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후 중도 빅텐트 치겠다…창당 여부 10월까지 고민"
"손학규와 한당서 정치하진 않아…대권 욕심은 '지불가만'"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은 25일 자신의 퇴임 이후 자신의 당적 문제와 관련 "(새누리당이) 어렵게 살아가는 국민을 위한 '따뜻한 보수'가 되지 못하는 보수라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제가 자동 입당 된다고 해도 탈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뜻한 보수'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탈당하면서 쓴 말로 유 의원을 포함한 당내 비주류들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정 의장은 퇴임을 나흘 앞둔 이날 국회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후 거취를 명확히 알려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한 뒤 당적 결정 시기에 대해선 "제가 좀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정 의장은 앞서 창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정치 결사체' 구성을 천명했고, 내일(26일)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을 발족시킬 예정이다. 이날 회견에선 "퇴임 후에도 정파를 넘어서는 중도세력의 '빅텐트'를 펼쳐 새로운 정치질서를 이끌어내는 마중물이 되겠다"고 밝혔다.

그는 '중도 빅텐트론' 구상 내용을 묻는 질문에  "건전한, 미래지향적인 중도세력을 규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며 "정치 원로집단과 같은 것도, 새 정당으로 태어나는 것도 정치 결사체라 볼 수 있다. 제가 앞서 10월 정도까지 (정치결사체 형태를) 고민하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확답을 내놓진 않았다.

창당 여부에 대해선 "제가 정당을 만들겠다고 단언한 일이 없다.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여전히 구상 단계임을 밝혔으며, 최근 정계 복귀 행보에 들어간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마음으로는 늘 훌륭한 선배라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이 꼭 정치를 하나의 당으로 묶어 같이 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고 사실상 부인했다.

자신을 향해 제기된 대망론에 대해선 "공자께서 도를 깨치고 하신 말씀 중 하나가 '지불가만(바라는 바를 남김없이 만족시켜선 안 된다)'이라는 게 있다"며 "사람은 부족하니까 그걸 뛰어넘어 (욕망을) 다 채우려 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저는 여러가지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 말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퇴임을 나흘 앞둔 25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한편 정 의장은 지난 19일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자신이 여야 합의 없이 상정시켜 통과된 이른바 '상시 청문회법'(국회법 개정안)과 관련, "상임위 청문회 활성화 부분을 두고 일부에서 '행정부 마비법'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데,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청와대가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관해서도 "가능한 한 (거부권)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표했다.

그는 "국민을 대신해 국정을 감사하고, 특정한 국정 사안을 조사하는 것은 헌법 61조에 규정된 국회의 당연한 책무"라며 "행정부가 국민의 편에 서서 올바르게 일하라고 만든 법을 귀찮고 바쁘다는 이유로 반발하는 것이야 말로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과거 일부 청문회에서 나타났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해 정책 청문회 활성화 자체에 반대하는 것 또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겠다'는 식의 회피성 주장"이라며, 개정 국회법이 "이번 정부가 임기 끝까지 국정을 원만히 운영하는 데 오히려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은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에서 "그간 국회가 인사청문회나 국정감사를 통해 보여준 여러가지 부정적인 막말 행태 또는 증인들을 많이 데려와 질문도 하지 않는 청문이나, 아주 닥달하는 모습 등을 국민들이 보고서 걱정하시는걸 충분히 이해한다"며 청문회의 부정적 측면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정말 성숙한 국회가 되려면 국회의원 개개인이 품격 높은 언행을 해주셔야 한다"며 또 특정 현안의 발생 원인 조사 및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가 돼야 한다고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에게 주문했지만, 실질적으로 청문회 부작용 방지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나온 말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는 앞서 주장한 '국정감사 폐지론'의 연장선상에서 "20대 국회에선 바로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 통과시켜서 올해부터는 국감을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곧 '원외 인사'가 되는데다, 청문 대상·범위·시기 제한이 없는 무제한적 청문회가 야권에 유리한 상황에서 '여소야대' 국면의 20대 국회가 이를 실행에 옮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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