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해군이 지난 2월 완공된 제주기지에 미국과 일본을 포함한 외국 함정을 받아들여 합동훈련 강평을 할 계획이었으나 주민 반발 우려로 이를 취소했다.

25일 해군은 "다국적 연합 잠수함 구조훈련인 '2016 서태평양 잠수함 탈출 및 구조훈련'(Pacific Reach 2016) 강평과 폐막식 행사 장소를 제주기지에서 진해군항으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해군은 훈련 개막을 하루 앞둔 지난 24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을 주최한 해군은 당초 진해군항에서 개막식, 정박훈련, 의무 심포지엄을 하고 이달 29일부터 제주 남쪽 해역에서 해상훈련을 한 다음, 제주기지에서 훈련 강평과 폐막식을 할 계획이었다.

이 경우 한국을 포함해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6개국 함정이 모두 제주기지에 들어가게 돼 외국 함정의 제주기지 입항 첫 사례가 될 것으로 주목됐다.

해군이 훈련 강평과 폐막식 장소를 급히 제주기지에서 진해군항으로 바꾼 것은 제주기지 건설을 반대해온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마을의 일부 주민과 활동가들은 제주기지 건설 과정에서 줄기차게 반대운동을 벌였으며 지난 2월 완공 이후에도 반대운동을 계속해왔다.

이들은 제주기지 입구를 막고 천주교 미사와 같은 집회를 하며 차량의 출입을 방해하거나 간헐적으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월 말에는 해군이 제주기지 공사를 방해해 수백억원의 손해를 초래한 개인과 단체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상태다.

다국적 연합 잠수함 구조훈련 계획이 세워진 올해 초만 해도 해군은 외국 함정이 제주기지에 무리없이 정박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현재 갈등 상황으로 미뤄 외국 함정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훈련에 참가한 일본 구축함과 잠수함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통하는 '욱일승천기'를 진해군항에서 게양해 논란을 일으킨 것도 해군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함정이 제주기지에서 욱일승천기를 게양할 경우 제주기지를 반대하는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고려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관례상 해군 함정이 외국 항구에 정박할 때는 국기와 함께 해군기를 게양하는데 일본은 욱일승천기를 해군기로 쓰고 있어 일본 함정의 욱일승천기 게양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게 해군의 입장이다.

외국 함정의 제주기지 첫 입항이 결국 무산된 것은 지난 2월 완공된 제주기지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음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군 관계자는 "제주기지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외국 함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며 "하루 빨리 갈등을 매듭짓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다국적 연합 잠수함 구조훈련에는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6개국 잠수함과 구조전력이 참가하며 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한 12개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훈련을 참관한다.

참가국들은 조난당한 것으로 가정된 잠수함을 탐색하고 심해구조잠수정(DSRV)과 심해구조모듈(PRM) 등으로 승조원을 구조하는 실전적인 훈련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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