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세헌기자]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내년 말 새로 내놓기로 한 보급형 세단 '모델 3'가 예약 주문 단계에서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산업계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 설립된 테슬라는 신생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현재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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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 3는 내년 하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가격은 테슬라의 다른 모델보다 낮은 대당 3만5000 달러다. / 연합뉴스 |
2012년 스포츠카 콘셉트의 전기차 '모델S'를 출시하고 유럽, 중국, 일본, 홍콩 등 20여개국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9월에는 SUV 전기차 '모델X'를 출시했다. 지난 3월 말에는 가격을 대폭 낮춘 보급형 ‘모델3’를 선보였다.
세계 곳곳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예약주문이 개시된 이후 테슬라 모델 3 예약 주문 실적은 36시간 만에 25만대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했다.
가격은 테슬라가 현재 판매하는 세단 모델 S의 절반가량인 3만5000달러(약 4000만원)로 책정됐는데, 예약 주문된 제품 가격 총액은 무려 106억달러(한화 12조 2000억원)에 달해 테슬로 모델 3에 대한 큰 관심을 실감할 수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지난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쇼크로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전면 재편됐던 사태가 자동차 부문에서 재현될 것이라는 진단까지 나올 정도이며 자동차에 대한 개념이 송두리째 바뀔 사건이라는 반응을 내놓는다.
이같은 테슬라 모델 3의 예약주문 돌풍은 가격 경쟁력과 성능 향상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게 주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모델 3는 지금까지 나온 테슬라 전기차의 절반 이하의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전기차에 주어지는 정부보조금 혜택을 고려하면 2000만원대까지 가격이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테슬라 모델 3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60마일(96㎞)에 도달하는 제로백 시간이 6초 정도다. 한차례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215마일(346㎞)이다. 기존에 나와 있는 닛산과 BMW의 기본형 모델보다 2배나 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전기차가 효용성 측면에서 가솔린 자동차에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한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전기차가 보조 자동차라는 인식에서 벗어나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무엇보다 테슬라 모델 3는 자동차와 컴퓨터의 합체 격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내외부 디자인도 매우 인상적인데, 실내에는 모니터 한 대만 있을 뿐 버튼이나 다이얼이 전혀 없다. 바로 자율주행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돼 있기 때문이다.
외관 디자인도 미래형 콘셉트카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이런 형태의 자동차가 거리에 쏟아져 나온다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업계로서는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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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슬라 모델3. |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신드롬을 일으킨 테슬라의 모델 3 사업 진행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참여 소식도 전해지자 업계는 예의주시하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모델 3에 사용될 타이어의 메인 공급업체로 한국타이어를 선정했다. 글로벌 업체들로부터 타이어 샘플 등을 제출받아 테스트를 진행한 끝에 한국타이어 제품을 선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측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테슬라 본사를 방문해 납품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타이어는 배터리 소모를 최소화하는 모델 3 전용 타이어를 제작해 테슬라 측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타이어는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전기차와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하이브리드에 장착되는 타이어를 납품하는 등 전기차용 타이어 제조와 관련해 탁월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LS엠트론은 테슬라 전기차용 배터리를 만드는 파나소닉에 전지용 동박을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 시장 세계 1위 기업인 파나소닉은 미국 테슬라의 전기차용 리튬이온전지를 100% 공급하고 있다.
전지용 동박은 전기차와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배터리) 핵심소재로 음극집전체 역할을 하는 두께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얇은 동박을 말한다.
LS엠트론은 최근 파나소닉으로부터 전지용 동박 인증 심사를 완료했는데, 이번 인증은 LS엠트론이 2013년 파나소닉으로부터 신규 제품 개발 의뢰를 받은 이후 3년 만이다.
테슬라 전기차용 전지용 동박은 품질 요구 수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현재 세계적으로 LS엠트론과 일본의 니폰덴카이 등 2곳만 파나소닉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S엠트론의 전지용 동박은 현재 판매 중인 테슬라 전기차 모델 S, 모델 X를 포함해 모델 3와 같은 미래 전기차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엠에스오토텍은 테슬라에 자동차 경량화 핵심 부품인 핫스탬핑(Hot Stamping) 생산용 금형을 공급할 예정이다. 만도도 테슬라의 자율주행 안전시스템 공동개발자로 나선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바 있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들고 나왔을 당시 전세계 시장을 석권하던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애플이 휴대전화기에 컴퓨터를 장착한 것에 불과하다거나, 일시적 유행에 그칠 것이라는 등의 평가가 쏟아졌다.
그러나 현재 애플의 아이폰을 재빨리 따라간 기업은 활로를 찾았으나, 끝내 변화의 조짐을 무시한 업체는 몰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아이폰은 아예 디지털 생태계를 함께 창조하면서 시장에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 업계에서는 충전시설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한 전기차의 경우도 아이폰의 성공 사례와 다르다고 볼 이유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테슬라의 혁신을 더 이상 타성적으로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