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지지자들, 국민의당 지도부에 욕설·야유…몸싸움까지
김경수 "예의 갖춰달라" 당부에도…정청래·손혜원 SNS로 가세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지도부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찾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친노 지지자들로부터 소박을 맞았다.

안·천 대표는 지난해 추도식에서도 각각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무소속 의원의 신분으로 봉하마을을 찾았다가 야유와 물세례를 받은 경력이 있다.

이날 노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이 열린 봉하마을 입구에는 '안철수 대표의 봉하방문을 열열히 환영합니다. 친노 일동'이라고 적힌 노란색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진심이 담긴 환영 메시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 일행이 오후 1시30분쯤 도착해 버스에서 내려 노 전 대통령의 사저에 들어가려고 하자, 친노 지지자들이 몰려 들어 소란을 빚었다.

한 추모객은 "전라도로 가라 XX야"라고 외쳤고, 일부는 "못 들어간다. 네가 무슨 자격으로" "안철수 물러가라" "빨갱이보다 못한 XX들" "대권 욕심에 눈 먼 안철수 이 XXX야, 물러가라" 등 욕설과 야유를 퍼부었다. "배신자" "양아치" "이명박의 앞잡이"라는 비난도 터져나왔다.

이중 일부는 안 대표에게 달려들다가 당직자와 보좌진들에게 가로막혀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 한 지지자는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는 손글씨 종이 피켓을 들었다. 일부 안 대표 지지자들이 "안철수가 당연히 올 수 있는 거지. 왜 그러느냐. 대한민국에 자유가 있는데"라고 받아치는 모습도 있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 행사에 참석한 여야 3당 지도부. 이 중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왼쪽)은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도착한 직후 친노 지지자들로부터 욕설과 야유를 받았다./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소동을 피해 안ㆍ천 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언덕을 올라가 노 대통령 사저 철문 안으로 급히 움직였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인파에 밀려 철문 밖에서 입을 굳게 다문 채 불쾌한 표정으로 잠시 대기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에게도 지지자들이 달려들다가 당 관계자들이 말려 큰 충돌은 피했다.

친노 주류 인사들도 국민의당을 겨냥해 악감정을 표출했다. 4·13 총선에서 낙천한 정청래 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친노 패권주의'를 입에 달고, '친노·운동권 척결'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사람들은 7주기 기념식장에서 무슨 생각을 할지 참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정 의원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손혜원 당선자도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차피 내일 봉하에 갈거면 그냥 조용히 계시는 편이 낫지 않겠느냐"며 국민의당을 겨냥한 듯한 글을 썼다. 

이같은 분위기를 예견한 듯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더민주 김경수 당선자는 추도식에 앞서 페이스북에 "봉하마을을 찾아오시는 분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오늘 나와 생각이 다르고, 그동안 정치적 언행에 불만이 있는 정치인이 오시더라도 최대한 정중하게 예의를 갖춰 맞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허사로 돌아간 모양새다.

국민의당보다 현장에 늦게 도착한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이날 소요사태를 목격하지는 않았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를 향해선 다소 우호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는 봉하마을에 도착해 시민들과 인사를 하고 사진을 찍는 등 여유를 보였다. 

문 전 대표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서명운동, 6·25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촉구 서명운동에 동참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시민들이 "문재인은 절대 (대선에) 출마하지 마라"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후 여야 3당 지도부는 사저에서 나와 공식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장 첫 줄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김종인 더민주 대표, 안ㆍ천 대표가 앉았다. 문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 측과 가까운 맨 왼쪽에 앉았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