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금융권의 성과연봉제 도입을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를 배제한 사측의 일방적인 도입이 도화선이 되고 있으며 정치권의 개입으로 갈등구조는 더 복잡해졌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다. 이미 지난 13일 '개인평가제도 설계안'을 공개하며 성과연봉제에 대한 개략적인 윤곽을 공개한 상태였다. 산업은행과 주택금융공사 역시 지난 주 임금체계 개편안을 확정지은 바 있다.
|
|
|
▲ 기업은행 본점 로비에 "성과연봉제, 쉬운 해고 '투쟁'으로 '박살'내자"는 노조 측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미디어펜 |
이로써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한 금융공기업은 산업은행, 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여섯 군데로 늘어났다. 이 중에서 예보를 제외한 다섯 곳은 모두 이번 달에 성과주의를 추진한 기관들이다. 5월 한 달 동안 금융권 성과주의가 급속도로 추진된 셈이다.
남아있는 곳은 신용보증기금, 수출입은행, 예탁결제원 뿐이며 이들 기관 또한 근시일 내에 이사회를 열어 성과주의 채택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들 기관의 한 관계자는 "(성과주의 도입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고,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산은과 기은의 성과주의 도입은 기타 기관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 기관은 공공성을 띤 기업인 동시에 민간 금융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사기업의 성격도 함께 띠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속도전은 대다수 기관이 노동조합과의 합의과정을 생략하고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근거로 노사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함에 따라 한층 빠른 속도로 상황이 진척됐다.
대신 노조와의 갈등은 확산 일로에 놓이게 됐다. 이미 금융노조는 이사회 의결만으로 추진되는 성과주의에 대해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94조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취업규칙을 개정할 경우 노조와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노조의 동의가 없는 임금체계 개편은 불법이라는 게 노조 측의 기본입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와 사측은 '성과주의가 반드시 근로자의 불이익이라고 볼 수는 없다'는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 전체의 실적이 좋아질 경우 성과연봉제 도입이 직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한편 노사 간 대립이 팽팽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이 문제에 개입해지면서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산업은행의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 한정애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진상조사단을 꾸려 24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사측이 직원에게 개별동의서를 강제로 받아냈다는 노조 측의 의혹 제기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는 명목이었다.
정치권의 개입에 대해 금융노조 측은 '정부가 자초한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 측은 성명서를 발표해 "정부가 노사합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사실상 불법행위를 부추기거나 금융공기업 기관장에게 산별노조 중앙교섭 탈퇴를 종용하는 등 노사문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