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단비 기자]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보험사들은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에 반해 금융당국은 '신의성실의 원칙'하에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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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보험금과 관련해 보험사들은 법적인 판단을 기다려보고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인 것에 반해 금융당국은 '신의성실의 원칙'하에 보험금을 지급할 것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진통이 예상된다./연합뉴스 |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은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금감원의 입장과 향후 처리계획에 대해 공식 발표했다.
자살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문제는 앞서 보험사들의 약관에 자살의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이 아닌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었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이는 실수에 의한 것으로 자살은 재해가 아니며 재해로 인정해 보험금을 지급하면 자살을 조장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일반사망보험금만을 지급, 재해사망보험금은 지급을 하지 않으면서 불거졌다.
특히 최근에는 소멸시효와 관련해 쟁점이 옮겨졌다. 지난 12일 보험가입 후 2년이 경과한 자살과 관련해 보험회사가 판매한 재해사망특별약관에 기재된 대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들은 대법원 판결 권에 대해서는 지급이 이뤄져야 하겠지만 소멸시효가 지난 건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판결 후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
자살관련 미지급 보험금은 올해 2월 26일 기준으로 2980건에 2465억원이며 이 중 소멸시효 기간 경과건은 2314건(78%), 2003억원(81%)에 이르는 등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보험사에서 최대한 보험금 지급을 피하기 위해 소멸시효 경과 건을 지적, 대법원 판결까지 기다리는 등 시간끌기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금감원은 '약관은 지켜져야 한다'라는 대법원의 판결취지와 부합하게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반적인 소멸시효를 다투는 보험금 미청구 건과 달리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을 정당하게 청구했고 감독당국이 지급을 하도록 지도했는데도 보험회사가 이를 지급하지 않고 미루다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민법상 판단에 앞서 도덕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행위라는 것.
또한 대법원에서 민사상 소멸시효 완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금감원은 보험회사가 당초 약속한 보험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금감원은 "특약에 의한 재해사망 보험금 지급을 거부․지연한 회사와 임직원에 대해 엄정히 조치할 계획이며 보험금 지급률이 저조한 회사 등에 대해서는 지급절차 등에 대한 현장검사를 다시 실시하는 등 적극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보험사들은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당혹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나온지도 일주일 밖에 안됐는데 금융당국에서도 너무 성급하게 밀어붙이는 거 아닌가 싶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금감원의 말대로 지급을 전부했는데 대법원에서 소멸시효 지난 건에 대해서는 안해도 된다는 판결이 나오면 다시 돌려받을 수도 없고 상장사의 경우 주주 문제, 배임 문제 등이 있어 섣부르게 하기 힘들다"며 "나중에 이같은 혼란을 없애려면 대법원 판결을 따르는 것이 가장 깔끔하다.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텐데 서두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만 금융당국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나온 이상 보험사들의 의사결정에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금융당국의 요구도 참고사항 중에 하나로 대법원 판결, 내부적 사정 등을 두루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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