에 나섰다.
특별히 서울보증보험이 TF에 참여한 것은 중금리시장에 대한 금융회사들의 리스크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로 눈길을 끌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리스크관리에 강점이 있는 서울보증이 참여한 만큼 더욱 체계적인 신용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당국까지 '분위기 조성'에 나선 터라 은행들은 중금리 대출상품을 하나둘 내놓고 시장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우리은행은 TF 구성 이전인 작년 5월에 이미 '위비 모바일 대출'을 통해 중금리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출시 1년을 맞은 이 상품에 대해 "전체 대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미미하지만 우리은행이 중금리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규모로 계속 상품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이 중신용자 대상으로 내놓은 대출상품 'NH EQ론'의 경우도 지난해 12월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누적대출액 100억 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7월이 되면 더 많은 시중은행들이 중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보증보험이 TF 구성에 참여한 만큼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서를 발급해 국민‧신한‧우리‧농협‧KEB하나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취급에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들의 수익구조가 악화된 만큼 상대적으로 큰 예대마진을 누릴 수 있는 중금리 대출시장이 다른 때보다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편 시중은행들의 중금리 시장 진출에 저축은행들은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전통적으로 중금리 시장은 저축은행들의 주 시장으로 평가받아 왔기 때문이다. SBI저축은행이 내놓은 중금리 대출상품 '사이다'는 지난 16일 97영업일 만에 누적액 600억 원을 돌파하며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시장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1금융권 은행들이 중금리 시장에서 비중을 늘려갈 경우 저축은행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 시중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중금리 시장에서는 은행보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만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면서도 "(은행들의 중금리 시장 진출과 관련해) 위기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저축은행 스스로 좀 더 정확한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광고 규제 등 저축은행에 한해 묶여 있는 몇 가지 제한사항들을 중금리 상품에 한해 풀어주는 방안을 당국이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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