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치세력 필요…차기 대권주자들 이원집정부제 개헌 공약해야"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정의화 국회의장은 26일 싱크탱크 설립 및 정치결사체 구성 등 퇴임 후 정치활동을 이어가는 게 대선 출마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내년 대선을 위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을 대국으로 발전시키는 일에 힘을 보태려고 하는 것"이라고 부인했다.

정 의장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싱크탱크 '새한국의 비전' 창립 기념식에서 "오늘 한 신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사진 멋지게 나오고 대서특필 해준 것엔 감사하지만 왜곡된 부분이 너무 많다"면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이날 '조선일보'가 정대철 국민의당 상임고문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인용, 정 의장이 지난 2월 정 상임고문에게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히며 도움을 청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정 고문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2월 정 의장과 따로 오찬을 했는데 그 자리에서 정 의장이 대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며 "당혹스러워서 특별한 말을 하기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또한 "(정 의장이) '기회가 된다면 대선 후보에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도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고 했다"면서 "너무 뜻밖의 얘기라서 그 자리에서 뭐라고 반응을 보이기 어려웠고 '잘해보라'는 말만 했을 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이날 오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선 "정 의장이 '꿈이 있다'고 얘기해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으로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같은 새누리당 출신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한 라디오 방송에서 정 의장의 행보에 대해 "대권을 염두에 둔 행보"라며 "권력욕에 지나지 않는다"고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5일 오전 국회 접견실에서 가진 퇴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 의장은 이같은 보도에 "내 진정성을 알아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20년 동안 묵묵히 기다리고, 가고자 하는 길을 갈 것"이라며 "세월이 지나면 진정성을 인정 받을 거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불가만(志不可滿·바라는 바를 남김 없이 채워선 안 된다)'이라는 표현을 인용해 "제가 얼마나 부족하고 역량이 떨어지는 사람인지 잘 안다"면서도 "새로운 정치의 밑거름이 되는 데 남은 인생, 남은 에너지를 모두 쏟아부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처럼 대권 행보를 부인하면서도 정 의장은 "새로운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면서 "권력이 국민 위에 군림하고 호통치는 시대는 이제 지났다"고 "국민과 함께 호흡하고, 소통하고, 수용하고, 조율할 줄 아는 리더십, 사회적 갈등을 녹여내고 안정 속에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내년 대선 출마자들이 "취임 1년 내 대통령에 대한 권한 집중을 해소할 수 있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할 것을 공약하고, 정당들도 당파적 이해를 떠나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 5년 단임제는 이제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 장기 집권 우려는 사라진 지 오래다. 그리고 권력 집중 등 수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며 "개헌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분산하고, 협치에 기반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꽃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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