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시사 발언으로 대선후보군들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조기 선점에 나서는 것이 대권가도에 유리할지, 아니면 반 총장의 향후 행보를 지켜보면서 차분히 대응하는 것이 나을지를 놓고 저울질해야 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일단 대권주자들의 행보가 바빠질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당장 4·13 총선 참패 이후 침잠해 있는 여권 주자들의 경우 어떤 형태로든 행보를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내에선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반 총장에 우호적인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당장 비상이 걸린 쪽은 김무성 전 대표다. 오는 8월께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이후 대권플랜을 본격 가동할 것으로 분석돼 온 김 전 대표로선 '반기문 대세론'이 굳어지기 전에 본격 행보에 나설 개연성이 있다.
총선 낙선에 발목이 잡혀 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대선 공간을 조기에 확보해야 하는 사정으로 빠져들고 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다른 잠룡들도 대선 선점의 필요성이 한층 높아졌다.
'반풍'의 조기 차단을 위해 서둘러 나서야 한다는 게 여권 주자들의 공통된 부담으로 보인다.
야권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야권의 대표주자인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도 반 총장의 대권 진입 속도에 맞춰 대권플랜을 가동해야 하는 변수가 생겼다.
사실상 정계복귀를 예고한 더민주 손 전 고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인 등도 '반기문-문재인-안철수' 3강 구도가 굳어지기 전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반 총장이 정계개편의 기폭제가 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최근 정의화 의장의 '중도세력 빅 텐트론', 손 전 고문의 '정치판 새판짜기' 발언 등 정치권 지각변동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되는 가운데 반 총장 등판이라는 새로운 요인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치사를 되짚어보면 대선을 앞두고 유력주자를 중심으로 정치권이 이합집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의 정계개편에는 부정적인 것이 정치권의 전반적 분위기다.
반 총장이 아직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수준인 데다 연말까지는 유엔 사무총장으로 활동해야 해 정치행보에 제약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정계개편이 추동력을 갖기 위해선 반 총장의 총장 재임이 끝나는 내년 초나 돼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새누리당 친박계가 반 총장 영입에 본격 나설 경우 비박계의 대응이 관심사다. 경우에 따라선 일부 세력이 이탈, 정치권의 다른 세력과 합종연횡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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